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르면서도 비슷한, 배다른 형제 이야기
지난달 7급 공채시험과 민간경력자 채용(5, 7급)시험, 그리고 리트(LEET) 시험이 하루 간격으로 있었다. 시험 며칠 전부터 브런치 일평균 조회수가 평소의 두 세배 높아지고 대부분의 독자가 멘탈관리에 관한 글을 집중적으로 읽는 것을 보고 시험이 임박했음을 눈치챘다.
처음부터 PSAT에 초점을 맞추어 쓴 글임에도, LEET 준비생이나 NCS 준비생분들이 심심찮게 눈에 띈다. 다들 PSAT을 키워드로 쓰고 있는 이곳까지 어떻게 찾아왔는지 모르겠지만, 제대로(?) 찾아오셨다.
오늘은 세 시험의 공통점과 차이점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세 시험은 배다른 형제나 다름없다. 세 시험은 과목명이 다르고, 과목 수와 문제 수가 다르고, 주어진 시간이 다르고, 문제 유형도 제각각이지만 놀랍게도 본질은 일맥상통한다. 서로의 기출문제를 훈련에 활용할 수도 있을 정도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시험을 준비하든 이번 글은 도움이 될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독자는 세 가지 시험 중 하나를 준비하고 있거나 어느 시험도 준비하고 있지 않을 확률이 높다. 반대로 말하면 두 개 이상의 시험을 동시에 준비하는 수험생은 거의 없기에 각각의 차이를 아는 사람은 극히 적다. 세 시험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이해하는 것은 향후 진로를 결정하는 데에도 무척이나 중요하다. 이제 세 녀석(?)을 비교해보자.
PSAT은 인사혁신처에서 주관한다. 세 시험 중 유일하게 정부가 직접 주관하는 시험이며, 가장 먼저 도입된 큰 형이다. 응시료는 1만원이며 통상 5급 공채는 매년 2말3초, 7급공채/민경채는 7월 말에 치러진다. 모든 기출문제는 사이버국가고시센터(http://gosi.go.kr)에서 무료로 다운로드할 수 있으니 기출문제집을 사는 돈 낭비(?)는 하지 말자. (최근에는 기출문제 확인 페이지에 '모의고사' 기능이 신설되어 온라인으로 모의고사를 보고 채점할 수 있다. 사실 얼마나 실용적 일지는... 잘.. ^^..)
PSAT 시험은 5급 공채와 7급 공채 & 민경채(7급 공채와 민경채는 문제가 동일하고 당연히 시험일도 동일하다)로 나뉘며, 난이도는 5급 공채가 단연 높다. 2021년부터 7급 공채에도 PSAT이 도입되면서, 종래 민경채 PSAT에 7급 PSAT이 합병(?)되는 사태가 일어났다. (출제위원도 사람인데, 5급/7급/민경채 세 가지 시험을 분리해서 출제할 수는 없었을 터) 아무래도 민경채+7급공채 1차 시험으로 승격(?)된 이후 과거 민경채 PSAT 시절에 비해 문제 난도가 높아졌고, 이에 따라 5급 PSAT도 차별화를 위한 난도 상승을 감행했다. (덕분에 5급 PSAT은 가장 어려운 인적성 평가라는 세간의 평에 더욱 부합하게 되었다) 애타는 수험생들의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PSAT 출제위원들은 이제야 5급 PSAT이 진정한 PSAT 다워졌다며 미소를 짓는 실정이다. (시험의 종류를 막론하고, 시험의 난도와 출제위원의 자존감(?)은 비례한다. 사이코 패ㅅ...)
5급/7급&민경채 PSAT(편의상 7급&민경채 PSAT은 이제 7급 PSAT으로 통칭한다)은 언어논리/자료해석/상황판단 세 과목으로 구성된다는 점만 같을 뿐, 문제 수와 시간 그리고 문제 난도는 상이하다. 5급 PSAT은 과목당 40문제(90분)이며, 7급 PSAT은 과목당 25문제(60분)이다. 자세한 사항은 아래 시험 시간을 비교하며 살펴보자.
