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면접러의 여정

프로합격러는 언제쯤 될 수 있죠?

대략 1년간의 계약기간이 끝나고 나는 다시 구직자의 신분으로 돌아왔다.

말이 좋아 구직자지 실업자로 분류되고 백수라 불리지만 나는 마지막 남은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프리랜서라 말하고 다닌다. 하지만 다음 단계를 위해선 직장이 필요하고 일머리를 꾸준히 성장시켜 커리어를 쌓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쓰기 시작한 자기소개서 첫 줄.

뭘 써야되죠? 자기소개? 난 그냥 나 인걸. 보아언니가 노래하던 "나는 나인걸!" 이 생각나는 순간이다.

보아 노래 'girls on top'속 '나는 나인걸'

그렇게 써내려간 자기소개서엔 내가 제일 잘났다. 나는 짱입니다. 자존감 넘쳐흐르는 말들만 나열했다. 근데 진짜 현실에서의 나는 너무나 찌질한데 이렇게 글로 포장해봤자 결국 면접에서 들통나겠지. 하지만 어쩔 수 있나 서류라도 붙여주세요! 하고 나도 모르게 노트북을 향해 무릎을 꿇고 경건하게 두 손모아 자소서를 등록했다.

그렇게 내 자소서를 뿌리다시피 하니 대략 5군데에서 연락이 왔다. 아 그래 이젠 면접인가?

면접. 1대1, 다대다, 1대다... 수많은 방식으로 그들이 나를 판단하는 시간 평균 15분. 나는 그래도 중소기업부터 대기업까지 다양하게 면접을 본터라 평균 30분의 면접시간을 기록했다.

첫 면접은 엄청 떨리고 기대되고 이 날을 위해 옷도 샀다. 내가 받은 실업급여는 구직을 위해 나를 꾸미는 자금으로 쓰여졌다. 이렇게라도 해놓고나니 나름 괜찮아 보이네.

이렇게 열심히 때빼고 광내고 준비한 1분 자기소개를 달달 외웠지만 어째 다리가 덜덜거리고 두 손에서 평생 안 나던 땀이 났다. 맘 속으론 그 들과 길거리에서 만나면 그냥 한낱 지나가는 아저씨, 아줌마일 뿐이다. 라며 자기 암시를 걸고 있을 때 내 이름이 불렸다.

한 숨 아니 큰 숨 쉬고 면접장에 들어갔다.

그리고 당당한 척 한 껏 떳떳해 보이는 뒷모습을 뽐내며 면접장을 벗어났다.

그렇게 첫 면접이 끝났다.

면접보고 집을 향하는 저녁

그 날 저녁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라고 생각이 들었다.

어떤 질문이 오고갔는지 엄마가 궁금해하셔서 이러쿵 저러쿵 이야기 하다보니 12시가 훌쩍 넘었다. 그래. 뭐가 그리 맘 졸이니? 회사도 그냥 사람사는 곳일 뿐이야.

이제 겨우 시작일 뿐이다.

남들이 나의 이름 옆에 점수를 매기며 너와 나를 줄세우기 시작하는 그 순간이 이제 겨우 시작이란 말이다.

버티자. 힘겹지만 곧 이것도 덤덤히 무뎌질 것이며 그 때즈음 첫 출근이라며 인스타에 해쉬태그를 적을 날이 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