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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seudonysmo Jul 17. 2019

Years and Years, 2019

무너지기 시작한 탑은 돌이킬 수 없는 것.

https://www.imdb.com/title/tt8694364/

스페인은 선거가 끝난 지 세 달이 지나가지만 아직도 정부가 구성되지 않았다

의원내각제로 운영되는 이 나라에서 그 어떠한 정당도 자체적으로 과반을 만들어 내지 못하는 Hung Parliament가 발생하였기 때문이다.


과반을 구성하기 위한 틈을 메꾸기 위해서 정당들의 연합이 필수 요소가 되고 여기서 소수의 지지를 받았던 정당들의 발언권이 도리어 세지게 된다.


그리고, 소수정당들은 극단적인 정치성향을 표방하는 정당인 경우가 많아 스페인에서는 여성/성소수자 인권을 무시하고 반이민자 정책을 표방하는 극우파 Vox가 강경한 협상자세로 정계에 되돌아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BBC에서 새롭게 방영한 6부작 드라마 Years & Years를 보게 되었는데 그 하이퍼 리얼리즘의 정도가 매우 무서운 정도였다.


드라마는 맨체스터에 살고 있는 라이언스(Lyons) 가족이 2019년부터 약 15년 동안 겪게 되는 극심한 디스토피아적 변화를 다루고 있다.


시리즈의 첫 에피소드에서는 엠마 톰슨이 연기하는, Vivienne Rook이라는 극우파 정치인이 이 가족들의 뒤편에서 우스꽝스럽게 등장한다.


모두가 그녀를 비웃고 말도 안 되는 강렬한 논지를 무시하지만, 문제의 Hung Parliament가 발생하면서 그녀의 정당이 권력의 핵심에 서는 순간 모든 체계가 붕괴하고(브렉시트라던가), 순식간에 생계와 목숨마저 위험해지는 상황이 눈 앞에 펼쳐진다.


이 시리즈가 정말 무서웠던 건, 라이언스 가족들이 그녀의 정당을 두고 시시껄렁한 농담을 늘어놓으며 살아가는 약 두 에피소드의 페이스와, 그녀가 권력을 잡으며 극우 폭풍 속으로 영국을 몰아가는 페이스의 차이가 엄청났다는 것이다.


메인 테마 스코어도 그렇고, 매 해의 시작을 알리는 빅 벤의 폭죽을 보여준 뒤에 바로 시작되는 엄청난 속도의 편집을 보고 있자면 내 숨이 차오르는 느낌이다.


우리는 나라의 제도나, 체계가 그렇게 쉽게 바뀔 거라는 생각을 하지 않고 살아간다

대통령을 국민이 탄핵시킨 나라의 국민인 나 조차도 근 3달가량 정부가 구성되지 않는 스페인의 상황을 보면서 ‘이래도 하루하루 나라는 돌아가는구나’라고 생각하며 관료제가 새삼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있으니.


그렇지만, 이 드라마를 보고 있자면 또 국가 체제라는 것이 너무나 손쉽게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바뀔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드라마는 결국, 오늘 우리가 한 나라의 대통령이 말도 안 되는 트윗이나 날리고 있다고 그를 농담의 소재로 써먹고 있지만, 실제로 장벽이 생기고 이민자들을 강제로 추방하는 상황은 얼마든지,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동시에 드라마는(다소 직접적인 방식으로) 그전에 우리가(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제동을 확실히 걸어두는 것이 중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https://youtu.be/SY41jhIP_xI

이 드라마를 보고 나면 엠마 톰슨이 너무 무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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