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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할수록,
나를 더욱 좋아할 거야] 프로젝트

EP1. 퇴사를 했다. 현실의 벽 앞에서 벌써부터 실패한 느낌이 든다.

비영리 활동가로 4년 동안 일했던 나는, 지난주에 퇴사를 했다.

내가 활동했던 단체는 국제교육개발 분야로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사람들이 지속가능하게 자기 삶을 스스로 살아갈 수 있도록, 자립할 수 있는 교육을 제공하는 단체였다. 이 안에서 사람들과의 연결감, 자신의 삶을 그려가며 주체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들, 먹고 살아가는 교육뿐만 아닌, 앞으로의 삶을 어떻게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을지, 알려주고 함께하는 순간들이 참 좋았다.    

 

그런데 퇴사를 했다고?
퇴사 사유를 크게 3가지로 볼 수 있겠다.   


첫째만년 최저시급 언저리.

비영리활동가는 말 그대로 비영리다. ‘우리는 영리를 추구하지 않아!’라는 외침은 정의로워 보였으며 내심 내 스스로가 대단해 보였으나, 현실적인 물음(생활비, 결혼자금, 병원비, 내 집마련은 도대체 언제? 등등) 

앞에서는 한없이 불안했다. 친구들을 만날 때 어느새 거의 2배 차이가 나는 급여 수준을 들었을 때, 비교에 약한 나는 점점 더 작아졌다. 

나조차 이렇게 흔들리고 있는데. 내 살아갈 길이 막막한데.

'과연 나는 무엇을 위해 비영리활동을 하고 있는가?' '나는 정말 기쁜 마음으로 이 활동을 지속가능하게 이어나갈 수 있을까?'라는 물음에 자신이 없어졌고 먼저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나를 돌보고 싶어졌다

현실 안에서 경제적인 불안으로 인해 걱정과 초조함을 매달 마주하는 내가 아닌, 내가 나를 책임감 있게 챙길 수 있는 상황, 안전과 안정감이 보장되는 상황이 온다면, 그때 타인들을 도와주고 그들과 함께하는 것이 더욱 순수한 기쁨을 느낄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비영리활동은 내려두기로 마음을 굳게 먹었으며, 좋아하는 일로 돈을 많이 벌어 성공하겠다는 포부가 생겼다.  


둘째직장 내 괴롭힘(직장상사의 폭언가스라이팅)

‘비영리 다니는 모든 사람들은 착할 것이다’라는 생각은 오산이다. 작년에 새로 온 직장상사는 자신의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업무적인 피드백 외에 소리 지르며 폭언을 서슴없이 해왔었고, ‘넌 정말 문제 있는 사람이야’라고 외쳐온 6개월 동안의 가스라이팅으로 인해 내 자신감과 자존감은 무너져버렸다. 그러나, 야속하게도 그는 해당 기관에서 현재 가장 일을 잘하는 총명 받는 인재였다. 

비영리활동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활동가들이 존재해야 한다. 그렇기에 활동가들이 일안에서 기쁨을 느낄 수 있도록 서로 존중하고 같이 힘내는 분위기가 더없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지만, 어느새 기관 내에 성과주위가 더욱 중요한 가치로 전환되어 버린 조직구조에 더 이상 비전을 느끼지 못하였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것에 대한 기쁨과 희망이 사라졌기에, 그리고 생활비를 모으겠다고 가스라이팅과 폭언을 감당하기에는 나 자신이 너무나도 고갈되었기에 퇴사를 결심하였다.      

마지막은 이번 퇴사를 결심했던 가장 중요한 사유가 될 수 있겠다.

어릴 적부터 내 꿈은 음악심리치료사, 상담심리사였다. 한 사람이 살아온 삶을 이해하며, 그 여정에 함께하는 상담사라는 직업을 열한 살 때부터 좋아했다니 지금 생각해도 기특하다. 특성화고등학교를 졸업 후 열아홉 살부터 지금까지 일을 해왔는데, 퇴근 후에는 항상 아이들과 함께하는 봉사활동, 상담 공부를 병행하였다.

여름에는 매번 통합예술치유 캠프활동 보조교사와 대안학교 정서지원 프로그램 봉사자로 그동안 모아 온 휴가를 썼다. 그 시간 안에서 아이들과 함께 춤을 추고 밤하늘의 별을 보고, 같이 호흡하고 연결되는 순간들이 정말 소중했다. 무척이나 좋았다.


