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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seudonysmo Jul 04. 2019

Els Dies que Vindran, 2019

어떤 결정을, 어떠한 과정을 통해 도출하는가에 대한 차분한 기록

https://www.imdb.com/title/tt7605702/

말라가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았다고 거창하게 스페인 뉴스에서 소개된 스페인 영화 Los días que vendrán을 보러 갔는데, 등장인물이 갑자기 까탈란으로 이야기를 하고 하단에 스페인어(Castellano) 자막이 깔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등장하는, 타이틀 롤도 까탈란으로 쓰여 있다. 분명 트레일러는 스페인어로 이야기를 하고, 스페인어 제목을 보여줬던 것 같은데???

알고 보니 영화는 카탈루냐, 바르셀로나에 사는 커플을 다룬 이야기였다.

여지없이 영화 내내 까딸란으로 이야기를 하고 스페인어 자막이 달리는데 그게 별 거 아닌데 엄청 헷갈린다... 까딸란 자체가 중간중간 스페인어랑 비슷한 발음들이 많이 나오는데 정작 보이는 자막이랑은 다른 발음이라 그런 것 같고.


영화는 예상치 못한 임신을 맞닥트린 두 젊은 남녀가 어떻게 이를 받아들이고, 그로 인해 인생의 각 부분들이 어떻게 바뀌는지를 관망하듯 보여준다.


분명히 실제로 임신한 것으로 보이는 배우가 연기를 하고, 그 배우의 부모가 머나먼 과거에 실제로 촬영한 홈비디오가 나오는 탓에 모든 것이 상당히 진짜로 느껴진다.


특히, 영화가 보여주는 관계나 상황도 상당히 2019년의 것이라 많이 공감이 되었다.

여성이 여전히 임신한 사실을 직장에 알리는 데 주저하고 결국 그 ‘탓에’ 직장을 그만두게 되고. 그로 인해 남성은 본인이 좋아하는 직장을 떠나 돈을 더 잘 벌지만 자신이 염두한 커리어에서는 벗어난 직장을 택하게 되고.

계속되는 이런저런 ‘결정’에 대한 이야기
영화는 끊임없이 두 남녀가 맞닥트린 이 상황에서 어떠한 결정을, 어떠한 과정으로 내리는 지를 두 배우의 대화에 밀착한 핸즈 헬드 카메라를 통해 집중적으로 파고 들어간다.

자연스럽게 이런 결정 과정에서 극의 주된 갈등들이 등장하는데, 극화되어 과장되지 않고 그냥 ‘지나가는 일’ 정도로 비친다.


남성은 전통적인 혼인제도가 되었건 무엇이 되었건 서류상으로 둘의 관계를 확실히 ‘매듭짓기’를 바라지만 여성은 결혼 제도 자체에 대한 불신을 가진 채로 확실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주저하고.


예상치 못하게 맞닥트린 임신을 두고, 아이를 키울 것인가의 여부부터 이 아이를 둘러싼 두 남녀의 삶과 이 아이의 삶을 어떻게 꾸려갈지에 대한 논쟁도 계속 등장한다.


다만 이 과정에서 한 가지 주목할 만했던 것은 남성이 임신과 출산 앞에서 보여주는 태도였다. 상대방의 결정을 존중하고, 이해하며 모든 과정을 가능한 범위 내에서 함께 경험하고자 노력하는 모습.


P.S. 두 배우도 실제 임신을 경험하고 있었던 커플이고, 홈 비디오도 여배우의 부모가 촬영한 것을 그대로 활용해서 브이로그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착각이 들 때가 있다.

P.S.S. 자연 분만의 기록과 제왕절개 수술 장면을 그대로 보여주는데, 출산을 간접적으로든 직접적으로든 경험해 보지 못한 나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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