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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seudonysmo Feb 13. 2020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거품이 되어버린 스페인의 꿈

그리고, '기생충'의 성공을 바라보는 스페인의 여러 시선들

현지 시각으로 지난 9일(일) 개최된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총 4개 부문에서 수상함과 동시에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각본상', '감독상', 그리고 '작품상'까지 휩쓰는 기염을 토했다.

그렇다면 스페인은?
총 3개 부문에서 수상을 기대했던 스페인, 결국 쓸쓸히 무관을 기록하다

스페인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성과를 얻기를 은근히 기대하고 있었는데, 페드로 알모도바르(Pedro Almodóvar)의 페인 앤 글로리(Dolor y Gloria)의 계속되는 후보 지명도 있었지만 세르히오 파블로스(Sergio Pablos)의 2D 장편 애니메이션 클라우스(Klaus)가 훌륭한 성과를 얻었기 때문이었다.

https://www.imdb.com/title/tt4729430/?ref_=fn_al_tt_1 

산타 클로스의 기원을 다룬 이 애니메이션은 스페인 거대 미디어 그룹인 아트레스메디아(Atresmedia)와 SPA 스튜디오가 제작하여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었다. 이후 영국 아카데미(BAFTA)의 장편 애니메이션 부문(Best Animated Feature Film), 그리고 애니메이션 영화에서 가장 권위 있다고 여겨진다는 애니 시상식(Annie Awards)에서 최우수 작품(Best Animated Feature)을 포함해서 6개 부문을 석권.


그러나 2020년 최우수 장편 애니메이션은 토이스토리 4에게 넘어갔고, 페인 앤 글로리 또한 후보에 올랐던 두 부문(남우주연상, 국제영화상)에서 수상에 실패하면서 스페인에서 만들어진 작품들 모두가 아카데미 수상에 실패하였다.

'기생충'의 성공을 바라보는 스페인의 여러 시선들

아카데미 시상식 결과가 발표된 뒤 스페인 주요 언론에서는 기생충의 성공을 바라보는 여러 가지 기사들이 올라왔는데, 여기서는 크게 파코 플라사(Paco Plaza, REC의 감독), 그리고 산 세바스티안 영화제와 시체스 영화제의 집행위원장의 기고문을 통해 '기생충의 성공'을 바라보는 스페인의 시선들을 한번 보려고 한다.

파코 플라사(Paco Plaza) 감독: 탁월한 사회 묘사, 꾸준한 교육 투자, 그리고 세계적 장르 영화의 흥행

REC 시리즈와 베로니카 등 호러/스릴러 영화를 만들어 온 발렌시아 출신 감독은 기고문을 통해 크게 세 가지를 짚었다(기고문 보기). '기생충'이 봉준호 감독의 지난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작가의 스타일을 가진 채 장르 영화의 체를 통해 걸러진 사회 영화(Cine social pasado por el tamiz del cine de género con una estilización de autor)'라는 점. 한국이 80/90년대 교육에 대해 강도 높은 투자를 했기에 이룰 수 있었던 성공이라는 점을 들며, 오랫동안 프랑스의 영화 정책을 벤치마킹해 온 스페인이 참고해야 하는 것은 되려 역사적인 배경(군사 독재) 등 비슷한 성격을 지닌 한국이라는 점을 짚었다. 마지막으로 감독은 기예르모 델 토로(Guillermo del Toro)의 계속되는 아카데미 후보 지명을 통해 장르 영화가 꾸준히 인기를 끌어왔으며 여기에 외국 국적의 아카데미 회원의 증가가 가세해 '기생충'의 성공이 있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산 세바스티안 국제 영화제 집행위원장: 칸느 영화제보다도 우리가 먼저 '봉'을 발견했다!

산 세바스티안 국제 영화제 집행위원장인 호세 루이스 레보르디노스(José Luis Rebordinos)는 엘 파이스에 실린 짤막한 기고문(링크)을 통해 "지난 19년 5월 칸느 영화제가 봉준호의 작품에 황금종려상을 주었지만, 그를 먼저 발견한 것은 2000년 그의 작품 '플란다스의 개'를 발견한 뒤, 2003년 '살인의 추억'에 은 조개상(Concha de Plata)을 수여한 산 세바스티안 국제 영화제였다!"라는 내용을 밝히며 '우리가 먼저 발견한 보물이다!'를 시전. 마니아의 자랑 부심은 세계 어디서나 같은가 보다.

시체스 판타스틱 영화제 집행위원장: 오랫동안 한국영화를 지지해 온 것은 다름 아닌 스페인 영화계

시체스 판타스틱 영화제 집행위원장 앙헬 살라(Ángel Sala)는 역시 카탈루냐 대표 언론사인 라 방과르디아(La Vanguardia)에 기고문을 냈다(링크). 그는 기생충이 작품상과 국제영화상을 동시에 탔다는 을 들며 '아카데미의 기준 없는 상 수여에 대한 제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새프디 형제의 '언컷 젬'이 후보에 오르지도 못한 점을 지적하며 기생충의 성공은 작년 '그린북'의 수상으로부터 비롯된, '무시되는 재능들과 다양성 부족에 대한 아카데미 회원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이라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기생충'의 성공은 한국의 영화 산업 모델에 대한 한 순간의 관심을 보여주지만 한국의 '작가주의 감독에 의한 작품 제작' 플랫폼 기반에서 빠르게 제작되고 지역적으로 소비되는  콘텐츠 시장에서는 사용되지 않는 사업 모델이라고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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