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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운 Aug 25. 2023

아들의 구멍 난 실내화를 보았습니다.

'뚜띠띠디띡'

현관에서 도어록 버튼 소리가 들렸다. 

'우당탕 툭툭 드르륵'

중문이 열리고 상기된 동글이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빨갛게 달아오른 걸 보니 오늘도 운동장 열 바퀴는 뛰고 들어왔나 보다. 


"엄마, 나 실내화 바꿔줄 수 있어?"

"실내화는 왜?"

"실내화가 구멍이 나서 발바닥이 엄청 아팠다니깐??"

"실내화 바닥이 뚫어졌다고?"

"응."

"어떻게 하면 실내화 바닥이 뚫어져??"

"모르지 나도..."


요즘 실내화는 고무 재질이다. 천으로 된 실내화는 거의 사라졌다. 가볍고 세척이 간편해서 좋은 점도 있지만 여름에는 땀이 차고, 겨울에는 발이 시리지 않을까 싶을 때도 있다. 앵글이를 키울 때 발이 자라서 바꿔준 기억이 있지만 바닥이 뚫려서 바꿔본 적이 없어서 생소하고 신기했다. 


"동글아~ 학교에서 얼마나 뛰어다니면 실내화 바닥이 뚫어져?"

"엄청 뛰어다니지. 운동장을 한... 백 바퀴는 뛰어다닐걸?"


곁에서 듣고 있던 앵글이가 한마디 거들었다.


"엄마, 남자애들은 정말 저래. 실내화가 찢어지기도 하더라?"

"정말? 아니, 실내화 재질이 고무인데 그게 찢어진다고?"


앵글이의 말을 듣고 구멍 났다는 실내화를 보니, 동글이의 실내화도 구멍이 나고 찢어져있었다. 


찟어지고 구멍 난 동글이의 실내화


1학기 담임선생님 면담을 갔을 때 선생님께서


"동글이는 사람을 정말 좋아하는 것 같아요. 우리 반 친구들이랑만 친한 게 아니고 1반부터 7반까지 안 친한 친구가 없는 것 같더라고요."


동글이는 돌쟁이 때부터 남달랐다. 식당에 가면 어느새 옆 자리 손님에게 안겨 놀기도 하고, 놀이터에서도 누구든 상관없이 어울려 놀았다. 아기 동글이는 사람들이 자기만큼 반가워하지 않는 것에 속상해했었다. '세상 모든 사람들과 친구 할 수 없고, 모두에게 사랑받을 수 없다'는 것을 이해할 나이가 될 때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지금도 여전히 동글이는 만나는 모든 사람들과 친구를 하려고 한다. 그래서인지 약속 없이도 밖에 나가 형, 동생 상관없이 친구 삼아 흠씬 놀고 돌아온다. 그런 동글이를 다행히 동네 어른들이 예쁘게 봐주신다. 유치원에 다니는 동생들에게 놀자고 전화가 오기도 하고, 6학년 형들에게도 연락이 온다. 동생에게도 형들에게도 모남 없이 잘 노는 모양이다. 덕분에 동네 인싸 동글이와 함께 동내 산책을 하다 보면 인사하기 바쁘다. 


실내화 바닥은 종잇장처럼 얇아져있었다. 실내화를 세탁하면서 세심히 만져보지 않아서 바닥이 얇아진 것을 몰랐다. 뚫어졌다고 해서 만져보니 바닥이 얇아져 찢어지기 일보직전이었다. 아들의 실내화는 수시로 바닥도 살펴봐야겠다는 걸 알았다. 


"아들아~ 실내화는 얼마든지 바꿔줄 테니 열심히 뛰어놀고 무럭무럭 쑥쑥 자라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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