시작시간이 다를 뿐 아니라, 7급 PSAT의 경우에는 언어+상황을 풀이 시간을 구분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세 과목 중 그나마 시간이 절약되는 언어논리에서 시간을 많이 세이브하는 것이 관건이겠다.
참고로 PSAT은 2005년 행정고시(5급 공채) 1차 시험으로 도입된 이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문제 오류가 발생한 적이 없는 시험이다. (그렇게 엄격하게 출제한다는 수능도 문제 오류가 종종 발생한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정말 대단한 기록이다) 이 이유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LEET와 NCS 모두 PSAT보다 나중에 도입되면서 자연스럽게 PSAT의 스타일을 따르게 되었고, PSAT은 큰 형님의 지위를 갖게 되었다.
LEET는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에서 주관하는 시험으로,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에 입학원서를 내기 위해 반드시 응시해야 하는 시험이다. 즉 PSAT이 5급/7급 공무원이 되기 위한 첫 단계라면 LEET는 변호사가 되기 위한 첫 단계다. PSAT의 응시료에 비해 무려 25배에 가까운 응시료(22년 기준 24.8만원)를 내야 하는데, 도대체 어떤 메커니즘에 의해 문제를 만들고 시험을 관리하는지 몰라도, 소득 수준에 관계없이 학사학위를 가진 모든 사람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시험의 특성을 고려했을 때 과해도 너무 과한 금액이다. (심지어 시험 접수기간이 종료된 후 접수를 취소하는 경우 단 1분만 지나도 응시료의 40%를 토해내야 하는데, 공정위에 있는 친한 친구에게 문의해보았더니 불공정 약관의 소지가 다분하다는 답변을 들었다. 누군가 피해를 보았다면 공정위 약관과에 신고해보도록 하자 ^^)
LEET는 언어이해, 추리논증, 논술로 구성되는데 사실상 논술의 중요성이 매우 낮다는 점 (LEET 준비생들은 논술을 백일장 쓰는 수준으로 생각하는 듯하다)을 고려하면 언어이해, 추리논증 두 과목으로 구성된 시험이라 해도 무방하다. 시험 시간은 아래와 같다.
언어이해는 PSAT의 언어논리 과목과 유사하며 추리논증은 PSAT 상황판단의 법조문 문제가 모여있는 듯한 특성을 보인다. 전체적으로 비교했을 때 LEET는 PSAT보다 언어 능력을 중시하는 시험이다. 수리에 취약하고 언어 능력이 탁월하다면 PSAT보다 LEET가 유리할 수 있다.
과목별로 비교해보자. LEET 언어이해의 난이도는 PSAT 언어논리보다 높다. LEET가 지문 길이도 길고 문장도 더 난해하다. 다만 문제의 완결성도 조금 떨어진다. PSAT보다 넘겨짚어(?) 답을 도출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한마디로 PSAT 언어논리에 비해 LEET 언어이해는 좀더 악랄하다. 다음으로 추리논증은 PSAT 상황판단보다 시간적 여유가 있고 (PSAT 상황판단은 문제당 2분, LEET 추리논증은 3분 정도 주어진다) 퀴즈 문제가 거의 출제되지 않아 조금 더 수월할 수 있겠다. 대략 상황판단을 잘 푼다면 추리논증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논술은 정말 준비하지 않아도 괜찮다. 추리논증 끝나고 쉬는시간에 대비하는 정도로 하자. 2개 문항이 나오는데 각각 1,200자씩 작성하면 되니 정말 가볍다.
