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글이가 쓴 계약서에서 어떻게 해서든 아빠를 설득해 게임 현질(현금구매)을 하겠다는 절실함이 느껴졌습니다. 로블록스 게임 속 캐릭터 스킬이 맞붙었을 때 현질 캐릭터와 동글이 캐릭터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모양입니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현질로 얻은 스킬을 이기기는 어렵다는 게 동글이의 주장이었습니다.
"그런데 동글아~ 만약 네가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어떻게 돼?"
"응? 그건 생각 안 해봤는데?"
"계약서를 들이미려면 이 약속이 깨졌을 때 어떻게 할지도 생각했어야지."
"그런가?"
"이미 구매가 끝났는데 네가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아빠가 손해잖아. 그럴 때를 대비해서 뭔가 대책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듣고 보니 그렇네... 그럼 그 부분도 한 번 생각해 볼게."
"생각해 보고 다시 얘기해 줘. 네 생각을 들어보고 결정하도록 하자."
동글이가 게임 스킬을 구매하려면 보호자 동의가 필요합니다. 사실 스킬은 아빠가 사주는 것이 아니라 동글이가 모아둔 용돈으로 사겠다는 것이니 동글이 자율에 맡겨도 되지 않을까 생각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게임을 하기 위해 현금을 쓰는 부분에 대해서는 아빠, 엄마와의 의논이 필요하다고 생각되어 동의를 얻도록 하고 있습니다. 구매를 할 때, 어떤 게임인지 어른이 먼저 알아보고 반드시 필요한 것인지 살펴보는 과정도 필요하다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게임을 하도록 두는 것이 좋을까? 막는 것이 좋을까?
이 부분은 아들 키우는 부모라면 누구나 한 번쯤 고민해 봤을 법한 내용입니다. 아이들이 또래를 만났을 때 주로 게임 이야기를 하고, 낯선 모임에서도 게임 하나면 금세 친해지는 모습을 종종 마주하게 됩니다. 학년이 바뀌며 유행하는 게임이 달라지고, 너무 몰라도 함께 섞이기 어렵다 보니 제한만이 답은 아닌 것도 같습니다. 그렇게 거쳐온 게임이 브롤스타즈, 어몽어스, 폴가이즈, 휴먼폴플렛, 포켓몬고 등이었고 요즘은 로블록스게임을 하고 있습니다. 즐기는 게임이 바뀔 때마다 문구류, 카드, 딱지, 옷 등 소품들을 함께 구입하기도 합니다. 학교에서 친구들과 딱지나 카드를 나누기도 하고 소품들로 게임을 하기도 합니다. 그러고 보면 아이들의 놀이는 세월이 지나도 거기서 거기인 듯합니다.
잔인한 게임, 교육적이지 못한 내용이 포함된 게임, 중독성이 강하거나 사행성 게임은 좀 거르고 허용하는 것으로 범위를 좁혀봤습니다. 그렇게 해도 아이들은 스스로 조절하기 어렵기 때문에 시간을 정해주거나, 그날의 할 일을 다 마쳤을 경우 등으로 약속판을 만들기도 합니다. 작심삼일이라고, 약속을 정해도 이내 잊기 마련인 것이 아이들이라서 '잔소리'는 덤입니다. 밖에 나가서 뛰어노는 것이 여러모로 좋지만 요즘 아이들이 너무 바쁘다 보니 그 또한 녹록지 않습니다. 세상이 좋아져 집에서 놀아도 시간이 맞는 친구들과 영상통화를 하며 게임을 하기도 하고, 게임 플랫폼 스팀(Steam)을 통해 팀을 만들고 채팅을 하며 게임을 하기도 합니다.
온라인 세상에서의 통제는 늘 숙제입니다. 그 속에서 만난 사람의 연령, 성별, 성향 등을 파악하기가 너무 어렵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어린이인 줄 알면서도 채팅으로 성인물을 보내거나 욕이나 비속어를 남발하기도 하니 걱정의 말을 하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조건 제한할 수도 없으니 이 부분은 아이가 성장하는 내내 숙제가 될 것 같습니다.
3일의 말미를 주었습니다. 동글이는 어떤 결론을 내리고 다가올까요? 아들 육아는 잘해도 본전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