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일 년이 다 되어가도록 아무것도 쓰지 못했다.
정확히는 머릿속에 스쳐가는 많은 생각들을 손으로 뭉쳐 한 덩어리로 만들 수가 없었다. 파편처럼 튀어나오는 생각들은 대게 누군가 또는 무언가를 향해 탄환처럼 돌진하는 독설이었고, 부정적인 감정은 소모적이기만 했기에, 그리고 방향성을 가진 것은 그 출발점을 쉬이 알아챌 수 있기에 풀어내지 못한 독을 내 안에 계속 쌓아두고 살아가기만 했다.
일 년 전에 끊어둔 뉴욕행 비행기를 손꼽아 기다린 것은, 조용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 누구와도 감정적인 교류를 하지 않아도 되는 이방인이자 타자로서 지내는 일주일이 너무도 절실했기 때문이었다. 모든 사람들이 여행에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하고 싶느냐고 물었을 때 으레 관광객이 갈 법하고 할 법한 것들을 대답했지만 머릿속에 있던 것은 단 하나였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머릿속에 있는 모든 것을 비워내기.
직업인으로서 가져야 하는 나의 자세라거나,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내가 취해야 하는 입장을 끝없이 재확인하고 조율하는 것이 피곤했다. 수렁처럼 계속 내가 나를 끌고 들어가는 악순환을 어느 시점에는 끊어내야 했고 고작 하루 이틀만으로는 부족했다.
드디어 도착한 뉴욕에서는 그 무엇도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그저 나 혼자만을 생각하고, 내 필요에 따라 움직였다. 회사로부터의 모든 알림은 없어졌고, 남을 의식하고 신경 쓸 필요도 없었다. 온전한 타자이자 완벽한 외부인으로서 독립되고 유리된 채 살아갔던 방종의 일주일은 너무도 편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