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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seudonysmo Dec 22. 2019

스타워즈-라스트 제다이: 영웅 서사에 날리는 쌍 엿

‘과거는 죽게 내버려둬. 필요하다면 죽여.’

이번 주, 드디어 스타워즈 에피소드 9가 개봉했다. 마드리드 모 극장에서는 개봉 전 날 마라톤 상영회도 열렸지만 8개의 영화 전체를 보러 갈 엄두가 나질 않아 ‘에피소드 8: 라스트 제다이’만을 넷플릭스에서 보았다.

https://www.imdb.com/title/tt2527336/

개봉과 동시에 수많은 스타워즈 팬들의 분노를 받아내며 심지어 ‘어떻게 우주에서 떨어트린 폭탄들이 아래로 떨어지냐!’는 질문들까지 대항해야 했고, 한 배우의 SNS를 파괴시키기까지 한 영화.

광선검 들고 싸우는 사람들이 영웅인 영화에서 많이도 기대한다.

스타워즈 시리즈의 광팬이 아닌 내가 가장 최고라고 생각하는 작품은 여전히 ‘에피소드 8’인데, 시리즈에서 가장 진보적이고 급진적이며 민주적이기 때문.

도입부, 광선검을 쿨하게 던진 루크로 영화 전체의 입장을 대변한다
조지 루카스의 인생을 따라, 세 개의 트릴로지

세 개의 트릴로지로 구성된 ‘스타워즈’를 보자면 조지 루카스의 인생곡선을 따르는 것도 같다.


젊은 시절 만든 오리지널 트릴로지는 아버지로 대표되는 기성 집단에 대한 전복을 담으며 ‘한 솔로’라는 쿨한 안티히어로를 만들어내었고, 이후 기성세대의 일원이 되어버린 조지 루카스가 뒤늦게 만든 아나킨 트릴로지는 가족을 향한 사랑으로 미쳐버린 아버지상을 표현하는  미쳐버려 아버지 세대를 위해 노스탤지어 넘치는 오마주를 바치는 하다.

그를 지나 일선에서 은퇴를  조지 루카스를 두고 만들어진 최근의 트릴로지는 대놓고 그의 유산을 붕괴시키고 새로운 질서를 만들고자 한다.
물론 포그가 나와서 좋아하는 것도 큰 이유 중 하나
뜨거운 영웅은 화재만 발생시킬 뿐

여느 에피소드와 마찬가지로 무지막지한 스크롤이 지나고 난 뒤 시작된 우주 전투 장면이 끝나고 포 다메론과 레이아 공주가 나눈 대화는 이렇게 끝난다.

포: 그 임무에는 영웅들이 있었다고요!

레이아: 죽은 영웅들이지.

영화는 계속해서 영웅적이지만 독자적인 행동이 낳는 혼돈을 보여준다. 포 다메론의 돌격으로 인해 저항군은 결국 상대적으로 큰 피해를 입었고, 추적 장치를 떼어내기 위해 몰래 움직였던 핀과 로즈는 결국 임무에도 실패할뿐더러 저항군의 양동 작전도 위기로 내 몬다.

소박한 개인이 가지는 힘에 주목하는 영화

영화가 나왔을 당시 받았던 비판 중의 하나는 영화가 너무 어수선하고, 지루하며 쾌감을 이끌어주는 절정부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나는 이 어수선함이 더 현실적이고 영화의 매력을 더한다고 생각하는데 이것이야말로 위에서 말하는 ‘영웅 서사의 붕괴’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포, 핀, 로즈, 레이아와 홀도 장군까지 전쟁에서 묵묵히 자신이 맡은 일을 하는 과정들을 보여주는 데 집중하는 영화는 ‘루크 스카이워커’의 전설을 듣고 마당을 쓸러 나오는 칸토 바이트 행성의 소년이 저항군 반지를 본 뒤 하늘을 보는 뒷모습으로 끝난다.


묘하게 검사(제다이)의 뒷모습과 비슷한 느낌의 이 장면이야말로 제다이로 대표되는 일당백의 비현실적 영웅의 시대에 종말을 고하고, 소박한 개인이 가진 힘에 희망을 던지는 이 아닐까 싶다.


따뜻한 연대로 얻어내는 승리의 가치

많은 대사들이 있지만 내가 이 영화에서 제일 좋아하는 것은 로즈의 이 대사다.

We're going to win this war not by fighting what we hate, but saving what we love!

오리지널 트릴로지는 사실 아버지를 구원하고자 하는 영화였다. 다크사이드에 빠진 다스 베이더를 구원하고자 하는 루크 스카이워커의 이야기.


하지만 뒤에 만들어진 아나킨 트릴로지로 인해 이야기는 단순한 선/악 구도로 납작해졌고, 심지어 ‘어머니/아내/자식’을 구하기 위해 악역을 자처하게 되는 전형적인 가부장 콤플렉스의 나쁜 예가 되어버렸다.

로즈의 대사야말로 스타워즈가 가지고 있던 핵심으로의 회귀를 알림과 동시에 백인 헤테로 남성(조지 루카스) 의해 왜곡되어온  자체를 부수겠다는 선언과도 같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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