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오래오래 살아줘~~"
뜬금없는 동글이 말에 뭉클하여,
"왜?"
"엄마가 오래 살아야지..."
"엄마가 오래 살아줬으면 좋겠어?"
"응."
"엄마가 왜 오래 살았으면 좋겠어?"
"나 밥 줘야지."
"밥? 엄마가 오래 살았으면 좋겠는 이유가 네 밥 때문이라는 거야?"
"밥이 얼마나 중요한데... 엄마가 있어야 내가 밥을 먹지."
다섯 살 동글이의 말에 감동할 뻔하다가 그 이유가 밥 때문이라는 말이 서운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늦둥이가 자라 독립하기까지 앞으로도 까마득한 세월이 필요하니 어떻게든 오래 살아야겠구나 싶기도 합니다.
엄마를 떠올릴 때 엄마의 밥이 생각나는 건 동글이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입덧으로 아무것도 먹지 못할 때, 엄마가 끓여줬던 김치찌개가 생각났고, 열이 펄펄 끓어도 가족들 밥 때문에 끙끙대며 밥을 차리다 엄마 생각이 나서 눈물지었던 기억이 납니다. 엄마가 곁에 있었으면 아픈데도 가족들 밥상을 차려내느라 서럽진 않았을 텐데, 엄마는 아픈 날 위해 밥을 차려줬겠지 생각하니 코끝이 찡 울려오네요.
인간은 먹어야 사는 존재이니, 어린 내 아이의 생살여탈권도 엄마에게 있는 셈입니다. 어찌 보면 대단한 존재이죠.
'밥'이 주는 부담과 책임을 넘어 나도 기쁘고, 너도 즐겁게 건강한 한 끼를 해결할 방법은 없을까요? 냉장고 속 기본 재료로도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는 요리이면서도 만드는 이가 부담되지 않도록 빠른 시간, 간편한 조리법은 뭐가 있을까... 생각해 봅니다.
앵글이의 학령기를 끝냈지만 두 아이의 터울이 먼 탓에 뒤이어 까마득 남은 동글이 덕분에 앞으로도 8년, 등교 전 아침을 챙겨줘야 하니 여전히 초간단 아침 식사를 위한 밥상 고민은 현재진행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