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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seudonysmo Feb 14. 2021

밸런타인데이에는 지방선거: 카탈루냐

'스페인 정은경 효과(Efecto Illa)'는 결국 실패로.

2월 14일 일요일은 카탈루냐 지방선거가 개최되는 날이다. 스페인 전역에서 코로나 확산이 다시 심해짐에 따라 세 달 정도 연기시키자는 주장이 제기되었으나 기각당했다.

시민당의 빈자리는 누가 채우게 될까?

지난 2017년 당시에는 엄청난 활기를 띠고 있었던 시민당(Ciudadanos, Cs)가 스페인 중앙 정계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건을 통해 거의 소멸하다시피 한 상황에서, 비등한 수준으로 세력을 나눠가지던 카탈루냐 지역 정당 세 곳(Junts per Catalunya, ERC, PSC)이 그 빈자리를 나눠가져 갈 것이 거의 당연해 보인다.

실제로도 엘 빠이스에서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자면 급격하게 소멸한 시민당의 지지율과, 거의 비등하게 20퍼센트씩 세 정당이 나눠가진 가운데 PSC가 살짝 앞서는 모습을 보이는데. 유독 PSC가 미세하게 앞서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스페인 정은경'을 앞세운 PSOE(PSC), 왜 이렇게 안달일까?

중앙정부 집권 중인 노동당(PSOE)은 카탈루냐 지부인 PSC를 통해 이 지방선거에 참가한다. 이들은 판데믹에서 나름의 성과를 내며 국민들의 신뢰를 얻은 보건부 장관 살바도르 이야(Salvador Illa)를 카탈루냐 지방선거에 내세우며 'Efecto Illa(이야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그는 이 선거를 위해 보건부 장관직을 사임하고 선거 캠페인에 돌입하였고, 일각에서는 이로 인한 보건 행정 공백을 걱정한 것도 사실이다.

왜 이렇게 카탈루냐 선거에 모든 것을 걸고 있을까?

PSC를 제외한 두 정당(Junts per Catalunya, ERC)은 카탈루냐 독립을 꿈꾸는 지역정당들이다. 노동당은 이 중 ERC와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었고 ERC 또한 이들과의 협상을 통해 카탈루냐 독립운동 과정에서 투옥된 정계 인사들을 빼내려고 했기에, 일종의 전략적 연합이 발생하고 있었다.

그러나, ERC의 도움을 받아 취임한 이후 계속해서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이는 총리 페드로 산체스(Pedro Sánchez)에 모두가 질려갔고, 급기야 몇 주 전 유럽연합 구호금을 통해 스페인 경제를 부양하는 정책을 의회에서 통과하는 과정에서 ERC가 PSOE에 반대표를 행사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경기부양책은 어이없게도 PSOE가 그렇게 비판하던 극우정당 Vox의 기권표로 인해 간신히 통과되었다.

더 이상 PSOE/PSC는 ERC마저 믿을 수 없는 상황이 되었고, 여기에 더해 카탈루냐 지방정부(Generalitat)가 카탈루냐 정치범들을 석방하는 상황까지 벌어지자 ERC의 입장은 더욱더 굳건하게 돌아서게 된다.

선거 이후, 과반 의석 구성은 어떻게 될까?

스페인의 정치는 항상 '과반'에 대한 집착이다. 현재 각각 20/20/20을 사이좋게 나눠가진 상황에서 PSC가 최다 득표를 한다고 해도 나머지 Junts per Catalunya와 ERC가 각각 20, 총 40%를 가져가게 될 것이기에 이들과의 협력을 하지 못하면 PSC는 최다 득표를 얻고도 결론적으로 선거에 실패하게 될 것이 뻔하다. 결국 'Efecto Illa'는 허상에 불과했던 셈.

굳이 따지자면 우파인 Junts per Catalunya와 좌파인 ERC가 서로 갈라서고, ERC가 마지막으로 PSC와의 협력을 가져가면서 (바르셀로나 시 정부를 집권하는 En Comu Podem까지 합친)좌파 연합을 구성하는 것이 PSC에게는 마지막 희망이 될 수 있을듯 하나...

결국 Junts per Catalunya와 ERC가 마음을 합치고, 나머지 카탈루냐 지역정당들을 규합하여 과반을 구성하는 방식으로 지난 선거와 비슷한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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