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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할때하자 Dec 25. 2022

처음으로 잡지에 글을 실었다

  최근 글 업로드가 뜸했다. 거의 일 년간 진행해온 민관 회의체를 마무리 짓는 행사를 진행한 후 정신 차려보니 지금이다. (홀로 보내는) 크리스마스라는 사실보다 올해가 일주일 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이 더 무겁게 다가온다. 


  몇 달 전, 잡지 기고 의뢰를 받았다. '월간 에세이'라는 잡지인데 창간된 지 35년이나 된 역사(?)가 있는 잡지였다. 주제 중 가장 어렵다는 '자유 주제'였다. 어떤 글을 쓸까 고민했다. 뉴욕 출장 다녀온 일화를 쓸까, 공부하던 시절의 이야기를 쓸까, 한참을 생각하다가 '내가 글을 쓰게 된 이유'를 적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왠지 뉴욕 출장 다녀온 이야기를 썼다가는 '외유성'이라는 비난에 시달리게 될 것 같았다 ㅜㅜ)


  내 글을 접하는 분들이라면 잘 알겠지만 내가 PSAT과 행시 준비에 관련된 글을 쓰는 첫 번째 이유는 당연히 독자(수험생) 여러분에게 도움을 주기 위함이다. 물론 이런 뻔한 내용을 적은 건 결코 아니다. 잡지에 밝힌 이유는 '두 번째 이유'다. 잡지에 기고한 글을 소개하면서 두 번째 이유를 밝히고자 한다. 솔직히 말하면 수험생활에 크게 도움 될 내용은 아니다 ^-^ (인생에는 도움이 될 수도..?)


* 아래 내용은 월간 에세이 2022년 12월호에 실린 글임을 밝힙니다




“그만두고 싶습니다.”     

 입사한 지 6개월, 인사과를 찾아가 처음 내뱉은 말이다. 일도 사람도, 모든 것이 힘들었다. 경력도 없고 한창 일을 배워야 할 시기인 내게 막중하고 골치 아픈 업무를 떠넘기는 회사를 이해할 수 없었다. 아니, 실은 이해했다. 조직은 인격체가 아니기에 배려나 존중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그러지 말고 조금만 더 생각해 보자. 그간 쏟은 시간이 너무 아깝잖아.”      


 선배는 눈빛만으로도 위안이 될 만큼 진심으로 나를 다독이며 설득했고, 고마운 마음에 알겠다고 대답하고 돌아섰다. 나 역시도 잘 알았다. 이 직업을 갖기 위해 20대의 절반을 투자했는데 이렇게 몇 달 만에 그만두는 건 억울했다. 


 애석하게도 그 후에도 달라진 건 없었다. 회사는 여전히 갖가지 방법으로 나를 힘들게 했고 언젠가부터는 ‘사실 문제는 내게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며 스스로를 좀먹었다. 물레방아 돌아가듯 떨어지는 업무를 끝없이 해치우는 생활 속에 일과 삶의 불균형을 넘어 ‘워크=라이프’ 공식이 성립되고 있었다. 남몰래 심리 상담도 받았고, 퇴근할 때는 사춘기 때 즐겨 듣던 헤비메탈을 차의 보닛이 울릴 정도로 크게 틀고 달렸다. 


 현관에 들어서면 고요하고 컴컴한 거실만이 나를 반겼다. 회사에서 시킨 일만 했을 뿐인데 하루가 다 가버린 날에는 내 인생에서 또 하루의 ‘죽은 날’이 생겼다는 생각에 좌절했다. 하루를 빼앗긴 기분은 수명이 하루 줄어든 것만큼이나 (이론상 동일하므로) 불쾌했다. 하루는 고시생 시절의 나를 떠올렸다. 수차례 낙방하면서 자존감은 떨어졌지만, 분명 주체성 있는 삶이었다. 아무도 시키지 않은 공부를 스스로 하겠다고 마음먹었으니 분명 삶의 핸들은 내가 쥐고 있었다. 문득 그 시절의 내가 훨씬 행복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무렵, 무엇에 홀린 듯 글을 쓰기 시작했다. 나의 존재가치를 회사가 아닌 바깥에서 찾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회사가 내 삶의 전부가 되는 것이 두려웠고 내 의지로 살아가는 삶을 되찾고 싶었다. 밤늦게 퇴근하는 날에도 공부하던 때를 생각하며 새벽 두 시까지는 모니터 앞을 지켰다. 피곤해서 책상에 엎드려 잠든 적도 많았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났을까, 글이 쌓여가며 나는 안정을 되찾았다. 회사생활은 달라진 것이 없음에도 내가 나로서 오롯이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에 큰 해방감을 느꼈다.     


