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유난히 여유로운 마드리드의 5월
한국의 5월은 어린이날과 석가탄신일로 인해 여유로운데, 마드리드의 5월 또한 그렇다. 노동절, 마드리드의 날, 그리고 마드리드 수호성인인 산 이시드로(San Isidro)의 날이 한 달에 몰려있기 때문인데, 내가 스페인에 갓 도착했던 2017년에는 노동절과 마드리드의 날이 월요일과 화요일에 연달아 있었고(5월 1일과 2일), 산 이시드로(San Isidro)의 날(5월 15일) 또한 월요일에 있어서 상당히 여유로웠다.
Chulapo를 입고, 산 이시드로 언덕에서 추는 Chotis 춤
이런저런 공연과 행사들이 많지만 산 이시드로 축제를 기념하는 가장 전통적인 방식은 전통의상인 Chulapo를 입고 전통 춤인 Chotis를 추는 것. 사람 얼굴만 한 거대한 카네이션(clavel)을 머리에 꽃은 채 산 이시드로 언덕(Pradera de San Isidro)에 모여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고, 해 질 녘이 되어 레띠로 공원으로 이동해 저수지에서 불꽃놀이를 보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스페인에서 나는 그 해의 공휴일을 연초에 항상 확인해야 했다.
이건 스페인의 휴일 관련 규정 때문인데, 첫 번째로는 스페인 전역에서 쉬는 휴일과 마드리드 주만 쉬는 휴일이 따로 있기 때문이고, 두 번째로는 매년 법에 의해 정해진 법정공휴일 수를 채우기 위해 노사정간 협의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마드리드 수호성인을 기리는 산 이시드로의 날이나, 마드리드 수호 성녀(이들은 성인도 기리다 못해 성녀도 기리면서 휴일을 만들었다)인 알무데나 축일(Día de Almudena)은 마드리드 외 지역에서는 휴일이 아니다.
두 번째는 좀 독특한데, 우리나라처럼 공휴일이 매년 정해져 있어서 만일 그 날짜가 일요일에 걸쳐 있는 경우 연중 휴일이 줄어드는 것과는 달리 스페인은 매년 정해진 최대 휴일인 14일(이 중 이틀은 지방 휴일이어야 함)을 맞추기 위해서 휴일을 분배한다! 그러니까, 올해 현충일이 일요일에 해당되어 저 14일에서 하루가 줄어들게 되는 상황이 생기면 매년 초 협의를 할 때 이를 충당하는 하루를 합의하여 새해를 시작하는 것. 또한 법령으로 이 합의사항이 반영된 Calendario Laboral을 사측이 노동자 측에 공지해야 하는 의무가 있어 연초마다 우리는 명함 크기의 달력을 하나씩 받은 뒤 휴일을 확인했다.
매년 초 휴일을 일일이 확인해야 하는 번거로움은 있었지만, 그만큼 노동자가 쉴 권리를 보장받는 느낌이 들어서 좋은 제도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게다가, 대부분의 대체휴무일이 월요일에 있었기에 연초부터 올해의 휴일을 보며 휴가를 떠날 생각에 힘이 나기도 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