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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키스테이지 Jun 15. 2018

두 번째 출근 그리고 일주일

나는 누구를 위해 출근을 하는가

어젯밤 그렇게 한참을 후회하고 다시 출근을 했다.


나에겐 이것 만은 반드시 지키자 하는 나만의 약속이 몇 가지 존재한다. 

그중에 하나를 소개하자면 

'힘들고 억울하고 짜증이나도 내 선택으로 시작된 일은 내가 만족스러울 때까지 해보고 관두자' 


입으로 마음으로 투덜투덜 불만이 쌓여가고 겉으로는 힘든 티를 내지만 이 약속 때문에 버틸 수 있었고 앞으로도 큰 도움이 되어주는 약속이라고 스스로 생각해본다.


참 주관적인 약속이다. '만족스러울 때까지'라는 말은 사람마다 그 기준이 다르기 마련이지만 상황에 따라 그 상황 속 만족감이란 것이 천차만별하게 바뀔 수 있으니 충분히 애매모호하다.  나는 내가 속한 산업의 일이란 것이 프로젝트마다 시작과 끝이 정해져 있었기 때문에 데드라인을 정해두고 마무리하는 습관이 있다. 이전에 있던 팀에서는 이왕 시작한 거 제대로 된 영화 한 편은 끝내보자! 죽어도 이건 해보고 죽어야겠다!!라고 나만의 데드라인을 만들었고 오로지 끝만을 생각하고 버텨왔다. 그런데 신기하게 너무 힘들어 죽을 것 같은 상황이 와도 중간에 도망가는 건 결국 지는 거다 라는 생각이 들었고 결과적으로 후회 없는 마무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끝낸 일은 만족을 충분히 느낄 정도로 혹은 조금이라도 최선을 다하지 않았던 순간이 없을 때까지 노력했으니 후회가 있을 리 없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건 어렸을 적 고등학교 담임 선생님 말씀 중에 아직까지 나의 가슴에 남아있는 말씀 때문인데, "거창한 목표를 세울 필요는 없다. 눈앞에 보일 수 있는 가장 가까운 목표를 세우고 해결하다 보면 어느새 큰 목표지점에 다다를 것이다. "라는 말씀을 수업 중간에 하신 적이 있다. 이 말씀인즉슨 "나는 내 집을 내손으로 지을 거야!" 가 목표라면 이것을 이루기 위해 집 지을 비용 중에 올해는 1000만 원을 모아야지, 집 짓는 방법을 담은 책을 5권 읽어야지,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집 사진을 100장 모아야지 등등 수많은 작은 목표를 만들고 해내다 보면 어느새 집을 지을 수 있는 기초를 만든 나를 발견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결론적으로 집을 지을 수도 집을 짓지 못할 수 도있겠지만 그 과정에서 이미 여러 목표를 달성하면서 얻게 된 자신감으로 최종 목표와 가까워진 나를 발견한다면 그 자체로 성장한 것이며 다음 단계로 진입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직장에서도 여전히 나만의 약속은 유효하기 때문에 그 만족의 기준에 도달하는 순간 사직서를 멋지게 낼 나의 모습을 상상하며 직장 안에서의 만족의 기준을 잡아보았다. 



1. 작업 수


개인적으로 나는 포트폴리오를 꾸준히 업데이트해오고 있다. 매년 하는 작업들이 다르기 마련이기 때문에 내가 어떤 작업을 해오고 있는지 했을 때의 결과물에 대한 퀄리티는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한눈에 확인 하기도 쉽다. 뿐만 아니라 프로젝트별로 정리를 잘 해두면 프리랜서로서 작업 의뢰 시 보여줄 수 있는 레퍼런스도 생기고 이직 시에 어렵지 않게 내 작업물을 추려 보여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직장에서 내가 내손으로 얼마만큼의 작업을 마무리했는지는 무척이나 중요한 문제이다. 내 포트폴리오로 사용하겠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 회사의 작은 프로젝트라도 책임감이 생기며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여건을 나 스스로 만든 것이기 때문에 일이 힘들다는 생각도 덜하고 회사 내 실적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2. 교육 


나는 나 자신이 성장하는 모습이 보여야만 만족감을 느낀다. 저번 달에는 몰랐던 공정을 이번 달 현장에 파견을 나가 이번 달엔 알게 되고 다음 달엔 그 지식을 사용하여 또 다른 디자인을 만들어냈을 때 나는 성장했다고 할 수 있다. 직장은 내가 배운 것을 발휘하여 일을 해야 하는 곳임은 분명 하나 신입사원은 업무적으로 배울 것이 많은 시기이며 하루하루 변화하는 내 모습은 직장에서 내가 갖는 존재감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성장이 멈출 경우, 즉 내가 더 이상 배울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그 순간 회사는 감옥과도 같아질 것이다. 배움의 즐거움과 나의 능력이 회사의 한 부분으로써 내가 배운 것들이 적용되고 쓰임이 보이는 순간엔 행복한 직장생활을 하겠지만 더 이상 눈으로 확인할 수 없다면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그곳에서 탈출할 것이다.



3. 인맥


기업 혹은 직장은 자신이 속한 직무와 관련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기회를 쉽게 제공한다. 물론 이 사람들과 지속적인 연락을 통해 나의 인맥으로 만드는 것은 오로지 나의 능력에 달린 문제지만 일단 만남이 제공된다는 부분에서 큰 메리트가 된다. 이들은 나보다 이미 필드에서 오랜 기간 업무를 진행해왔거나 그들을 통해 또 다른 인맥을 만들어갈 수 있는 매개체가 되어 줄 수 있다. 현재 직장에서 컨택할 수 있는 최대한의 인물들과 연락 및 업무를 진행해보고 그들이 나의 사람이 되었을 때쯤 더 많은 네트워크를 구축해놓은 회사로 이직하거나 혹은 내 회사를 차려볼 가능성을 생각해본다.



만족스러운 업무가 진행되지 않을수록 나는 나의 작업에 더 몰두하게 되고 내가 하고 싶은 일들에 대한 탐색이 더 깊어져 가고 있다. 어찌 보면 참 긍정적인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스스로 생각을 하곤 한다. 회사에 일원으로서 당연히 회사의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함은 기본적인 역량이다. 하지만 이외의 것에서 나는 나의 성장을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기록하고 성장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나를 위해 오늘도 출근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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