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ami Aug 05. 2019

달리기를 하며 마주하는 순간들

삶이라는 달리기


 어느 토요일, 아침인데도 햇살이 강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평소와는 다르게 그늘이 있는 반대편 길로 가서 뛰었다. 사람들도 다 비슷하게 느꼈는지 나처럼 그늘이 있는 자전거도로에서 뛰는 사람이 더 많았다. 정릉천을 뛰다보면 행복하다. 매일 같은 곳을 뛰더라도, 항상 다른 곳을 뛰는 느낌이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내가 다르듯, 꽃 하나도 풀 하나도 그대로인 것이 없. 그리고 뭐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



 정릉천에는 다리 한쪽에 시계가 있는 곳이 몇 군데 있는데, 어느 시간대에 그 시계를 보든 왠지 내가 더 부지런한 사람이 된 것만 같아 기분이 좋다. 아침이든 밤이든, 어느 때든 그 넓은 정릉천을 나 혼자 뛰고 있는 경우는 없으니까 운동을 하는 다른 사람들을 보면서 더 열심히 살아야지-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달리기 어플에서 너는 할 수 있다고 긍정적인 말을 해주는 것도 좋고. 다 뛰고 나면 뭔가 해낸 것 같은 성취감과 뿌듯한 느낌이 좋다.


 다만 한가지 아쉬운 건, 정릉천을 가는 길에 있던 아기 강아지가 요새는 보이지가 않는다. 너무 이른 아침이어서 그런가, 밤이어서 그런가. 집으로 돌아갈 때는 있을까? 생각을 하며 돌아오곤 하는데, 늘 있던 자리에 강아지 없다. 어디로 갔는지 궁금하고 아쉽다. 몇 번 만나지도 못했고, 본 시간도 짧은데 거기를 지날 때면 계속 강아지가 생각나고, 어디 있나 찾게 된다. 몇 번 쓰다듬어 주지도 못했는데.

 원래는 운동이 끝나면 주말근무를 하러 바로 회사에 가려고 했는데, 카페에 가서 내 시간을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짐을 챙겨서 카페에 오고. 할 일을 하고. 글을 쓰고 싶어져서 글을 써본다. 요새는 정말 이렇게 내키는 대로 살았다. 원래도 그랬지만. 정말 나하고 싶은대로 하루하루를 꽉 채워서. 뭔갈 하고 싶을 땐 하고, 울고 싶을 땐 일부러라도 울고, 웃고 싶을 땐 웃었다. 이런저런 생각을 못할 정도로 바쁘게 사는게 나한텐 맞는 것 같.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보면 마주하는 순간순간에서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 정릉천을 뛸 때처럼.



 런걸 보면 살아간다는 것은 달리기와 비슷하다. 매일 비슷한 일상을 보내는 것 같으면서도, 어느 하나 똑같은 날이 없다.  삶이라는 달리기에서 만나는 순간순간들. 지나고나면 다시는 찾아오지 않을 그 순간들을 한 편의 시를 노래하고 한 폭의 그림을 그리듯 소중하게 만들어나가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어느 일요일 점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