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할때하자 Jan 23. 2023

5급 공무원(사무관) 연봉 이만큼 받습니다

아무도 알려주지 않아 너무 답답했던 그 정보


  공무원 사회에는 특이한 문화(?)가 하나 있다. 어느 누구도 자신의 연봉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것. 취업하기 전부터 초봉이 얼마인지 인상률이 얼마인지 파악하는 사기업과는 확연히 다르다. 솔직히 모든 근로자에게 있어 가장 큰 관심사는 자신이 받는 '보수'임에도, 공무원 사회에서는 자신이 얼마를 받게 되는지 궁금해하는 것이 곧 사익을 추구하는 것으로 비쳐 죄악시되는 분위기다. (공무원은 공익을 추구해야 한다는 이유 때문일까)

  유능한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서는 합당한 보수를 지급해야 하고, 공무원의 청렴한 업무수행을 위해서라도 적정한 보수를 지급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수십 년째 이어져온 이야기지만, 국가 예산으로 지급하는 공무원 임금은 항상 능력과 업무량 대비 적정 수준에 미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임금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면 ‘철밥통’을 방패삼은 일부 공무원의 불량한 근태가 항상 도마에 오르고, 그것이 임금인상을 막는 또 다른 이유가 된다)

  그런데 급여의 수준은 차치하고, 왜 어느 누구도 공무원이 얼마를 받는지 제대로 이야기해주지 않는 것일까? 모든 취업준비생은 자신이 들어갈 회사의 급여 수준에 대해 정확히 알 권리가 있고 공시생 또한 예외가 아니다. 사기업은 이직이라도 용이하지, 공직은 평생직장이 될 가능성이 높은데 급여 정보를 알려주지 않는 건 곧 나의 '평생 소득'도 비밀에 부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호봉테이블 공개했으니 다 알 수 있지 않냐고? 음식에 빗대자면 재료만 알려주고 요리가 무엇인지 맞추라는 꼴이다.

  고시생 시절, 문득 궁금할 때면 초임 사무관들이 얼마를 받는지 찾아보곤 했다. 합격한 후에 내 삶이 어떻게 달라질지 꿈꾸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화려한 경제학 그래프를 그리고 난해한 판례를 술술 읊을 때까지도 급여에 대해서만큼은 뜬소문처럼 ‘얼마 받는다더라~’ 정도의 이야기만 접할 수 있었을 뿐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일한 지 몇 년이 지난 지금도, 나보다 오래 일한 분들의 급여 수준을 정확히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호봉테이블이 있고 수당은 정해져 있으니 대강 계산하면 되지 않을까 싶지만 앞서 말했듯 생각보다 변수가 너무 많아서 (수당은 얼마고, 연금과 세금은 얼마나 되며, 성과연봉제의 적용은 어떻게 되는지..@.@) 정확한 계산이 어렵다. 무엇보다 내가 계산한 값이 정확한지 알 도리가 없다. 간혹 블로그에 보수와 관련된 글이 올라오는데, 한참 읽어보면 결국 호봉테이블만 보여주고 하나마나한 이야기만 길게 늘어놓는 낚시성 글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오늘은 내가 얼마를 받고 있는지부터 투명하게 공개하고자 한다.



1. 4년 차 사무관(19년 입직) 연봉은 얼마일까?


작년(2022년) 받은 연봉이다. 좌측 급여계가 '세전', 맨 우측 월지급액이 '세후'다


  작년 내가 받은 연봉은 세전 5,870만원, 세후 4,730만원이다. 공제된 금액 중 공무원 연금으로 납입하는 돈이 월 40만원가량임을 고려하면 실제 내는 세금은 그렇게 많지는 않다. 4,730만원에는 374시간어치의 초과근무 수당(시간당 14,000원 정도. 세금을 떼야하니 실제로는 12,000원 수준이다)과 성과급포함되어 있고 출장비(관내 회당 2만원, 관외 회당 4만원)는 제외되어 있다.

