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내 집이 생기기까지.

by Pseudonysmo

마지막으로 글을 쓴 날짜를 보니 공교롭게도 2024년 8월의 마지막 날이다. 어느덧 2024년을 마무리하려고 들어온 이곳의 마지막 기록이 내 주변의 모든 것이 바쁘고 정신없이 돌아가기 시작한 9월을 기점으로 끊겨있다는 것이, 내 지난 5개월을 거울처럼 비추는 것만 같아 묘한 기분이 든다.

2024년 8월 12일, 3년 동안 살고 있던 좁디좁은 오피스텔의 전세 계약이 종료되었다. 오랫동안 살던 곳을 떠나게 되어 섭섭하지 않느냐고도 했고, 떠나기 전에 환송회라도 해야 하는 것이라고도 장난스레 말씀들을 주셨지만 나는 2021년 8월 이곳에 내 몸을 뉘인 그 순간부터 떠날 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더 넓은 곳, 내가 소유한 곳으로 떠나기 위해 잠시 거쳐가는 정류장. 2020년 전혀 다른 도시로 떠나온 때부터 머릿속에 막연하게 존재했던 나의 집을 구체화시키기 위한 작업실. 지난 3년 동안 지내던 오피스텔은 딱 그 정도의 가치만을 지닌 곳이었고 삶의 보금자리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베이스캠프, 한 면을 거슴츠레 침범하는 곰팡이를 견디며 미래의 해방을 상상하는 독방에 불과했다.

내 집을 찾아 헤맨 3년 시간보다 더 길게 느껴졌던 것은 그 이후 3개월의 기다림이었다. 전세금은 쉽사리 내 수중에 돌아오지 않았고, 임차권 등기를 설정하고 전세보증보험 이행청구를 신청하는 9월 초를 지나며 2024년의 남은 날들이 지독하리만치 현실에 끈끈하게 들러붙은 시간이 되리라는 것을 직감했다.

전세금을 돌려받기 위해 주택도시보증공사를 찾고, 전세금도 돌려받기 전에 덜컥 구매한 집을 위해 디딤돌대출을 받기 위해 은행 직원을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나만이 모든 정보를 공유받아 정리하여 집을 사기 위해 한 방향으로 올곧게 나아가는 데 전념해야 했고, 전세자금대출이 상환되지 않은 상태에서 디딤돌대출을 나에게 적합한 조건으로 실행시키고 전세보증보험을 청구시켜서 빚을 청산하는 과정은 당연하게도 나 혼자 견뎌내야 하는 책무였다.

전세보증보험을 청구받아 빚을 청산하는 그 순간까지도 사무적이고 계산적이었던 집주인, 간간히 상황을 물어보며 자신의 책임은 묘하게 입에 담지 않는 중개인과 문자와 통화를 하며 결국 나 자신 외에는 믿을 사람이 없음을, 그 와중에도 상대방에게 최대한 사무적이고 신사적으로 대하려고 하는 나의 모습이 얼마나 우습고 위선적인지를 끊임없이 곱씹었다.

2024년 11월의 첫날, 드디어 내 소유의 집에 발을 들이고 나서도 어수선함은 사라지지 않았다. 전 집주인이 수리해 주겠다 했던 안방은 결국 내가 해결해야 하는 숙제로 남겨졌고, 마룻바닥을 깔고 가벽을 설치한 뒤 도배를 하는 지리멸렬한 현실의 작업들 사이에서 혼자 허둥지둥 대는 2주가 이어졌다. 9월 13일 제출한 전세보증보험 이행청구 서류는 9월 말 접수를 거쳐 11월 중순이 되어야 심사대에 오르게 되었고, 12월 중순에서야 심사가 완료되어 전세금을 청산할 수 있었다.

8월 12일에서 12월 13일까지,
4개월 기다림의 끝에 드디어 오롯이 나의 집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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