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ami Aug 05. 2019

어느 일요일 점심

옛 제자들과의 식사

 대학생 시절, 과외로 스무명이 넘는 학생들을 가르쳤다. 과외를 하면서 여러 집을 다니다보면, 자연스레 그 집의 분위기라든가 부모님과 아이의 유대관계 등을 보게되곤 했다. 성적도 좋고 교우관계도 좋은 학생에게 항상 부족하다라고 말하는 부모님이 계시기도 했고, 가정불화로 마음 둘 곳이 없어 안타까움에 마음이 쓰이던 학생도 있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집이 있다. 부모님과 아이들 간에 끈끈한 유대관계가 형성되어 있고, 부모님과 이야기를 나누어보면 1순위로 고려하는 것이 아이의 성적이 아닌 행복임이 분명하게 느껴졌다. 작은 것에도 신경을 쓰고 다른 사람을 배려할 줄 아는 분들이라는 것도. 그래서인지 아이들은 요즘 아이답지 않다라는 생각이 들게 순수하고 밝았다. 아이다웠다.

 과외를 하러 가정에 방문하면, 가르치는 아이나 어머니만이 나와 인사를 하고 이야기를 하곤 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이 집은 달랐다. 과외를 마치고 갈 때면 가르치지 않는 막내동생을 포함해 온가족이 나와 인사를 하곤 했다. 처음엔 살짝 민망하기도 했지만, 그렇게 인사하는 모습이 너무 예뻐보였다. 이 집을 과외하고 나서는 아빠가 출퇴근할 때 꼭 현관문까지 나가 인사를 하는 습관을 들였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과외를 그만두게 되어서 너무나도 아쉬웠지만, 감사하게도 인연은 이어져 아이들과 아직도 종종 연락을 한다. 14살~16살까지 가르쳤던 쌍둥이가 이제 훌쩍 자라 21살이 되었다. 쌍둥이는 나란히 같은 대학에 입학했고, 여전히 아이답게 자신들의 일상을 반짝반짝 이야기한다. 



 취직을 하고 밥을 사준다-했는데 실제로 행동에 옮기기까지 1년이 넘게 걸렸다. 오랜만에 듣는 선생님 소리에 약간 오글거리기도 했지만 충분히 즐거운 시간이었다. 사람을 만나기는 쉬워도 좋은 인연을 이어나가기는 어렵다. 3년간 배운건 분명 나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