  나는 작년 74번의 관외출장을 다녀왔는데(출장을 많이 다닌 축에 속한다), 출장비 296만원은 여기에 포함되지 않은 것이니 이 값까지 고려하면 세전 6,170, 세후 5,030만원 정도 수준이다.

 

  앞서 변수가 많다고 했는데, 그중 내가 아는 부분만이라도 간략하게 설명해 보겠다.

  우선 나는 미혼이고 부모님과 거주지가 같지 않아 가족수당을 일절 받지 않는다. 부모님 두분을 모시고 사는 경우 월 4만원, 배우자와 2명의 자녀가 있다면 월 14만원의 수당이 붙는다.   

  그리고 내가 재직 중인 부처는 근무연수가 적은 사무관에게는 무조건 최하위 성과등급을 부여하는 악습이 남아있어 성과는 B등급을 받았다. 참고로 성과는 S, A, B, C 등급이 있고 (부처에 따라 SS등급을 둔 곳도 있다고 들었다) 휴직자가 아닌 이상 숨만 쉬어도 B등급은 받는다. B등급이 연 360만원 정도, S등급이 그 두 배 정도인 720만원 정도의 성과급을 받게 되니 이론상으로는 세전 6,500만원까지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듣기로는 (우리 부처는 아니지만) 일부 부처는 공정한 평가를 거쳐 저년차 고시사무관들에게도 높은 성과(S, A) 등급을 부여하고 있다고 하니, 같은 호봉이라면 나보다 연봉을 더 받는 건 그다지 어렵지 않을 것같다.


  만일 격무에 시달려 초과근무 일 년 상한(월 56시간, 연 672시간)을 채우고 성과도 S를 받은 상태라면 어떻게 될까? 그럼 나보다 초과근무 수당으로 360만원, 성과급도 360만원 정도를 더 받게 되어 720만원 정도를 더 수령하게 되니, 출장도 나만큼 다녀왔다면 세전 6,800만원도 바라볼 수 있다. (물론, 실제로 이렇게 일하면 병원비, 영양제 값 +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비용으로 지출하는 돈도 막대하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몇 년 누적되면 요절할 수도 있고.. 비극적이게도 실제 매년 요절하는 사람이 존재한다.)  

  정리하자면 4년 차 군필(6년 차, 5-6호봉) 사무관은 대략 세전 6,000만원 언저리의 연봉을 받는다고 보면 된다. (실수령액은 월 360~420을 오가 편차가 있는 편이다)


2. 초임 사무관은 얼마를 받을까?


  수습사무관 시절 내 연봉은 4,900만원 수준(초과근무를 대략 월 20시간 정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이었다. 성과급이 한 푼도 나오지 않았고 호봉도 낮았기 때문에 지금과는 차이가 제법 있다. (원래 성과급은 2년 차부터 나온다) 2019년 기준 군필(3호봉) 남자 수습사무관은 월 320만원 정도를 받고, 미필남자 및 여자 (1호봉) 수습사무관은 290만원대 후반에서 300만원 정도의 급여를 받는다. 공무원 임금 인상률은 처참한 수준이라서 4년이 지난 지금도 위 수준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호봉 상승에 따른 인상폭은 얼마나 될까. 테이블 전체 인상(매년초 뉴스에 나오는 그 '공무원 급여 인상률')을 제외하고 사무관 기준 1호봉당 13만원 정도 월급이 오르니, 아주 러프하게 계산했을 때 매년 (세금 떼고) 연봉이 120만원 정도 오른다. 연봉 5천만원 기준 2.4% 정도 오르는 셈이고, 연봉 총액이 높아져도 호봉상승에 따른 인상폭은 같으므로 연봉 인상률은 점점 낮아진다고 보면 된다. (PSAT 문제인 줄 ㅎ)

  확실히 투입한 시간과 노력, 비용에 비해서는 적은 급여가 맞다. 지금이야 더 적게 줘도 합격만 시켜주면 열심히 일하겠다는 각오로 공부하고 있겠지만 급여는 현실이다. 정말 냉정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 이유는 세종시 때문이다.


3. 자, 월급 받았으면 생활비 내야지..?


