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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seudonysmo Aug 07. 2019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4년, 얼마나 왔나?

The OA의 시리즈 캔슬을 마주치고 끄적끄적.

넷플릭스가 자체 콘텐츠를 쏘아 올린 것은
 2015년 상반기였다.

하우스 오브 카드,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 등 다양한 장르의 시리즈물이 발표되었지만 가장 컬트적인 인기를 끌었던 것은 단연 센스 8이었다.


센스 8의 발표는 여러모로 큰 희망을 주었는데, 우선 그동안 2시간 남짓 되는 영화 속에서는 충분히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지 못했던 워쇼스키 자매들이 상대적으로 긴 시간을 두고 자신들의 세계를 펼쳐 보이리라는 기대가 있었다.

모두 클라우드 아틀라스를 보느라 괴로웠던 3시간을 떠올려 보아요

또한, 디지털 스트리밍이라는 새로운 플랫폼에서 잉태된 시리즈가 전 세계의 모든 인종들과 다양한 성 정체성을 가진 8명을 주인공으로 삼았다는 점은 꽤나 상징적이었다.

센스 8은 물리적인 제약을 벗어난 플랫폼이 창작자에게는 더 큰 창작 기회를 부여하고, 소비자들에게는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다는 넷플릭스의 확언과도 같은 작품이었다.

팬들의 캠페인으로 간신히 하나의 마무리 에피소드를 얻긴 했지만, 센스 8은 2개 시즌을 끝으로 캔슬되었다.


그리고 센스 8의 론칭으로부터 4년, 비슷한 포부로 시작된 시리즈 The OA가 어제 (공교롭게도 동일한 시즌 수를 끝으로) 캔슬되었다.

https://www.instagram.com/p/B0ykCdLJYD5/?igshid=1n30jujsfv2cn

The OA는 그동안 관례적으로 지켜져 오던 ‘한 시리즈의 에피소드 러닝타임은 동일해야 한다’는 패러다임을 깬 작품이었다. 관객들이 한 시즌을 몰아서 보고, 방송 편성표에 얽매이지 않아도 되는 디지털 스트리밍의 자유도를 최초로 인지했던 것.

https://youtu.be/HzFdMEdNNr8

The OA 첫 에피소드의 타이틀 크레딧은 무려 막바지에 등장한다.
그렇다면, 2019년 8월의 넷플릭스는
2015년에서 얼마나 온 것일까?

아마 2018년 초, 혹은 2017년 말부터였을 것 같다.

넷플릭스의 새로운 오리지널 콘텐츠는 주로 1) 드라마(시대극, 시트콤, 스릴러 포함), 2) 다큐멘터리, 그리고 3) 스탠드업 코미디 등의 쇼로 구성되기 시작했다.


SF와 같은 장르물은 공고한 팬덤을 가진 스타트렉이 거의 유일하다고 봐도 무방하고, 어느 정도 주목받았던 마블 시리즈는 디즈니+로 넘어갈 것이 확실하며 오뉴블이나 기묘한 이야기는 시즌 넘버가 중후반부를 넘어가고 있다.


어쩌면 디즈니+의 등장으로 인해 위기감을 느껴 안전하고 제작비가 적게 드는 콘텐츠로의 집중을 꾀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니면 더 놀라운 오리지널 콘텐츠의 준비를 위한 중간 과정일지도 모를 일이다.


분명한 것은, 고작 4년 만에 넷플릭스는 HBO,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와 크게 다르지 않은 콘텐츠 업체가 되어버렸다는 사실이다

센스 8과 The OA의 캔슬은, 적어도 내게는, 그들이 제안했던 새로운 플랫폼이 이미 그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신호로 다가온다.

결국 이 업계의 생명 주기가 그만큼 짧아졌다는 방증이 되는 것도 같아서, 약간 슬프게도 느껴진다.

센스8의 여덟명 중에서도 이 두 남녀의 이야기 줄기가 핵심이었던 걸 보고 진작에 희망을 버렸어야 했는지도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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