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의 근황
여러 이유로 회사 이야기는 되도록 하지 않으려 노력하는 편인데, 몇 년째 거의 말하지 않다 보니 어디서 뭐 하는 녀석(?)인가, 일을 하긴 하는 건가 생각하는 독자도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오늘은 기쁜 소식을 전할 겸 오래간만에 근황을 전하려 한다.
1. 적극행정 우수사례에 선정되다
작년 한 해는 굉장히 바쁜 한 해였다. 연봉에 대해 이야기한 글을 보면 눈치챘겠지만 야근도 많이 했고 출장도 자주 다녔다. 퇴근 후 여가시간엔 운동하거나 글 쓰는 게 전부였다. 한 마디로 주경야독의 삶 그 자체였다.
작년 연초부터 연말까지 공들인 협의체가 있었다. 한 달에 세 차례 회의가 열렸고, 주체가 여럿이라 그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도 굉장히 어려웠다. 모든 회의를 직접 주재했는데, 다행히 결과가 좋아 협약문을 체결하며 성공적으로 협의체를 해산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느낀 보람과 현장에서 들은 칭찬의 말씀만으로도 충분히 기분 좋았는데, 작년 연말 회사에서 적극행정 우수사례로 선정되는 경사가 있었다.
(헷갈릴까 봐 덧붙이는 설명)
내가 속한 부처에서는 매년 상/하반기 적극행정 우수 공무원을 선발한다. 신청기간이 도래하면, 자신이 적극적으로 일했다고 생각되는 사람은 관련 내용과 성과, 증빙자료를 제출하면 된다. 이후 내부/외부 위원의 심사를 거쳐 10가지 사례를 추린 뒤 발표심사를 통해 우수 2건, 장려 3건을 선정한다. 이렇게 상하반기를 거치면 매년 우수사례 4건, 장려 6건이 선발된다. 우수사례에 선정 시 담당 사무관과 주무관은 장관 표창을 받게 되고 차년도 성과 S등급, 승진가점, 유학가점 중 하나를 택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장려는 표창과 축하금 50만 원을 받게 된다.
고생했다고 다독여주는 것 같아 가슴이 벅찼다. 연공서열이 지배하는 조직에서 정정당당히 경쟁을 통해 얻어낸 결과라 더 뿌듯했다. (하반기 사례 중 1등을 했다)
장관 표창도 받고, 성과급 최고등급이라는 리워드도 받았다. 그 보람으로 올해 상반기를 버텼다. 그런데 최근, 부처에서 ‘적극행정 최우수 사례 경진대회’를 개최한다는 연락이 왔다.
요지는, 작년 우수사례(4건)와 올해 상반기 우수사례 중 2건을 최우수사례로 선정하여 인사혁신처에서 주관하는 ‘범부처 적극행정 경진대회’(천하제일적극행정대회라고 이해하면 쉽다)에 부처 대표로 제출할 예정이고, 이를 위해 자체 경진대회를 개최한다는 이야기였다.
(헷갈릴까 봐 덧붙이는 설명 2)
적극행정 선발(월드컵 대륙별 예선) -> 최우수사례 선발(월드컵 조별리그) -> 범부처경진대회(월드컵 본선) 순으로 나아간다.
이미 뽑힌 5개의 사례 중 다시 순위를 가른다니 묘한 승부욕이 발동했다. 열흘간 바짝 준비해 지난 화요일(8월 30일) 발표를 마치고 돌아왔다.
결과는 2등. 얼떨결에 부처 최우수 사례에 선정되어 버렸다. 다른 사례들도 훌륭해서 감히 선정될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다른 생각보다도 함께 고생한 주무관님께 보답해 드릴 수 있다는 사실이 기뻤다. (사례를 제출할 때 같이 고생한 짝주무관님을 부공적자로 적어냈었다) 이번 최우수사례 선정으로 주무관님께서 받게 된 리워드는 무려 1호봉 승급! (월급 10만 원이 평생 오르는 효과니까, 10만 원짜리 연금복권이나 마찬가지다) 아쉽게도 호봉승급은 혜택은 6급 이하 직급만 받을 수 있다고 하여, 나는 100만 원 상금을 택했다. 주무관님과 함께 기쁨을 나눴는데, 함께 고생했던 전우(?)이자 한 팀으로서 성과를 나눌 수 있음에 난 정말 어린아이처럼 기뻐했다.
이제 가을 내내 범부처 경쟁을 통해 순위를 겨루게 된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거) 갈 데까지 가보자는 생각이다. 혹시 모른다. 2002 월드컵 때 우리가 4강까지 진출했던 것처럼 기적이 일어날 지도..! 더 좋은 결과를 얻게 되면 그때는 적극행정 선발 제도를 자세히 소개하는 글을 써보려 한다. 그게 내가 이 제도에게 보답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
공직사회는 민간에 비해 보상체계가 턱없이 부족하다. 이렇게 자신의 성과를 어필할 기회가 많지 않다. 보상 없이 열정만 바라는 시대는 지났다. 이런 제도들이 더욱 확대 시행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