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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seudonysmo Jul 01. 2019

데드 돈 다이(The dead don’t die)

아담 드라이버와 빌 머레이가 좀비들 사이로 산책하는 영화

https://www.imdb.com/title/tt8695030/

올해 칸 영화제 개막작이 된 ‘The dead don’t die’를 보게 되었다.


시작하자마자 영화 제목과 동일한 제목의 노래가 라디오에서 나오는데, 이에 대한 클리프의 불만에 로니가 ‘영화 주제가잖아요’라고 대답한다. 아니 갑자기 이게 무슨 말이람.


영화 속 인물들은 ‘이건 영화 속’이라는 것을 명백히 인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인식은 거의 대부분 로니의 대사로 등장하고, 갑자기 ‘우리 이제 애드리브하는 거야?’라고 되묻는 클리프의 모습에서도 나온다.


이러한 인식은 등장인물뿐 아니라 영화의 전반적인 태도에서도 느껴진다. 좀비 영화에 나온 걸로 유명한 차가 나온다는 것을 대사로 짚어주고, ‘좀비가 아닐까요?’라는 대사들을 사방에 칠해놓은 뒤에, 좀비 영화답게 물질주의에 대한 비판이나 그 현상을 둘러싸고 라디오에서 나오는 과학만능주의에 대한 경계 등 여러 사회적인 이슈들을 꺼내려 든다.


그런데, 그 이슈들을 대하는 태도가 좀 다르다. 심각한 문제제기가 나오려는 순간, 곧바로 ‘이게 문제이긴 한데 그냥 참고만 하시고 우리는 갈 길을 가겠습니다’는 식으로 그 모든 것들을 눙치고 넘어가 버리는 것.


계속해서 영화가 보여주는 이러한 태도가 아담 드라이버와 빌 머레이의 얼빠진 모습과 넋 나간 분위기랑 엮이다 보니 이게 웃긴 건지 그냥 과하게 엉망인 건지 모를 지경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


단순히 대사와 영화적 장치만 그랬다면 상관이 없을 텐데, 과도하게 타입 캐스팅된 인물과 여지없이 그 캐스팅을 갖고 노는 영화의 태도가 사람을 좀 질리게 만든다.


틸다 스윈튼이 스코틀랜드 출신의 오리엔탈리즘에 흠뻑 빠진 희한한 장의사로 나오고,
스티브 부세미가 ‘Make America White Again’이 쓰인 모자를 쓴 백인 농장주로 나오고,
톰 웨이츠가 자연을 배회하며 자꾸 내레이션을 하고....


깨알같이 샤도네를 찾는 좀비로 나오는 캐럴 케인까지 나온 뒤에 스타워즈 키링을 건네는 로니를 보고 나면 그냥 ‘뭐 마음대로 하십시오’하는 생각만 남게 되는 것.


총체적으로 봤을 때, 메타적 유머의 정도가 과해서 좀 유치하게 느껴지는 수준에 아슬아슬하게 놓인 것 같은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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