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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seudonysmo Mar 16. 2021

도미노처럼 무너지는 스페인

주4일제 논의는 하지도 못하게 생겼다.

거의 40년 동안 집권해 왔고, 영원히 집권할 것만 같았던 무르시아(Murcía)의 국민당(Partido Popular, PP)이 갑자기 시민당(Ciudadanos, Cs)와 이룬 연정 정부를 잃을 때만 해도 이게 스페인 전역을 뒤흔들 파장의 시작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지난 총선에서 중앙 정부를 집권한 노동당(PSOE)과 Podemos 연합의 좌파 세력을 견제하기 위해 중도 우파인 국민당(PP)과 손잡은 시민당(Cs)은 장기간 안달루시아를 집권해오던 노동당을 내몰고 몇십 년 만에 우파 정권을 세우기에 이르렀다. 이들의 연합을 통해 마드리드 주 정부, 시 정부 역시 우파 세력이 집권하게 되었고 국민당의 기존 세력이 다소 약해졌던 그들의 표밭 무르시아(Murcía)에서도 시민당의 도움을 통해 정권을 유지하는 데 성공. 그러나 두 정당의 연합은 계속해서 균열을 발생시키고 있었는데, 가장 큰 문제는 역시 무르시아의 연정 정부가 극우정당 Vox과의 연합을 필연적으로 담보하는 조합이었기 때문이었다.

오른쪽 세 정당의 연합으로 구성되어 있었던 무르시아 정부는 결국 Vox라는 암을 이겨내지 못하고 터져버렸다.
중도 정당에서 반총리 세력으로 변모하며 겪은 정체성의 혼란

시민당(Ciudadanos)은 중도 정당을 표방하고 있다. 기존 국민당/노동당의 양당 구조를 벗어나 새로운 정치세력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만들어진 이 정당은 비슷한 시기에 완전히 좌익 성향을 가진 Podemos 연합(Unidas Podemos)과는 다른 길을 걸었다.

통상 중도 정당들은 양 극단에 있는 정당들을 견제하며 어느 세력이 독주하지 못하도록 하는 역할을 하는데, 지난 2018년 이후 노동당의 페드로 산체스(Pedro Sánchez) 총리에 대한 적개심에 불타버린 시민당의 전 대표 알베르 리베라(Albert Rivera)의 광기(....) 끝의 사퇴를 거치며 시민당은 거의 소멸 직전까지 몰렸다.

그리고 그의 바통을 이어받은 새로운 당 대표 이네스 아리마다스(Inés Arrimadas)는 기존의 반 PSOE 기조를 이어갈 뿐 지도자로서의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혹평에 시달리고 있다.

극우 Vox에 대한 손절, 조직적인 것일까?

무르시아(Murcía)에서 시작된 극우파(Vox)-중도우파(PP)-중도(Cs) 연정 고리의 파행은 스페인 전역을 뒤흔들며 카스티야 이 레온(Castilla y León), 안달루시아(Andalucía)를 비롯한 다양한 지역에 그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심지어 마드리드 주 정부는 시민당이 현재 마드리드 주 정부를 집권하고 있는 국민당(PP)의 이사벨 디아스 아유소(Isabel Díaz Ayuso)에 대한 불신임안을 제출하려는 움직임에 뒤이어 이른 지방선거를 앞두는 중. 문제는 이 과정에서 중도당 시민당(Cs)의 대표 이네스 아리마다스가 '절대 없을 것'이라고 확언한 노동당(PSOE)과 시민당(Cs)의 연합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시민당의 리더십 부재로 인해 '중도정당'으로서의 이미지를 급격하게 잃어가며 소멸 위기에 놓인 시민당에 불만을 가진 당원들이 극우정당과의 협력을 견디지 못하고 여기저기서 파행을 일으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마드리드 주 지방 선거를 위해 스페인 중앙 정부의 부통령이 자신의 직책을 버리고 선거를 출마하겠다고 어제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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