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seudonysmo Apr 09. 2023

68세의 나이에 대리모로 얻은 딸, 사실은 손녀?!

스페인의 배우 아나 오브레곤 사건.

최근 스페인을 뒤흔들 것이라고 예상했던 스페인 총리의 중국 방문은 단 한 장의 사진으로 인해 소소한 이야깃거리로 전락하고 말았다.

심지어 마치 본인이 직접 낳은 것처럼 사진을 찍었다.

2019년 암 투병 끝에 아들을 먼저 떠나보낸 뒤 연예계를 장정적으로 은퇴하듯 떠나 있었던 여배우 아나 오브레곤(Ana Obregón)이 68세의 고령에, 심지어 스페인에서는 불법인 대리모를 통해 미국에서 딸을 받아 병원에서 나서는 사진이 스페인의 유명 황색 언론지(Prensa Rosa)인 ¡Hola! 지에 표지로 실렸다.

더욱 이해되지 않는 부분은 이 사진이 공개되기 약 2주 전 엘 빠이스(el País)지와의 인터뷰에서 마치 아들을 않은 뒤 3년 동안 집에서 두문불출한 채 지냈고, 2023년의 신년 타종행사로 첫 일정을 시작하여 조심스럽게 다시 사회활동을 시작한다고 밝힌 지점이었다. 인터뷰 동안 그녀는 아들을 추모했던 3년 동안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출간할 예정이며, 아들의 이름을 딴 재단으로 자선활동을 할 것이라는 이야기만 하며, 정확히 2주 뒤에 태어날 자신의 딸에 대해서는 그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당시 인터뷰를 진행했던 기자는 그 표지를 본 순간의 감정을 '마치 사기당한 기분(estafada)'이라 표현했다.

인생의 황혼기에 자녀를 잃은 뒤에 모국에서는 법으로 금지된 방식으로 다른 여성의 자궁을 구입해서 새로운 아이를 얻고, 메인스트림 매체와의 인터뷰에서는 자식을 잃은 슬픔에 대한 이야기만을 한 뒤,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일 년 이상의 시간을 거쳐 낳은 아이를 정식 입양도 전에 잡지 표지를 통해 공개하는 여성. 이로 인해 스페인 사회에서는 대리모 출산에 대한 논쟁이 다시 시작되었다.

내가 궁금했던 것은 아이를 '낳기로' 한 결정이었다. 태어난 아이에게도 가혹한 일이고, 자신의 자궁을 내어주며 출산과정을 거친 정체불영의 대리모 또한 엄청난 고생을 한 것이다. 오로지 자신이 아이를 갖고 싶다는 이기적인 욕심이라기에는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 있는 것인지. 잃어버린 아이를 대체하고 싶은 마음인 것일까, 아니면 투병의 끝에서 구하지 못했던 아들을 대신해서 누군가의 생명을 구해 키우고 싶은 비틀어진 마음의 발로였을까. 그렇다면 왜 입양이 아닌 대리모 출산을 선택했는지.

그리고 무엇보다도, 인간은 자녀를 왜 낳는 것일까? 동물과는 달리 인간만이 생식행위를 번식 이외의 목적으로 사용하고 피임을 통해 재생산을 조절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기로 한다면 지세기의 문명에서 그것은 자의적인 선택인 경우가 많을 것이다. 다른 생영체를 이 세상에 데려와 수년간, 아끼고 사랑하고 책임져 저 키워내겠다는 결정. 사람들은 이 중차대한 결정을 어떻게 하는 것일까?

그러던 중, 이야기는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사실 새롭게 태어난 아이는 세상을 떠난 아들의 유언에 따라 아들의 DNA와 기증받은 난자로 대리모에 의해 태어난 손녀라는 것., 비록 호적상에는 아나 오브레곤의 딸로 등재되겠지만 아비지의 존재를 가르치고 손녀처럼 키우겠다고 한다.

나는 더욱더 큰 혼돈에 빠졌다.

자식을 먼저 떠나보내게 된 어머니의 슬픔이 대체 얼마나 크기에, 마치 프랑켄슈타인 박사의 실험과도 같은 복잡한 과정을 거치며 다른 여성들을 통해 새로운 생명을 고령의 나이에 얻는 것일까? 앞으로 이 아이는 대체 누가 책임지게 될 것이여 결국 후세를 남기고자 하는 한 남성의 비대한 자아, 그리고 그 욕망을 사후에도 이루어 주고자 하는 어머니의 뒤틀린 욕망 속에서 세 여성이 이용당한 것만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

매거진의 이전글 극우의 두 번째 탄핵소추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