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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seudonysmo Jun 24. 2019

미드 90(Mid 90s, 2018)

경외시 했던 대상을 넘어 더 넓은 세상과 맞닥트리는 시점에 대한 이야기

https://www.imdb.com/title/tt5613484/

여느 누구와 마찬가지로, 내게도 걸어 다니거나 자전거를 타고 닿을 수 있는 곳이 내가 보고 느낀 세상의 전부였던 때가 있었다. 사촌 형이 가진 컴퓨터나 게임기를 하고 싶어 졸졸 따라다니고, 합기도 학원에서 날고뛰던 형들이 그렇게도 멋있어 보였다.


하지만 조금만 지나면 더 큰 세상을 보게 되고, 온갖 신기해 보였던 것들을 직접 하게 되면서 그게 그렇게 대단지만도 않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미드 90’은 정확히 그 순간,
세계가 확장되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였다.

성장의 초반부에 있기 때문에 시야가 확장되는 속도 역시 상대적으로 빠르고, 처음으로 또래집단보다 더 넓은 집단을 맞닥트리게 되는 10대의 초입부.


영화는 둔탁한 사운드와 함께 형에게 얻어맞는 스티비로 시작한다. 몰래 형의 마음에 들 생일 선물을 고민하고 형의 모자를 쓰며 자세를 잡아보던 스티비는 더 대단하고 쿨해 보이는 집단을 따르며 자신의 형이 사실 별 거 아니었음을 ‘목격’한다.


그 이후 관객들은 형에게 대들기도 하고, 첫 이성 경험을 하는 등의 다난한 과정을 스티비와 함께하게 되고, 이야기에 끝에 다다라 우리는 오렌지 주스를 형과 나눠마시는 스티비와 함께 성장의 한 페이지를 함께 마무리 짓게 된다.

영화는 90년대의 음악과 분위기의 묘사를 가장 큰 목표로 잡은 듯하다. 스케이터들이 거리를 떠돌거나 공원이나 가게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을 보여주는 컷들이 러닝타임의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크루들이 시간을 보내는 모습에서 느껴지는 생기는 굉장히 좋아서 어떻게 보면 90년대 스케이터들을 다룬 가상 다큐멘터리가 아닐까 싶을 정도다.

“개인을 깊이 파고들어가는 이야기가
역설적으로 모두의 공감을 살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그런 분위기와 저 위의 플롯이 합쳐져서 묘한 향수를 느낄 수 있었다. 지구 반대편에서 살아가는, 90년대 중반을 보내는 10대 초반의 백인 소년의 이야기를 보러 들어가서 느끼게 될 것이라 예상치는 못했던 감정이었다.

반면 주요 인물, 특히 스케이터들 간의 관계만을 상대적으로 짧은 러닝타임 내에 집중적으로 묘사했기에 스케이터 크루를 제외한 관계들이 단편적이고 단순화되었다는 느낌이 들기는 한다.


주인공 배우가 감당하기에는 버겁거나, 부적절할 수 있는 상황이 꽤나 많았는데 촬영 비하인드가 궁금하다. 염려가 되어서....

Imdb로 뒤늦게 찾아보니 주인공 배우가 게임 ‘갓 오브 워’에서 아트레우스 역할을 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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