마지막으로 LEET가 한 가지 자비(?)로운 점은 PSAT은 합격선을 넘지 못하면 꼼짝없이 1년을 더 기다려야 함에 비해, LEET는 수능처럼 표준점수제를 채택했기에 한두 문제쯤 더 틀려도 로스쿨을 갈 수는 있다는 사실이다. (대신 응시료는 날강도 수준)
요약하자면, LEET는 PSAT에 비해 언어 능력이 좋은 사람이 유리하며 문제의 완결성은 조금 떨어지니 공식 출제기관에서 출간한 해설집을 참고하기를 권한다. (출제자들이 답을 선정한 근거를 이해하는 편이 좋겠다) PSAT보다 늦게 태어났으니 분명 동생이지만 형보다 못된(?) 동생이라고 볼 수 있겠다.
마지막으로 NCS를 소개하고자 한다. NCS는 PSAT, LEET, NCS 인적성 평가 삼 형제 중 막내에 해당하며, 누가 막내 아니랄까 봐 두 형보다 조금 더 자유분방한 녀석이다. NCS는 본래 산업현장에서 필요한 직무수행능력(지식/기술/태도 등)의 분류체계를 의미하는 용어다.
다만 이 분류체계에 맞추어 시험이 출제되기 때문에 시험도 NCS, 또는 NCS 시험이라고 부를 뿐이다. 실제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은 모든 직무 유형을 분류하고 있는데, 사업관리, 경영회계사무, 금융보험, 건설, 기계 등 24가지의 대분류부터 시작해서 중분류-소분류-세분류로 나눈다. 가장 세세한 분류인 세분류는 총 1,022개에 달한다. (처음 개발한 사람 정말 머리 아팠을 듯..ㅜㅜ)
최근 공기업은 지원자의 역량을 판단하기 위해 학벌/스펙보다는 NCS 시험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NCS 분류를 바탕으로 각자 자기 기업에 적합한 인재를 선발하기 위한 시험 문제를 구성한다.
NCS 시험은 직업기초능력, 직무수행능력 평가 두 과목으로 구분되며, 그중 PSAT과 비슷한 과목은 직업기초능력 과목(10개 세부영역 : 의사소통능력, 수리능력, 문제해결능력, 자기개발능력, 자원관리능력, 대인관계능력, 정보능력, 기술능력, 조직이해능력, 직업윤리)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직업기초능력 과목에서도 일부 영역(의사소통능력, 수리능력, 문제해결능력)만 PSAT과 유사성을 띤다. 다만 그 일부 영역(의사소통능력, 수리능력, 문제해결능력)이 거의 모든 공기업 NCS 직업기초능력 과목의 필수 영역으로 지정되어 있으니.. 사실상 NCS 시험은 PSAT과 교집합이 꽤나 크다고 볼 수 있겠다.
실제 대부분의 NCS 수험서 또한 NCS 시험의 문제 유형을 ①모듈형(산업인력공단의 NCS 학습모듈 교재 내용을 기반으로 한 문제), ②피셋형, ③피듈형(모듈형+피셋형)으로 구분하고 있다. 또한 모듈형 문제는 일부 기업에서만 출제되는 데에 비해 PSAT형 문제는 거의 모든 기업에서 출제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유사성은 생각보다 높다. (하단 표 참조)
실제 기업별 직업기초능력 평가는 10개 세부 영역 중 기업 특성에 맞는 영역과 문제 수가 적절히 혼합되어 출제되는 구조로, 난이도를 일률적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 (시험의 난이도는 개별 문제뿐 아니라 시험시간 대비 문제 수에 의해서도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일례로 코레일은 직업기초능력(의사소통능력 + 수리능력 + 문제해결능력) 25문항과 직무수행능력(직군별 상이, 25문항) 25문항, 총 50문항을 합쳐 하나의 시험으로 출제(시험시간 60분)하고 있으며, 인천국제공항공사는 무려 일곱 개의 영역(의사소통능력, 수리능력, 문제해결능력, 자원관리능력, 정보능력, 기술능력, 조직이해능력)을 섞은 60문항을 65분 동안 풀게 한다.
한편 신용보증기금은 직업기초능력평가의 비중이 낮다. 직업기초능력평가는 의사소통능력 + 수리능력 + 문제해결능력 세 영역 도합 20문항을 25분간 풀게 하며 대신 직무수행능력평가를 60문항(70분) 출제하고 논술까지 보게 한다. 자세한 사항은 아래 표를 보자.
