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로운 Jun 21. 2023

집안일 분담을 위한 아빠의 파격제안

동글이에게 물었습니다.


"동글아~ 게임하는 시간을 줄이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나, 게임 안 좋아해!"

"정말?"

"응. 안 좋아하는데 심심해서 하는 거야."

"숙제도 하고, 책도 읽고, 피아노도 치고, 레고도 만들고... 할 것을 찾아보면 되지."

"그건 노는 게 아니잖아."

"노는 게 아니라고?"

"응. 같이 놀아줘야 노는 거지."


초등학교 5학년도 누군가 함께 놀아주길 원하는지 몰랐습니다. 앵글이는 혼자 놀이를 했던 것 같은데 아이마다 성향이 달라서 동글이는 더불어 놀이를 좋아하나 봅니다. 그래서 가족회의를 했습니다.


"동글이가 가족이 함께 놀아줬으면 좋겠다고 했어. 게임을 하는 이유가 함께 놀아주지 않아서래. 어떻게 하면 좋을까?"

"주말마다 가족들이 한두 시간 같이 놀아주면 되지. 동글이가 원하면 나도 같이 놀아줄게."

"동글아, 누나도 함께 놀아준다고 하니 주말마다 가족 놀이를 해 보자! 대신, 주중에 네가 해야 할 일들을 잘해야 해. 그럴 수 있어?"

"그럴 수 있지. 난 좋아~"

"그럼 아빠가 용돈 후원해 줄게."

"오~ 의욕이 솟는데? 동글아, 어떤 놀이할까?"

"부루마불, 윷놀이, 루미큐브도 좋고... 난 다 좋아."


남편의 용돈 후원으로 가족놀이터는 열기가 가득해졌습니다. 게임은 매번 바뀌고, 아이들의 용돈 주머니는 두둑해져 갑니다. 한 달이 되어가는 주말,


"앵글아, 동글아~ 아빠가 용돈 후원을 해주잖아. 제안을 하나 하고 싶은데...?"

"어떤 제안이요?"

"음...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야. 자기가 먹은 그릇이나 컵을 바로바로 씻는 거지. 각자 설거지를 하면 개수대도 깨끗하고, 엄마가 설거지하느라 애쓰지 않아도 되고, 너희들은 용돈이 생기는 거지. 어때?"

"좋아."


아빠는 용돈을 후원하고, 아이들은 각자 먹은 그릇을 씻으며 일주일을 보냈습니다. 덕분에 개수대는 늘 깨끗하고, 설거지는 쌓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물론, 엄마의 가사도 한결 수월해졌죠.

♡동글이가 설거지 해놓은 그릇♡
여러 종류의 보드게임과 윳놀이


집안일...


해도 잘 모르고 안 하면 티가 나는...

가족이 도와주지 않으면

주부의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는...

그런 일...


종일 일을 해도 아무도 몰라주는 것만 같아서

통장에 찍히는 성과가 없어서

"하는 일이 뭐야? 집에서 놀면서 이것도 안 해!?"라는 말을 들을 것만 같아서

열이 펄펄 나고, 몸이 무너지게 아파도 밥은 해줘야 할 것 같아서


혹시 그래서 쉬고 싶은데도 움직이고 있는 건 아닐까요?




매거진의 이전글 아들의 일기장을 보았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