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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seudonysmo Feb 27. 2020

스페인의 슈스케에서 일어난 투우 관련 논쟁

영화 '귀향(Volver)'의 주제가 공연에서 투우를 옹호하다

스페인의 슈스케라고도 할 수 있는 가창 경연대회인 Operación Triunfo의 세 번째 리뉴얼 시즌이 진행중이다. 이 프로그램은 크게 스페인 전역에서 오디션(스페인에서는 casting이라고 부른다)을 거쳐 선발된 아이들을 일종의 아카데미에 넣어 이런 저런 것들을 가르치면서 매 주 라이브 무대(Gala)를 선보인 뒤 매 주 한 명을 탈락시키며 우승자를 선정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JFbXIbBSjtI

이번 시즌에서 내가 가장 응원하는 플라비오(Flavio)

2017년 국영 RTVE가 부활시킨 첫 해 아이타나(Aitana), 아나 게라(Ana Guerra), 아마이아(Amaia), 알프레드 가르시아(Alfred García) 등의 차세대 스타들을 배출시키며 성공적인 첫 신호탄을 올렸으나 2018년 두 번째 시즌에서는 우승자 페이머스(Famous, 놀랍게도 실명이다)와 유로비전에 진출한 미키(Miki)를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그리고, 2019년 말에 시작한 세 번째 시즌은 나락으로 가라앉고 있다.

RTVE도 이러한 미적지근한 반응을 눈치챈 듯 앞선 두 개의 시즌을 통해 차년도 유로비전 진출자를 선정했으나 올해는 별도로 참가자를 선정하여, 블라스 칸토(Blas Canto)라는 가수가 참가할 예정. 그런데 지난 2월 25일 방송 내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영화 '귀향(Volver)'의 주제가 듀엣 공연에서 원곡 가수인 에스트레야 모렌테(Estrella Morente)가 도입부 가사를 사전 협의 없이 갑자기 즉흥적으로 추가한 것이 갑자기 논란을 일으켰다.

https://www.youtube.com/watch?v=RhsaI-vIUeE

추가된 가사는 "Ni el torero mata al toro, ni el toro mata al torero. Los dos se juegan su vida a un mismo azaroso juego. No trafiques con su alma, no le perdonéis la vida al toro bravo en la plaza, que humana cobardía robarle al toro su muerte a solas y en su agonida"로, 대략 이러한 뜻.

투우사가 소를 죽이는 것도 아니고, 소가 투우사를 죽이는 것도 아니다. 둘은 각자의 생명을 동일한 선상에서 내걸고 게임을 하는 것. 그 영혼을 두고 장난치지 말 것이며 인간의 비겁함이 광장의 위엄한 소와 그의 외롭고 고통스러운 죽음을 훔쳐가지 못하게 하라.

명백하게 스페인에서 끊임없이 동물 학대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투우 경기(Tauromaquia)를 옹호한 것. 이 노래 귀향(Volver)의 원 가창자이자, 영화 속 페넬로페 크루즈(Penelope Cruz)의 목소리를 대신한 가수 에스트레야 모렌떼(Estrella Morente)는 투우사 하비에르 꼰데(Javier Conde)의 부인이자 그와 함께 스페인 남부에서 투우 관련 사업을 지속적으로 해왔다(관련 기사).

이를 두고 사람들은 앞선 방송에서 참가자 중 한명인 마이아렌(Maialen)이 투우사들을 '나치들'이라고 부르며 투우 경기에 세금을 통한 후원이 진행되는 것에 대한 반대 입장을 표명 한 것에 대한 반응이라고 보기도 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4lrWBEI-REY&feature=emb_title

RTVE는 '이는 개인의 의견일 뿐'이라고 발표하면서도 논란에 대해 사과입장을 표명하였다.

현재 스페인에서 투우는 1991년 ‘문화 유산’으로 지정된 이후 계속 유지되고 있다. 이후 카탈루냐와 발레아레스에서 투우를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고 바르셀로나의 투우장은 쇼핑센터로 바뀌기도 했지만, 위의 법안은 이후 중앙정부에 의해 위헌 판결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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