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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seudonysmo Apr 12. 2021

사돈 간 내외는'K-컬처'만의 것이 아닐지도.

영국 왕실 이름 표기에서 드러나는 스페인 언론사의 관점

지난 4월 9일, 영국의 필립 경이 사망했다. 이 글을 쓰면서 '영국의 국왕'이라고 쓰고 무언가 이상한 느낌이 들어 '필립 경'이라고 썼을 정도로 여왕 엘리자베스 2세의 그늘 아래서 평생을 살다 떠난 셈인데, 내 핸드폰에는 연달아 두 개의 푸시 알림이 떴다.

스페인 언론사와 미국 언론사의 연이은 푸시 알림.

위의 알림을 찬찬히 보면 영국인인 '필립(Philip)'을 스페인어로 음차 해서 '펠리페(Felipe)'라고 쓴 것을 볼 수 있다. 신기하게도 스페인 언론사들은 영국 왕실 사람들의 이름을 모두 스페인어화 해서 기재하는데, 이는 상대적으로 최근 서비스를 시작한 인터넷 언론 엘 디아리오(elDiario)나 허핑턴포스트도 그러하다.

흥미로운 것은, 왕세빈들은 이런 대접(?)을 받지 못한다는 것
엘빠이스(El País)에서 케이트 미들턴을 검색하면 나오는 결과

윌리엄 왕자(Príncipe Guillermo)와 결혼한 케이트 미들턴은 그대로 'Kate Middleton'으로 표기되고, 그들 사이에서 낳은 딸인 샬럿 공주는 'Carlota de Cambridge'로 표기된 것을 볼 수 있다. 이런 표기는 메간 마클(Meghan Markle)과 결혼한 해리 왕자(Enrique de Sussex)에게도 적용된다. 친구들에게 '대체 왜 이런 표기법이 적용되는가'를 물어보았으나 그 누구도 뚜렷하게 그 이유를 알지는 못했고, 막연하게 '결국 왕실 놈들은 거슬러 올라가면 다 한 핏줄이라서 그런 것이 아닐까?'라는 두루뭉술한 대답만 돌아올 뿐.

그런데 검색을 하던 중, 흥미로운 기사를 하나 발견했다.

케이트 미들턴의 결혼 관련 보도를 하던 중, 결혼식 몇 분 만에 케이트(Kate)에서 까따리나(Katarina)가 되었다는 스페인 국영방송(RTVE)의 보도. 기사 내의 설명은 대략 이러하다.

"스페인에서는 유럽 왕가의 일원의 이름을 가능한 범위에서 관습적으로 번역하도록 되어 있다. 이것은 스페인어화 하는 것이 아니라 '번역'하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결국 이 기사에 따르면 케이트 미들턴과 메간 마클의 이름도 규칙 상 번역해야 하지만 언론사들이 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공주와 결혼한 남성의 경우에는 어떻게 하고 있을지가 문득 궁금해졌다. 찰스 왕세자와 다이애나 왕세자비 사이에는 공주가 없으니 한 세대 더 위로 올라가서 찰스 왕세자의 여자 형제인 앤 공주와 관련된 기사를 찾았다(링크).

기사 중간을 보면 마크 필립스(Mark Philips)가 영어로 기재되어 있는 것이 보인다.

결국 남녀를 불문하고, 왕실에 시집/장가를 든 사람들은 암묵적으로 '왕실에 속한' 사람들은 아니라는 인식이 스페인 언론사들에 심어져 있는 것도 같다. 

만일 그렇다면, 이제 더 이상 영국 왕실 소속이 아닌 해리 왕자의 표기는 앞으로 Harry Windsor가 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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