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커닝 파트 1, 그리고 콘크리트 유토피아
톰 크루즈가 매 번 액션의 새로운 지평을 갱신하고 있는 시리즈인 [미션임파서블] 최신작에서 등장하는 악당은 사람이나 집단이 아닌, 0과 1의 컴퓨터 코드로 만들어진 AI, ‘엔티티’이다. 보다 더 깊게 들어가 보면 영화가 궁극적으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그 시스템을 이용해서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세상의 질서를 만들고자 하는 다양한 정부와 세력들인 것만 같지만.
그리고 몇 주 뒤 개봉한, 웹툰을 원작으로 개봉한 한국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에서는 천재지변으로 모든 것이 0으로 가라앉은 가운데 홀로 우뚝 선 아파트에서 살아남은 주민들을 중심으로 한 인간의 이기심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학군지 좋은 곳에 새롭게 지어진 아파트들 사이에서 상대적으로 낡은 아파트에 산다는 이유로 차별을 받던 사람들은 이제 외부인들을 바퀴벌레라고 부르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주민들이 세입자인지, 소위 ‘자가‘로 살고 있는지도 따지며 문명의 야만성을 거침없이 내보이기 시작한다.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커닝 파트 1]에서 엔티티가 모두의 관심과 공포를 동시에 자아내는 이유는, 디지털화된 정보를 무엇이든 순식간에 접근해서 조작할 수 있다는 데 있다. 등장인물의 말을 빌자면 엔티티로 인해 세계는 무엇이 진실인지, 그리고 거짓인지를 알 수 없는 상태에 놓이게 되고, 이 엄청난 AI 시스템에 대한 통제가 과연 가능하다면 국제질서의 흐름을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반면, [콘크리트 유토피아] 속의 세상은 이미 모든 체계와 질서가 무너진 곳이다. 기존의 화폐 체계는 더 이상 소용없고, 이전의 삶이 어떠했든 간에 모두가 평등하게(사실 평등하지는 않지만) 시작한 세상. 주인공 민성을 비롯한 화궁 아파트 주민들은 새롭게 재편된 세상 속에서 이전 세상의 패러다임을 기반 삼아 작은 질서와 체계를 만들어나가려 한다. 다만, 그들이 자각하지 못했던 아이러니는 그 체계 역시도 새롭게 재편된 세상의 패러다임을 핵심 안에 담고 있는 불균질 한 균형이었다는 사실이었다.
두 영화를 보면서 지금 2023년을 살고 있는 사람들의 가장 큰 공포는 본인이 굳게 믿어왔던 체계가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 있다는 공포, 그리고 그것이 비단 공상과학 혹은 은막의 스크린 속에서만 벌어지는 가상의 무언가가 아니라 눈앞에서 펼쳐질 수 있는 현실일 수 있다는 공포라는 생각이 들었다. 언뜻 견고하고 지속될 것만 같았던 제도와 관습은 생각 외로 쉽게 무너지고, 영화 속 AI가 아니더라도 이미 현실과 과거를 마음껏 수정해서 본인들의 입맛대로 주장하는 사람들은 존재한다.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사실들을 아무렇지 않게 믿고 주장하고, 사회가 합의한 도덕적인 가치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부정하기도 한다.
그러나 한 편, 과연 우리가 신뢰하는 체계와 인습은 과연 무결하고 완전한가? 지금도 기존 체계의 불완전함으로 인해 차별을 받고 핍박받는 사람들은 존재하고, 아무리 잘 짜인 체계도 그를 실현하고 활용하는 사람들의 손에서 왜곡되고 악용된다. 결국 황궁 아파트 주민들은 새롭게 재편된 체계에 적합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받아들이지 못해 좁은 콘크리트 유토피아 속에서 비극을 맞이했던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