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글이의 여름방학을 앞두고 가족회의를 했었습니다. 그랬더니 아이들은 방학기간을 홈캉스로 보내자고 제안했습니다. 2박 3일 정도의 여행경비를 3주 방학 기간에 녹여내면 더 잘 먹고 잘 쉴 수 있을 거라고 했습니다. 여행보다 집에 있는 것을 더 좋아하는 아이들 다운 생각입니다. 그렇게 시작된 3주 남짓 되는 여름 방학 중 거의 절반은 세찬 비가 내렸고, 나머지 절반은 본디 없던 더위가 이어졌습니다. 여행보다 집을 선택한 아이들의 제안은 탁월했고, 덕분에 가족 모두 만족스러운 방학기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동글이는 체감 온도가 40도를 넘나드는 더위에도 매일 놀이터에서 뛰어놀았습니다. 햇볕이 내리쬐는 한낮에 혹시 더위 먹을까 걱정이 되었지만 아이들은 더위를 피하는 것보다 뛰어노는 것이 더 좋은 모양입니다. 덕분에 동글이의 피부는 구릿빛으로 변했고, 키가 2cm나 자랐습니다. 한 달 만에 말이죠...
한참 크려는지 돌아서면 배가 고픈 동글이입니다. 1.5~2인분은 너끈히 해치우고, 간식까지 생각하면 4~5끼를 먹는 것 같습니다. 큰아이를 키우면서는 경험하지 못했던 신세계입니다. 먼저 아들을 키웠던 친구들은 '저렇게 먹어도 되나' 걱정이 될 만큼 먹는 시기가 3~4년 정도 이어진다고 조언해 주었습니다. 미리 들어뒀어도 막상 눈앞에 펼쳐지면 걱정이 되는 것이 엄마 마음인가 봅니다. 그래도 탈없이 잘 먹고 키가 쑥쑥 자라니 대견하고 뿌듯합니다.
개학이 다가와 동글이에게,
"동글아~ 방학이 며칠 안 남았네?"
"아~ 엄마... 왜 말해... 슬퍼지잖아..."
친구를 좋아하는 동글이지만 등교는 싫은 모양입니다.
"동글아, 드디어 내일 개학이네?"
"그러니까 말이야... 아~ 내 방학~~~ 어디로 가버렸나..."
힘을 쭉 빼고 가방을 챙기더니 샤워를 하는 동글이를 보며 웃음이 피식 나옵니다. 역시, 방학은 길든 짧든 아쉬움이 가득한 모양입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