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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seudonysmo Dec 30. 2019

Fin de Siglo (2019)

단편이었어야 했던 장편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스페인의 왓챠인 필민(Filmin)이 야심 차게 스페인 수입/배급을 추진한 아르헨티나/미국 합작 영화인 Fin de Siglo를 보았다. 넷플릭스와 마찬가지로 이 영화는 스페인 내 극장 개봉과 동시에 필민에서도 스트리밍 공개가 진행되었다.

왓챠도 인디영화 배급으로 사업을 확장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잠깐 해보았다...

뉴욕의 마케팅 회사에서 일하며 시 잡지(....) 발행을 사이드잡으로 하던 중, 20년 동안 이어졌던 연애를 마무리짓고 휴가 차 바르셀로나로 온 아르헨티나인 ‘오초(Ocho)’의 이야기이다.


우연히 만난 ‘하비(Javi)’와 하룻밤을 보내고, 며칠 뒤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 사실 이들이 20년 전, ‘세기의 끝(fin de siglo)’이었던 1999년 한 번 만난 적이 있다는 게 밝혀진다.


크게 세 개의 장(act)으로 구성된 영화이다. 이 두 인물이 2019년에 다시 만나는 도입부는 이들이 처음 만나 성 정체성을 자각하게 된 1999년의 본론으로 이어지고, 난데없이 마술적 리얼리즘으로 연결 짓는 ‘what if’의 부록으로 결론을 맺는다.


문제는, 도입부와 마지막 세 번째 장이 불필요했다는 것이다. 영화는 ‘20세기의 끝’과 20년 만의 재회라는 콘셉트에 몰입되어버려서 둘의 만남을 납득시키기 위해 도입부를 너무 질질 끌고, 후반부에서는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끝까지 쥐어짜내는 구성.

전체적인 톤이 드라이하고 깔끔했던 것에 비해 매우 아쉬운 지경

차라리 이러한 지점들을 들어내고 중/단편으로 만들었다면 훨씬 더 깔끔한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과도하게 쥐어짜는 연출을 제외한 영화의 나머지는 나쁘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아쉽다. 두 인물이 보여주는 앙상블은 굉장히 좋았고, 영화의 톤도 드라이해서 매우 좋았다. 중간중간 ‘구토’와 같은 클리셰 적인 도구들이 있긴 했지만.


Virgen de Agosto도 그렇고, Dies que vendrán도 그렇고 스페인어권 인디 영화들은 죄다 홍상수 영화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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