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로 이사온지 어연 한 달. 8월 말 어느 일요일. 함께 올레길을 가자는 직장 선배의 권유에 따라, 처음으로 올레길을 걷게 되었다.
모이기로 한 시간은 일요일 아침 10시, 그전까지 나는 올레길에 대한 개념이 아-예 없었기 때문에 '올레길'이라는 정감가고 귀여운 이름 만큼이나, 가벼운 산책 정도로 생각하고 치마에 체인백을 메고 운동화를 신은채 약속장소로 향했다.
하지만 나외에 다른 일행들은 전부 팔토시에 모자, 트레이닝복까지 중무장을 하고 온게 아닌가. 다른 일행들의 옷차림을 보고, 나는 완전 옷을 잘못 입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다행히 약속장소와 집이 매우 가까웠기 때문에 일행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본격적인 출발 전 집에 들러 옷을 갈아입었다.
10시에 모였지만, 그렇게 우여곡절을 겪다보니 막상 이동을 해서 시작점인 쇠소깍으로 이동하니 이미 11시였다. 해는 중천이었고 여름 태양은 뜨거운데, 모자와 팔토시가 없어 피부가 탈까봐 걱정이 되었다. 다행히 쇠소깍이 유명한 관광지여서, 모자와 팔토시를 바로 구입할 수 있었다. 하나하나 올레길에 적합한 장비를 구입해가면서, 마치 rpg게임의 캐릭터를 키우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급하게 구입한 모자와 팔토시, 각 10,000원과 4,000원
제주의 태양은 안그래도 뜨거운 편인데, 여름은 정말정말 덥고 쎄다. 8월 말이라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올레길을 걷기로 했다면, 계절을 불문하고 썬크림은 물론 모자 그리고 팔토시까지 챙기자. 특히 남자분들의 경우, 목 뒤가 타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
올레길 6코스 시작
옷차림에도 조금 문제가 있었고, 올레 패스포트도 두고오는 등 우여곡절이 좀 있었지만, 다행히 준비물들을 챙겨 무사히 첫 올레길 투어를 시작할 수 있었다.
6코스는 쇠소깍-보목포구-소라의섬-제주올레 여행자센터로 구성되어 있고 약 11km, 천천히 걸을 경우 4시간 정도를 걸어야하는 거리다. 보통 올레길은 역방향으로 가기도 하고, 정방향으로 가기도 하는데 우리는 쇠소깍에서 시작해 정방향으로 가는 코스를 택했다. 쇠소깍은 생각했던거만큼 크진 않았지만, 특유의 청량한 느낌이 기분을 좋게했다. 다음에 꼭 테우나 카누를 타러 와야지 마음을 먹었다.
일행의 말에 따르면, 제주도 올레길들은 길마다 다른 특색을 갖고 있다고 하는데 6코스의 경우 중간에 유명한 관광지가 많은 편이라 했다. 그나는 그게 중간중간 편의점이나 카페와 같은 편의시설이 많아서 좋다고 생각했는데, 같이 간 분들 사이에서는 오히려 그것보다는 오롯이 제주의 자연을 느낄 수 있는 다른 코스가 더 좋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물론 예쁘게 차려입은 관광객들 사이를 지날 때는 나만 꼬질꼬질한 듯한 기분에 기분이 조금 이상하긴 했지만, 나는 아직 6코스 외에 다른 비교군이 없으니 뭐가 좋은지 선호를 결정하기엔 시기상조라 하겠다. 앞으로 걸을 올레길들은 어떤 모습들을 지니고 있을까? 자연스럽게 호기심과 기대감을 갖게된다.
올레 패스포트 6코스 완성
그렇게 약 4시간정도 걸어, 쇠소깍 다리 - 소라의 성 - 서귀포 매일올레시장 입구 - 제주올레 여행자센터에 거친 올레길 6코스를 완주했다. 사실 올레길은 올레 패스포트 도장을 찍기 위해서 다닌다 생각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지점마다 스탬프를 찍는 맛이 쏠쏠하다. 물론 스탬프만을 찍는 것이 목표는 아닐 것이다. 중간 중간 힘든 지점도 있지만, 이를 잘 넘겨내고 정해진 코스를 주행했을 때 주는 그 성취감이 가장 중요한거니까.
하지만 만약 올레길을 가려고 마음 먹었는데, 패스포트가 없다면 다시 생각해보길 바란다. 올레길 한 코스, 한 코스가 생각보다 길이가 꽤 되어서 갔던 길을 한 번 더 가는건 생각보다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리고 패스포트를 완성시키며 받는 성취감이 상당하다. 패스포트의 가격 때문에 만약 거부감이 들고, 패스포트를 구입하기 싫다면 어플이라도 사용하길 바란다. (어플은 다음 편에 자세히 소개하겠다.)
여름 올레길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여름 올레길은 추천하지 않는다. 올레길이 아니라 고행길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모자와 팔토시를 착용 했음에도 뜨거운 햇볕 아래를 계속 걷는 것은 상당히 괴로웠다. 다만, 꿈보다 해몽이라고 앞으로 올레길을 계속 걸을 예정인데, 올레길 완주를 위해서는 올레길의 사계를 걸어보아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말로만 듣는 것과 내가 직접 경험하는 것은 다르다. 그런 점에서 여름 올레길 투어는 의미가 있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많이 더웠고, 생각보다 많이 힘들었다. 편의점에서 산 물은 금방 미지근해졌다.
정방폭포
하지만 같이 걷는 동행이 있었기에 그 나름대로 추억이 되기도 했다. 올레6코스를 걷던 중 정방폭포를 만났을 때 물에 뛰어들 수는 없었지만 바라보는 것 만으로 제주의 매력을 담뿍 느낄 수 있었다. 앞으로 만나게 될 제주 올레길들을 하나하나, 이렇게 브런치에 기록을 남겨보고자 한다. 물론, 여름 올레길은 한번으로 족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