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면접러의 이름을 버리고 신입사원이 되다.
“ㄱㄴㄷ디자인입니다. 저희 회사에 지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혹시 출근가능하신가요?”
“네? 출근이요? 가능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면접만 10곳 정도 인천과 서울을 오갔다.
거의 세달간의 구직활동으로 나는 지쳐갔고, ‘그냥 아무곳이나 연락이 오면 가야겠다.’ 라는 생각을 할 정도로 백수생활은 지루함을 더해갔다. 면접을 보기 시작한 초반에는 나와 잘 어울리는 회사, 내 포트폴리오에 대한 이해를 하고 인정해주는 회사, 주요한 회의는 함께하고 팀원들의 얼굴에 미소가 항상 있는 회사를 가야겠다고 결심을 하고 면접관들과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 질문도 많이 했다. 그러나 점점 불발로 이어지는 면접과 하루에 준비시간 1시간 , 인천-서울간의 이동시간만 왕복 3시간 , 면접 대략 1시간. 총 5시간이라는 나의 시간을 사용했음에도 보상은 하나도 이뤄지지 못하고 불발로만 이어지니 슬슬 지칠 때즈음이였다.
친구와 오랜만에 기분 전환으로 친구의 사무실 근처에서 커피를 마시던 도중 그 많은 업체 중 한 곳에서 연락이 왔다. 그토록 기다리던 합격전화다.
출근을 할 수 있냐고 바로 여쭤보는 인사담당자의 목소리에 너무 급한 듯 결정한 것처럼 보이기 싫어서 1시간 후에 다시 연락을 드린다고 했다.
‘ㄱㄴㄷ 디자인..?’ 어디더라 우리나라에서 구인하는 그 많은 인테리어 회사에 신입을 뽑는다 하면 포폴을 넣었기에 면접을 오라는 곳도 많았고 그래서 너무 무난한 사무실의 분위기라면 딱히 기억에 남지 않을 터였다.
한참 기억을 더듬다 생각난 것은 면접이 생각보다 쉬워서 여긴 떨어지겠거니 하고 집에 돌아와 리스트에서 지운 회사이름 ‘ㄱㄴㄷ’ .
바로 그 회사에서 연락이 온 것이다.
드디어 백수생활 탈출인가.
행복함도 아주 잠깐이다. 이제 출근이라는 말은 곧 현실로 로그인 이라는 말씀. 그전에 확인해야 할 것도 한두가지가 아니다.
계약. 이건 정말 중요한 단계다. 작년 1년간 프리랜서 개념으로 영화미술팀에서 일을 했고 보기로만 계약서고 사실상 근로자는 보장이 안되는 갑의 의한 계약서를 받아본 나로썬 예민한 문제였다.
1시간뒤 약속한 시간이 되어 전화를 걸었다.
“합격통지 감사합니다. 그런데 몇가지 궁금한점 여쭤봐도 될까요? 계약은 혹시 출근하는 날 진행하는 것인가요? 그리고 연봉은 어떻게 책정된 것인가요? .... 블라블라”
“ 계약은 출근날 하시게 되고 연봉은 확인하고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자기소개서를 작성할 때 가장 어렵고 예상 불가능한 질문은 늘 ‘희망연봉’ 이다. 나의 경우 첫 직장에선 연봉개념없이 계약직으로 시급제로 월급이 지급되던 곳이였기 때문에 희망하는 연봉금액을 물어보지도 않았을 뿐더러 그 업계에선 당연하게 정해진 막내 페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덕분이랄까 내가 일을 해주는 대가에 대해 나는 고민할 필요도 없었고 할 기회도 갖지 못했다. 그래서 내 다음 직장엔 어렵지 않게 희망연봉을 적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대략 이전 회사에서 주던 월급을 곱하기 열두달 하니 대략의 연봉이라고 칭할 수 있을 만한 금액이 나왔다. 이걸 기준으로 앞으로 나는 내 인력비에 당당해지자 그리고 자존심은 지키자! 나름 경력을 쳐주던지 아님 날쓰지마라! 하는 심정으로 200만원 높게 올려 쓴 자기소개서를 제출했다.
근데 여기서 내가 간과한 한가지..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바보임에 틀림이 없다.
최저시급!
다들 아시겠지만 2017년의 최저시급과 2018년의 최저시급은 6,470원에서 1,060원 오른 7,530원 이다. 2017년 기준 연봉에서 200만원을 올렸다고 좋아할 것이 아니라 2018년 기준으로 기본적인 시급으로 올려 놓고 200만원을 올려 적었어야 했다. 결국 내가 제시한 연봉은 올해 최저시급으로 계산한 금액과 별반 차이가 안나는 금액이더라.
결국 다시 연락온 회사에서 내 희망연봉에 맞춰준다는 말과 경력으로 인정해서 직급도 올려주겠다는 달콤한 제시에 단박에 그리고 호기롭게 출근날자를 확정지었다.
이렇게 나는 프로면접러에서 경력사원으로 2018년 첫 출근을 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