  세종시에서 일하는 공무원들은 결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자취한다. 간혹 룸메를 구해 2명이서 한 집에 살기도 하는데 (청약을 위해서는 무주택세대주 요건을 충족해야 하기 때문에) 흔한 케이스는 아니고, 일반적으로 오피스텔에 입주하거나 아파트 전세를 구하게 된다. (세종이 고향인 사람은 극히 드물기 때문에 청주나 대전에서 출퇴근하는 경우 거나 부모님께서 은퇴하고 내려오신 경우가 아니라면 부모님과 함께 사는 경우는 거의 없다)

  월세로 오피스텔을 구한 경우 월 고정지출에 대해 알아보자. 세종시 월세는 월 50~60만원(보증금500) 수준이다.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면서 치솟은 월세가 부동산 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내려오지 않고 있다) 여기에 관리비 10만원 정도 별도로 붙는다. TV+인터넷+핸드폰 요금이 비싸다는 사실도 이때 깨닫게 된다. 부모님 댁에서는 공짜로 누리던 TV와 인터넷이 이렇게 비싼 줄 짐작이나 했을까? 핸드폰요금과 합하면 한 달에 8만원 정도는 가볍게 나온다. 핸드폰 할부금이라도 낸다 치면 관리비 외에도 월 10만원은 우습게 나간다. (TV, 인터넷을 관리비에 포함하여 받는 오피스텔이라면 그나마 다행이다)

  또 하나의 문제가 있다. 자가용이 필요하다는 것. 세종시는 대중교통이 전설속에나 존재하는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부족하다. 나는 세종에서 거주한 3년간 BRT(대전-세종-오송역을 오가는 광역급행버스)를 제외한 시내버스를 타는 데에 성공해 본 적이 한 번도 없다.  배차간격이 너무 길고 시간에 맞춰 버스가 오지도 않아서 차라리 걸어가거나 자전거(서울에 따릉이가 있다면 세종엔 어울링이 있다. 연이용권 3만원으로 끊지 않을 이유가 없다)를 타는 게 속 편하다.

  물론 회사 바로 앞 오피스텔에 살면 출퇴근 문제는 해결되지만 그래도 자가용이 없으면 세종시 내에서 활동반경이 너무 좁아진다. 1~2년 버티는 사람들도 있지만 결국엔 차를 사게 된다. 차를 사면 다 돈이다. (푸어에서 카푸어로 진화)

  이외에도 회사에서 동료들과 식사할 때 쓰게 되는 식사비 등이 있지만 그건 어느 지역 어느 회사에서 근무하더라도 지출하게 되는 돈이니 계산하지 않겠다.

  대충 위에 언급한 내용들로만 정리해 봐도 고정지출이 100만원 정도 된다. 월급 300만원 받으면 실제로 손에 쥐는 것은 200만원 수준이라는 이야기다. 사기업의 경우 지방에 있는 공장이나 지사로 보내면 사택을 제공하거나 주거비를 지원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아닌 경우도 많겠지만 그런 회사까지는 고려하지 않겠다) 주거비 지원이 나오지 않는 사실까지 생각하면 급여는 확실히 사기업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사무관 급여는 많지 않다. 급여가 적기 때문에 초년에 너무 고생스럽다. 혈혈단신으로 낯선 세종시에 내려와 자취방을 구해야 하고, 돈이 잘 모이지도 않기 때문이다. (물론 7급, 9급 시험에 합격하고 세종시로 오는 주무관님들의 사정이 더 어려운 건 두말할 필요도 없다) "고시공부할 때에는 서울(신림) 원룸에서 지냈는데, 왜 고시 합격하고 나니 충청도(세종) 원룸에서 지내야 하는 걸까?"라는 웃픈 대화를 나누게 되는 이유다.


  여전히 행시 또는 공무원 시험에 응시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사실 그래야 정상이다. 돈 때문에 공무원 하는 건 아니니까) 설 연휴 동안 맛있는 것 많이 먹고 더 열심히 공부하자. 연휴라고 늘어져 있다가는 다른 사람들이 금세 치고 나간다.


      

작가의 이전글 처음으로 잡지에 글을 실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