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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seudonysmo May 02. 2018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를 보다.

군더더기 없는 퀼트판 짜맞추기, 그래도 액션의 질감은 별로.

 이제는 뭔가 으레 연중 행사에 참가하는 것 처럼 마블의 히어로 영화들을 보게 된다. 인피니티 워 역시 그런 마음으로 보러 갔는데, 이제는 마블 영화 대부분의 감독을 맡는 루소 형제에 대해 약간 실망감이 들기 시작했다.

 기승전결이 없이 조각조각을 모아 두 시간 반을 채운 그런 영화로 볼 수 있는데, 이건 사실 지난 어벤져스 영화(에이지 오브 울트론)가 똑같이 지닌 특징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영화의 소코비아 액션의 클라이막스와 이번 와칸다 클라이막스를 비교하면 정말 실망스러움 뿐인데, 이게 편집의 한계인지 아니면 총체적인 감독의 역량부족인지 모르겠다.

 불과 몇 달 전에 보았던 블랙팬서의 클라이막스만 봐도 크게는 한 곳, 그리고 세부적으로 두 곳에서 발생하는 액션을 교차편집으로 보여줌에도 불구하고 개별 액션 씬과 전체 시퀀스의 질감이 오롯히 느껴진다. 반면 이번 영화는 개별 시퀀스에 충분한 무게를 주지 못하고 정신없이 휙휙 지나가는 종잇장 액션으로 이어져서 이게 그 전까지 계속 보여준 액션 시퀀스와 전혀 다른 느낌을 주지 못한다.

 그렇다면 이 영화가 결국 ‘어벤져스’ 영화이기 때문에 그런 것인가, 결국 같은 느낌으로 두 시간 반 동안 달리는 통에 그런 것인가(그것도 그것 나름 문제이지만)라고 생각해보고 ‘에이지 오브 울트론’을 복기해보면 기억에 남는 시퀀스(스칼렛 위치의 장면이라던가, 후반부 돔 장면이던가)들이 분명 있는데, 이 영화는 그 조차도 실패했다.

 이러한 단점과, 타노스의 끊임없는 돌 수집(이 영화는 플롯 상으로도 일반적인 기승전결이랄 것이 없다)을 보는 지리함을 빼면 그냥 힘들이지 않고 볼 수 있는 흥미로운 오락 영화다. 사실 뭘 더 기대하겠냐만은.

 내 개인적인 우려는 가디언스 오브 갤럭시 부분이 지나치게 튀는 게 아닐까 싶었는데 의외로 무난하게 묻어나서 괜찮았다. 토르/헐크 부분이 앞선 영화에서 다른 노선을 탔던 덕을 본 듯. 그리고 영화가 그냥 두 시간 반짜리 시트콤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단발적인 상황 개그가 끊기지 않아 보는 재미가 있다. 플롯의 한계를 이걸로 간신히 붙인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그리고 조시 브롤린의 타노스가 대단하다. 그냥 정신나간 또라이이거나 구닥다리 악당일 수도 있었는데 조시 브롤린이 상당한 연기로 관객을 납득시키는 것 같아서 대단하다 싶었다. 사실 그 외의 배우들은 액션/캐릭터 조각에 불과했던 것 같다고 느껴질 정도로 조시 브롤린의 영화였고.

P.S. 피터 딩클리지는 그 역할을 연기하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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