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ami Oct 10. 2021

올레2코스

사람에 따라 달라지는 길의 이야기

첫번째 올레길을 걷고나서 일주일이 지나고 지난번과는 조금 다른 인원구성으로 다시 올레길을 걷기 위해 모였다. 처음에 워낙 따가운 여름햇살에 데여, 이번엔 모임시간을 7시로 확 앞당겼다.

시작점으로 이동중, 공복으로 몇시간씩 걷기에는 좀 무리일거란 생각에 일행들과 맥도날드 서귀포점에서 맥모닝을 포장해서 차에서 먹었다. 맥모닝이 이렇게 맛있는거였나. 인생 첫 맥모닝이었는데 아마도 올레길 단골메뉴가 될 듯 하다.

우리가 택한 코스는 올레2코스. 올레2코스는 성산리 광치기 해변에서 출발하여 식산봉, 고성, 대수산봉, 혼인지를 지나 온평리 바닷가까지 이어진다. 약 15km의 코스로 지난번보다 길지만 적당히 흐릿하고 많이 덥지 않은 날씨가 난이도를 많이 낮춰주고 있었다. 시작점으로 이동할 때, 목적지를 잘못 찍어 조금 헤매기도 하고 약간의 우여곡절이 있었다. 하지만, 우리를 밝게 맞이하는 광치기 해변이 서둘러 준비를 하며 느꼈던 피로를 흔적도 없이 씻겨주었다. 약간 흐린 날씨임에도 햇빛을 받아 눈부시게 반짝이던 아침 바다. 도란도란 일행들과 담소를 나누며 올레길을 걷기 시작했다.

제주의 올레길은 참 매력이 있다. 해변가를 걷다가, 오름을 오르다가, 고즈넉한 마을을 지나다가 한다. 한 코스, 한 코스마다 대부분 그 모든게 녹아있다. 올레 2코스를 한참 걷다보니 주에서 나는 돌과 조개껍데기로 장식품을 만든 집을 지나치게 되었다. 조형물 하나하나가 모두 제주에서 난 것들이다. 현무암, 색색깔로 칠한 소라껍질, 조개껍데기까지. 지역 특색을 이보다 더 잘 반영하여 표현할 수 있을까. 조형물을 찬찬히 살펴보나 첨 아기자기하고 따뜻하고 정겨워 웃음이 난다.

2코스의 종점이자 3코스의 시작점, 모든 올레길의 종점은 다음 코스의 시작점이다

종점까지 다 걷고 택시를 타고 다시 시작점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일행의 차에 타니, 흐릿흐릿했던 하늘에서 비가 오기 시작한다. 이렇게 운이 좋을 수가. 함께 이야기만 해도 좋고, 유쾌한 사람들과 함께 해서일까. 2코스에 대한 기억은 나에게 날씨까지 온힘을 다해 도와주었던 행복한 코스로 기억에 남는다. 중간에 대수산봉을 오르고 내려오다 두번이나 연속으로 엉덩방아를 찧었음에도 말이다.

올레길 2코스 완주, 다음번에는 도장을 더 잘 찍고 싶다.

길을 걷다보면, 다 비슷비슷한 길 같아도 똑같은 길은 하나도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특히, 올레길을 걷다보면 길이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길은 살아숨쉰다. 길은 그곳을 지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기 때문이다. 그리고 올레길 한코스, 한코스는 생각보다 많이 길다. 그렇기에 올레길을 걷다보면 동행과 이야기를 할 시간도, 생각을 할 시간도 굉장히 많이 주어진다. 그래서일까. 누구랑 같이 걷냐에 따라 올레길의 주요 화제는 물론이거니와 전체적인 분위기도 많이 달라진다. 유달리 유쾌하고 수월했던 2코스. 다음 올레길에는 어떤 이야기를 담아볼까.

매거진의 이전글 올레6코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