그렇게 지난 4년 동안은 비영리활동을 하면서 더욱 내 꿈을 키워왔다. 물질적 자원 연계, 교육의 기회 제공도 중요하지만, 정서적인 연결감, 내가 나를 믿고 사랑하는 마음들이 내가 가장 힘들고 좌절하는 순간에서 나를 일으켜 세울 수 있는 힘이라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그래서 더욱 상담심리 공부에 몰입을 해왔다. 청소년상담사 자격을 취득해 왔고, 정신분석기반 음악치료를 배워왔으며, 올해는 가톨릭대학교 상담심리대학원에 입학하였다. 


내가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간절하게 바라왔던 꿈. 내가 외쳐온 나의 목소리를 더 이상 외면하지 않기로 했다. 마음이 이끄는 선택을 하고자, 퇴사를 결정했다. 이제는 정말 내가 살아있는 일을 해보자고. 상담 공부에 더욱 몰입해서 좋아하는 일로 성공해 보자고.      


그렇게 사직서를 냈고, 지난주에 퇴사를 했다.
그런데, 무섭고 두렵다.

모은 돈은 얼마 없기에 당장 다음 달 생활비부터 상담수련비 등등 빠져나갈 지출 생각에 불안했다. 새벽에 잠을 자다 말고 핸드폰을 어플을 켜 아르바이트, 파트타임 자리를 정신없이 찾아보다 다시 잠들었다. 이런 내 본능적인 행동과 달리, 마음으로는 이직 자리를 바로 구하고 싶지 않았다. 이제는 정말 나에게, 시간과 돈을 투자하여 내가 정말 바랐던 그 꿈에 도전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현실사이에서 수없이 많이 흔들리는 가운데, 

그런 현실 안에서도 내 스스로를 더욱 믿어주기보다, 

불안하고 두려운 마음들에 더욱 집중하는 나임을 알게 되었다.     

나는 내담자의 모든 순간들: 화가 나고 때로는 한없이 우울하며, 불안의 파도에 휩쓸려 두려워하는: 괴로운 감정들이 올라올 때 그 과정들 마저도 사랑하는 상담사가 될 것이라고 다짐했던 말이 떠올랐다.


현실 앞에서 넘어지고, 내 스스로가 망한 것 같고 내 자신이 너무 싫어지는 날. 그럴수록 의지적으로 나를 더욱 사랑하고 싶어졌다.  불안하고 조급한 마음이 드는 순간, 내 스스로를 어린아이처럼 달래주며, 의식적으로 나를 격려하고 응원하는 순간들이 늘어나면, 나를 사랑하는 힘이 조금씩 길러질 수 있을까?

그렇게 내가 나를 믿어주는 힘들이 더욱 길러질 수 있을까?  

   

자기사랑, 자기화해, 회복탄력성, 자기효능감 등등.., 무수히 많은 심리학적 단어들이 단지 예쁘게 포장된 채, ‘그렇게 살아야만한다고. 저렇게 변화되는 것이 정답이라고’ 또 스스로를 몰아치는 것을 멈추려한다. 그렇기에 오늘부터 <실패할수록, 나를 더욱 좋아할거야> 프로젝트가 내 삶에서 실제로 나를 보호하고 지키는 힘으로 작용할 수 있을지, 그 기록들을 남겨보려 한다.        

 

그렇게,
내 자신이 너무 싫어지고 한심해지는 순간,
'더욱 의지적으로 나를 사랑해 보려는 시도'가 시작됩니다.
이 글을 읽는 독자 분들 중에서도 ‘오늘 하루도 망했네, 실패했네’와 같은 생각들과 부정적인 감정(분노, 짜증, 불안, 우울 등)이 반복되어 스스로를 비난하는 분들이 있을 수도 있겠다. 내가 가장 힘든 순간, 내 자신을 혐오하고 미워하는 삶에서 벗어나, 내가 싫을수록 나를 더욱 보듬어주는 이 여정.
<실패할수록, 나를 더욱 좋아할거야>를 저와 같이 시도해보는 것도 참 좋을 것 같다.

같이, 해봐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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