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미대선 민주당 후보 중 한 명이 쓴 책을 읽고 나서.
https://www.goodreads.com/book/show/40180047-shortest-way-home
최근 들어 정치인들이 쓴 책들을 많이 읽게 된다.
예상외로 공감이 많이 갔던 책은 2020 미 대선의 수많은 민주당 후보 중 하나인 피트 부티저지(Pete Buttigieg)의 책.
“명확하고, 측정 가능한 답을 내는 것보다 때로는 문제 상황을 함께 견뎌나가는 것 자체가 의미 있을 수도 있다”
아직도 어느 정도는 그렇게 생각하지만,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나의 가치는 그 문제를 명확하게 해결하는 것에서 발생한다고 생각했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인지를 떠나, 어떻게든 그걸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고 명확한 답변이 제공되기 전에는 그 문제와 그 문제를 제기한 고객을 만날 수 없다고.
그런데 나의 능력과 서비스가 개개인의 만족을 위해 사용되는 상황에서는 단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것만으로도 문제가 해결되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절반의 답변이 완성되었더라도, 심지어 그들의 요구조건을 그 어떤 것도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라도 그들에게 나의 시간을 내어준 것 자체가 상황을 변화시킬 수 있었다.
“분석과 자료수집에 매몰되지 않고, 자료가 당초의 목표를 위해 활용되도록 하는 것”
프로젝트의 평가를 위해서나, 그 방향성을 잡기 위해 이런저런 분석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대부분의 경우는 자료 수집을 위한 수집인 경우가 많았고, 그 결과에 대한 충분한 재해석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재해석이 이루어진다 해도, 그는 그 절차가 객관적으로 진행되고 그 해석 결과에 승복한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것이 정말 어렵다는 점을 언급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그가 이야기했던 것은, 자료의 활용 과정에서도 인적 요소에 의해 생길 수 있는 예외를 인정하고 그 자료의 집행에서 생기는 새로운 문제와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
“데이터와 구조를 운용하고 활용하는 것이 결국 사람이라는 데서 생기는 불확실성”
내가 맡았던 업무 중 하나는, 소비자들에게 제공되는 서비스가 올바르고 정확한 프로그램에 기반해서 동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의 구조를 만들어진 상황에서 업무가 인계되었고, 나는 그 구조에 대한 나름의 가이드라인을 작성해서 인계했다.
문제는 인계자가 처한 업무 상황은 나와는 달랐고, 해당 업무에 들일 수 있는 노력과 집중에 제약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었다. 결국 그 구조는 뒤틀리기 시작하고, 뒤틀린 구조를 보완하기 위해 또 다른 조치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인계자의 입장에서는 새롭게 키워 올린 나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나에게는 나무에 덧입혀진 덩굴들로 보였고 무엇보다도 소비자 입장에서는 구조의 연속성/안정성이 무너진 것으로 보였다는 게 문제였다.
결국, 수치와 분석을 신뢰하던 테크노크라트가 선출직 공무원이 되면서 마주친 현실의 상황, 그리고 거기서 얻은 깨달음에 대해서 거의 책의 절반을 할애했는데 여기서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던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