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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seudonysmo Dec 24. 2019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 (2019)

일관된 기획이 없었던 트릴로지가 가져다준 실망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보고 나온 지 하루가 지난 지금에서도 당최 이 영화에 대한 코멘트를 하는 것이 의미가 있나 싶은 의문이 든다. 이야기를  가치가 없기 때문.

https://www.imdb.com/title/tt2527338/

돌이켜 생각해보면 에피소드 7은 에피소드 4의 리메이크에 에피소드 5의 반전을 덧댄 영화였고, 이렇다 할 새로운 것은 없는 블록버스터였다.


아무것도 아닌 한 청년이 알고 보니 암울한 세태를 반전시킬 ‘새로운 희망’이었다는 내용. 여기에 올드 팬들을 끌어모으기 위해 오리지널 캐스트를 ‘혈연’으로 이어 붙인 전형적인 기획 영화라 할 법하다.


다만 에피소드 7가 가진 의의를 나름 찾자면 핵심 인물 둘(레이와 핀)이 가진 젠더/정치학적 전복 정도? 남성 캐릭터 없이 내러티브를 주도하는 여성과 주체성을 사진 스톰 트루퍼는 나름 신선하게 다가왔다.

그 이후 개봉한 문제작, ‘라스트 제다이’

https://brunch.co.kr/@pseudonysmo/119

라이언 존슨이 만든 이 작품은 트릴로지의 중간 다리이자 척추의 기능을 해야 하는 작품이었는데, 여기서 스타워즈 시리즈의 기존 가치와 구조를 대놓고 부정하고 파괴시키고 만다.

“사실 너는 아무것도 아니고, 혁명은 영웅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노력이 합쳐져서 완수되는 것이다”

그러고 나서 J.J. 에이브람스가 다시금 감독직을 잡고 내놓은 트릴로지의 마무리는.... 라스트 제다이가 깨부순 시리즈의 잔재들을 애써서 다시 풀로 붙이려는 시도로  시간 반을 채운다.


기능으로만 존재하는 인물들과 대사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의 모든 인물들은 에피소드 7이 목표로 잡았던 그 지점과 가치를 복구하기 위해서 ‘기능’한다.


레이는 기존 스타워즈의 질서로부터 가치를 부여받는 존재여야 하며 그 가치는 카일로 렌이 부여받은 가치와 연계된다. 에피소드 7에서 팬들에 의해 만들어진 ‘퀴어 베이팅’도 착실하게 쌓아올려가되 디즈니다운 가족적 가치도 제시해야 하는 것.


결국,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는 모든 등장인물들이 상호작용을 이루지 못하는 일방통행으로 채워진 영화가 되어버려서 적절한 클라이막스를 쌓아올릴 여유조차도 가지지 못한다.


눈 앞에서 많은 것들이 펼쳐지지만 관객은 그것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다. 그것이 ‘왜 그런가’에 대한 적절한 답을 받기 전에 영화는 에피소드 8의 다음 잔재를 복구하고 있기 때문.

디즈니가 가진 기획력이 겨우 이 정도?

내가 에피소드 9에 실망한 이유는, 새로운 시리즈물의 발표 당시 에피소드 7-8-9로 이어지는 ‘새로운 트릴로지’가 기획되었다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에피소드 9가 이렇게 죽은 자식 불알 만지듯이 에피소드 8의 안티테제를 강박적으로 쌓아 올리지 않고 그 방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새로운 마무리를 제시했다면 큰 반감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에피소드 9를 보고 난 지금은 이 트릴로지에 애초에 거대한 일관성 있는 기획이나 창작자의 비전이 없었다는 것이 너무 투명하게 느껴진다.

결국 에피소드 7-8-9는 돈을 벌기 위해 만들어진 추가 시즌에 불과했던 것.

모든 상업 영화들이 결국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영화를 만드는 것은 맞지만, 이 정도로 완성도가 없는 트릴로지가 심지어 디즈니라는 거대 자본에서 등장하는 것은 소비자 기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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