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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seudonysmo Nov 09. 2019

더 플랫폼 (El Hoyo, 2019)

직유에 가까운 얄팍한 논평, 강렬한 비주얼로 덮다.

https://www.imdb.com/title/tt8228288/

구덩이(Hoyo)가 있다. 구덩이는 수없는 층으로 되어 있고 가운데에 뻥 뚫린 구멍으로는 진수성찬이 놓인 넓은 콘크리트 판자가 수직 하강하며 층마다 멈춘다. 여기까지는 뭐 그러겠거니 하겠는데....

각 층에 배치된 2인은 단 한 가지 만을 가지고 구덩이에 들어와 윗 층의 사람들이 먹고 남은 음식을 먹으며 한 달을 버티고, 다른 층으로 랜덤 하게 재배치된다.
누군가 음식을 챙겨두는 순간 그 층의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상승/하강해서 그 두 사람의 생명을 뺏는다.

결국, 큐브와 설국열차가 합쳐진 작품이다. 이 시스템으로 몰아넣은 주체는 드러나지 않으며 각 계층이 철저하게 분리되며 동일 계층 내의 갈등이 등장한다는 점에서는 기생충이 연상되기도 한다.


영화는 극단적인 상황에 놓였을 때 인류가 쌓아 올린 문명과 이데올로기, 이성과 감성이 어떻게 무너지는 지를 보여주는 데 집중한다.

문제는, 그뿐이라는 것.

기본 전제 또한 직유에 가까워 메시지가 명확하고, 예상치 못한 반전이나 더 확장되는 내러티브 또한 없다. 심지어 주인공이 내적 갈등을 겪는 후반부 성경 구절이 뒤에서 울려 퍼지는 순간에 다다르면 어이가 없어 실소가 터질 지경이다.


다만, 90분의 러닝타임을 꾸준히 끌고 나가는 힘은 다양한 인간군상을 땔감 삼아서 끊임없이 보여주는 충격적인 비주얼들이다. 데뷔작이기 때문인지 시각적 충격은 끝을 모르고 뻗어나가고 이 덕에 화면에서 눈을 떼기가 힘든 것은 사실이나, 이 탓에 얼핏 내러티브 상의 울림으로 배치해 둔 도구가 별 것 아닌 것으로 축소되어버리는 단점도 보인다.


2019년 시체스 판타스틱 영화제 최고 작품상 수상작

2019년 토론토 영화제 Midnight Madness 섹션, Grolsch People’s Choice Award 수상작

Netflix에서 판권을 샀다고 하니, 곧 스트리밍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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