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로운 Jun 05. 2023

초5 담임선생님의 주말 숙제

초등학교 5학년, 동글이의 교실에서는 글쓰기가 한창입니다. 담임선생님께서는 올 한 해 아이들의 글쓰기 실력을 키워주고자 하는 큰 그림을 그리고 계신가 봅니다. 


글을 쓰는 종류도 다양합니다. 

3월에는 아이들의 독서량을 높이기 위한 책 읽기로 시작하셨습니다. 매일 배움 공책, 독서록 주 3회 쓰기로 글쓰기 지도를 하셨는데 아이들의 글쓰기가 줄거리 쓰기에 멈추자 감상문 적는 법을 알려주셨습니다. 4월에 접어들며 릴레이 독서, 독서런닝맨(모둠별 도서 읽기)으로 확장하시더니 5월부터는 일기 주제책, 일기 도서책(일기 관련책 돌려 읽기), 제1회 글쓰기 대회(설명문 쓰기)로 동기부여를 하셨습니다. 


6월 첫 주말,

동글이의 주말 숙제는 제2회 글쓰기 대회 [드라마 작가 되기]입니다. 16가지의 주제와 6가지 지침이 적힌 미션지를 받아 든 동글이는,


"엄마, 내가 이걸 몇 번이나 다시 썼는지 몰라. 엄마가 좀 도와주면 안 돼?"

"선생님께서 주신 주제 중 경험했던 것 중에서 생각해 보면 되지."

"그렇게 했지. 그런데 내가 1000자나 쓸 수 있을까?"

"한번 이야기가 풀리기 시작하면 1000자 정도는 쓸 수 있을 거야."


주말 내내 몇 번을 고쳐 쓴 동글이가 드디어 숙제를 끝마쳤습니다. 


"엄마, 한 번 읽어봐 줄래?"


우리 집에서 동글이는 감동 덩어리입니다. 앵글이와 나이차가 많이 나서 이기도 할 테지만 막내라서 인지 뭘 해도 신기하기만 합니다. 


"앵글아, 이것 좀 봐봐. 동글이가 쓴 글인데 꽤 잘 썼어."


가족 모두 돌려 읽으며 팔불출이 되었습니다.  


• 내가 선택한 주제 14 : 어린이 보호 구역에서 생긴 일

• 제목 :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

• 등장인물 

- 주인공 : 연찬 / 다투는 애 : 우승 / 가끔 등장 : 이서, 선진 / 선물 가져다주는 애 : 안진

• 이야기

나는 유치원 때부터 5학년까지 이상하게 친구들과 많이 다투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친구들과 잘 친해지지 못하고 계속 말실수만 하게 되었다. 그게 바로 20○○. 4.15 바로 내 생일이었다.


우승이는 내가 왕따 시킨 애인데 우승이는 내가 기르는 강낭콩의 뿌리를 뽑고 뜯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때 나의 분노 게이지는 max로 올랐고 우승이의 코와 명치를 세게 쳤다. 우승이는 그 자리에서 넘어졌고 옆에 있던 아이들은 어디서 가져왔는지도 모르는 폰으로 119를 부르고 있었다. 나는 엄마와 함께 우승이가 입원한 병원으로 갔고, 거기엔 이서랑 선진이가 있었다. 이서와 선진이는 우승이가 코뼈가 부러지고 심한 타박상으로 병원에 입원했다고 했다. 


나는 그 후로 학교를 1주일 동안 빠졌고, 내 남은 친구들과도 다 헤어졌다. 그나마 나의 친구인 이서와 선진이는 내일 학교 올 거냐고 계속 전화가 왔다. 나는 그날의 트라우마로 인해 매일매일 울었다. 


그다음 날, 나는 9시가 넘어서 등교를 했다. 딱 신호등 앞에 섰는데 학교 앞에 있는 엘로우카펫 위에 무슨 물건이 있었다. 난 그 앞으로 가보려 했지만 그 물건이 있는 대로 걸어갈 수 없었다. 만질 수도, 밟을 수도 없는 이 물체의 정체는 금고였다. 그래서 나는 기대를 하며 금고 위에 쓰여있는 글씨를 봤다. 거기엔 '이 금고를 열려면 우승이에게 사과와 보상을 하십시오'라고 적혀있었다. 나는 우승이에게 사과를 할 자신이 없었지만 그 안에 있던 금고 내용을 보고 싶었기에 곧장 달려갔다.


그 반에는 우승이가 있었고, 우승이에게 사과를 하려고 할 때 입이 안 떼어졌다. 나는 그 후로 말을 할 수 없었고, 친구들과 놀지도 못했다. 나는 기억을 되돌려보며 생각했다. 그 순간! 뇌에 스치듯 지나간 생각이 났다. 


※ 주의사항 ※

[말을 잘 못할 수도 있으니 행동으로 표현하세요. from. 안진]


'from. 안진?'

나는 곧장 안진이에게 달려가 멱살을 잡았다. 안진이는 

"죗값은 치워야지. 한 번 잘해봐!"

그렇다. 안진이는 우승이의 친구였던 거다. 그때 뒤에서 우승이가 와서 나에게 말했다.

"너 나 왜 때렸어?"

그때부터 나는 드디어 입이 떨어졌고 나는 말했다.

"우승아, 네가 내 강낭콩을 망가뜨려서 내가 화가 많이 났나 봐. 너의 코와 배를 때려서 미안해."


그때 우승이는 나의 사과를 받아줬고 나는 그때 금고의 비밀번호가 뭔지 알아냈다. 바로 7942였다. 나는 금고번호를 풀었고, 그 안에 들어있던 건 '친구'라는 쪽지와 100만 원이었다. 나는 그때, 나의 선물은 '친구'란 걸 알았다.


[이 이야기는 모두 허구이며 나오는 이와 사실은 모두 허구입니다.]


친구들이 쓴 글을 읽으며 상호평가를 하도록 한 평가 방식도 참 지혜롭습니다. 아이들이 창작한 글 24편을 읽고 객관적 평가를 하게 될 월요일 동글이의 교실이 기대가 됩니다. 지난 학부모 참여수업 때 방문한 교실 곳곳에 전시된 아이들이 동시, 꿈엽서 등을 읽으며 아이들의 창의적이고 놀라운 글쓰기 실력에 감동했던 기억이 났습니다. 동글이의 글 한 편 읽었을 뿐이지만 지난 3개월 동안 성장했을 아이들의 글쓰기 실력에 기대가 되었습니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정리해서 Hi-class(알림장앱)에 올려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잠시 해 보았습니다.]


담임 선생님의 관심과 역량으로 무한 성장하는 5학년 7반 아이들,

초등학교 입학 후 만난 선생님들 중 단연코 5학년 선생님이 최고라고 엄지 척 올리는 동글이가 자랑할 만한 교실,

초등교사가 어릴 적부터 꿈이었고, 아이들과의 시간이 매일 행복하다고 말씀하시는 담임 선생님!


그 모든 것이 고스란히 전해져 감사한 오늘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밥 먹으려고 운동해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