NCS 시험 내 'PSAT형' 문제의 난이도는 PSAT과 비교할 때 매우 낮은 수준이다. PSAT 중에서도 쉬운 7급 공채 문제도 NCS 시험보다는 어렵다. 따라서 NCS 준비생들은 7급 PSAT (2020년까지는 민경채 PSAT이었다) 문제를 통해 훈련할 경우 좋은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PSAT 수험생이 NCS를 푸는 건 훈련에는 별 도움이 안 될 것 같다.
이 글은 PSAT을 중심으로 기술하고 있으므로, PSAT을 기준으로 비교해보겠다. 먼저 개별 시험에 대해 언급하기에 앞서 세 시험 간 난이도를 비교해보자. 시험 간 난이도는 5급 PSAT > LEET > 7급 PSAT > NCS 순이다. (부등호가 헷갈릴까 봐 노파심에 첨언하자면.. 5급 PSAT이 가장 어렵고 NCS가 가장 쉽다는 의미)
먼저 LEET는 과목 이름과 문제 수가 다를 뿐 PSAT과 매우 유사한 시험이다. 과장을 조금 보태면 PSAT 세 과목(언어논리, 자료해석, 상황판단) 중 자료해석만 제외하면 LEET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두 시험이 유사한 만큼 PSAT 수험생이 LEET 문제로 훈련하거나, LEET 수험생이 PSAT 기출문제로 훈련해도 좋겠다. 좋은 정도가 아니다. 누가 만들었는지도 모를 어쭙잖은 모의고사 문제를 푸느니 서로의 기출문제로 훈련할 것을 적극 권하고 싶다. 다만 PSAT 자료해석은 LEET에 없기 때문에, 자료해석은 알아서 훈련하자.
다음으로 NCS를 보자. 안타깝게도 PSAT이나 LEET를 준비하는 수험생들은 NCS를 풀어봐야 도움 될 것이 없다. 다만 NCS 수험생은 PSAT/LEET로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앞서 모듈형, 피셋형, 피듈형 뭐 그런 식으로 NCS 문제를 분류했던 걸 기억하는가? 예를 들어 NCS 의사소통능력 유형의 경우, 어휘/문법에 대한 단순 암기형 문제(모듈형)도 있지만 비문학 문제 등 소위 PSAT형 문제도 존재한다. NCS 실력을 배양하고 싶다면 7급 PSAT 문제로 훈련해보자. NCS 의사소통능력은 PSAT 언어논리 과목과 유사하며, 수리능력은 PSAT 자료해석과, 문제해결능력은 PSAT 상황판단과 유사하다. 좀 더 디테일하게 비교하자면 NCS의 의사소통능력 문제 중 어휘/어법 문제는 PSAT 언어논리에 출제되지 않으며, NCS 수리능력 문제 중 중고등학교 수학공식을 활용해야 하는 단순 계산 문제(예 : 소금물 문제)는 PSAT 자료해석에서 거의 출제되지 않는다. 또한 PSAT 상황판단에서는 NCS에서 거의 출제되지 않는 법조문 문제가 많이 등장한다.
결론은, LEET와 NCS도 PSAT과 마찬가지로 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나가던 LEET, NCS 수험생들도 PSAT에 대한 글이라고 무심코 지나치거나 아쉬워하지 말고 내 글을 통해 훈련법을 익혀 실전에서 좋은 결과를 얻길 바란다.
가볍게 쓰려고 했던 글인데 막상 쓰다 보니 매우(-_-) 진지해졌다. (그리고 나의 소중한 일요일도 순삭되었다 ㅎ) PSAT, LEET, NCS, 시험의 종류와 난이도를 막론하고 모두 어려운 시험이다. 코로나에 폭우, 폭염까지. 힘든 여름이다. 수험생 여러분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기를 바란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