 요즘 나는 회사에서의 나를 ‘부캐’로 여긴다. (부캐란, 게임에서 자신이 사용하는 주요 캐릭터 외의 캐릭터를 이르는 말이다) 눈뜬 시간 대부분을 회사에서 보내지만 매 순간 이것이 내 삶의 메인 스토리가 아님을 자각하려 애쓴다. 퇴근 후 잠들기 전 잠깐이나마 오직 나의 의지로 할 수 있는 일들을 찾는다. 그 짧은 시간이 내 삶의 추동력이 된다.


 일이 줄지도 않았고 소득이 늘지도 않았으니 겉보기에 달라진 것은 별로 없다. 그러나 ‘주체성’을 회복한 이후 회사에도 훨씬 잘 적응할 수 있게 되었다. 눈앞의 문제에 대해 한 발짝 물러서서 바라볼 여유가 생겼고, 야근이 반복되더라도 퇴근 후의 삶이 있으니 예전만큼 힘들지 않았다. 부캐가 회사생활에는 더 잘 맞는 셈이다. 나의 본캐는 글쓰기와 낙서를 즐긴다. 어른이 되며 잊었던 어린 시절의 취미다. 내세우기는 부족한 실력이고 특별할 것 없는 취미지만 뭐가 중요한가, 그저 내 영혼이 사랑하는 일을 할 뿐이다.


 평소 회사 스트레스로 힘들어하던 친구가 있었다. 그의 유일한 취미는 운동이었는데, 나의 통찰(?)을 들은 이후 자신의 본캐는 운동선수라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올림픽에 출전하겠다’는 농담을 던지며 전보다 쾌활하게 지내고 있다. 혹시나 회사생활이 고달프고 시키는 일을 하는 데에 지쳤다면, 퇴근 후 또 다른 나를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공무원을 꿈꾸는 여러분에게 너무 비관적인 내용으로 읽힐까 봐 한 마디 하자면, 공무원이 아닌 민간기업이어도 조직생활이라면 다 같다. 누군가 시키는 일을 하는 것과 내가 주체적으로 꾸려나가는 일에서 얻는 성취의 크기는 너무도 다르다. 누군가 시킨 일은 아무리 (책임감과 의지를 갖고) 열심히 해도 나의 성과가 아닌 '시킨 이(조직)'의 성과가 되어버린다. 스스로 나의 성과라고 생각하고 뿌듯해하면 된다고? 애석하게도 아무도 알지 못하는 일종의 정신승리일 뿐이다. 

 그러나 공부는 다르다. 누구도 (뭐 간혹 부모님께서 유도하셨을 수는 있지만) 시킨 게 아니다. 여러분이 준비하는 행정고시, 공무원 시험은 여러분의 의지로 해나가는 일이고 성취도 온전히 여러분의 것이다. 그러니 더더욱 의지를 불태워 공부하자. 공부할 때 크리스마스 같은 이벤트(?) 시즌이 되면 책이 손에 잘 안 잡히기 마련이다. 이럴 때 버티는 사람이 승자가 된다. 오늘 하루쯤이야라는 마인드가 일 년의 차이를 만든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크리스마스는 그저 일개 종교의 이벤트일 뿐이다. (절대 오늘을 홀로 보내는 나 자신을 세뇌하고 있는 게 아니다 :( ) 요즘 날이 정말 추운데 뜨거운 커피라도 곁에 두고 공부하기를 바란다.


 말도 없이 연재를 너무 오래 쉬었다. 1월에는 공부 및 PSAT과 관련된 글 최소 두 편을 업로드할 예정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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