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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랜드 기획자 충분 Jul 13. 2021

오늘도 성수, 내일도 성수

#1. 프롤로그 - 나에게 성수동이란?

나 : 오늘 어디서 볼까?

친구 : 성수동 가자!

나 :... 성수 꼭 가야 되니...?


친구들과 약속을 잡을 때면 종종 이런 실랑이를 벌이곤 한다. 우리의 갈등은 '성수동'에 대한 입장 차이에서 발생한다. 친구에게 성수동은 주말에 놀러 오고픈 트렌디한 동네이지만, 나에게 성수는 삶의 터전이자 일상이기 때문이다.


 성수동은 수식어가 참 많은 동네다. 데이트 코스로 대표되는 연남동이나, 직장인의 성지인 강남이나 여의도와는 달리 이곳은 구두 거리, 힙한 동네, 미니 구로디지털 단지 등으로 다양하게 불린다. 현재 성수동 구성원이 1세대 공장 근로자와, 각종 카페,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그리고 지식산업센터 및 그 외 회사 직장인으로 다양하게 양분화되어있기때문이다.


 나는 성수동 지식산업센터에서 직장을 다니는 미디어 전시 기획자다. 이곳 성수에서 일한 지는 3년이 넘었다. 5,6년 전 공장을 개조한 성수 베이커리 카페 '어니언(Onion)'의 유니크한 분위기와 앙버터 맛에 매료되어 이곳을 찾은 게 성수동과 나의 첫 만남(?)이었다. 그 후 대림창고, 자그마치 등을 구경하느라 당시 1시간 거리였던 이곳을 자주 드나들었다. 성수동을 몹시 애정 했기 때문에, 첫 직장 위치가 성수동이라는 사실은 이 동네와 내가 역시 운명으로 이어져있음을 확인한 것처럼 기쁜 일이었다. 입사 초반에는 퇴근하고 성수동을 누비며 이곳저곳을 탐구하는 일이 큰 낙이기도했다.


 그러나 3년이 지난 지금, 이 동네에 너무 익숙해져 버린 걸까. 평소 나는 성수역 4번 출구 앞 각종 가죽 피혁 가게 사이, 백종원도 다녀간 성수 감자탕이 위치한 연무장 7길을 진자 운동하듯 무심한 얼굴로 오간다. 이 길은 회사로 가기 위해 직선거리상 가장 짧은 길이자 평일의 내가 성수동에서 오가는 유일한 길이다.


 주말도 내 의지와는 달리 성수동에서 보내는 일이 잦다. 힙한 동네에 직장을 둔 죄로 친구들의 요청이 많기도 하고, 성수동 근처에서 자취를 하고 있어 집과도 가깝다. 친구들의 적당한 욕구 충족과 나의 에너지 절약을 위해 성수~서울숲 사이 익숙한 카페와 밥집에서 각종 약속을 반복한다.


그래서 '성수동'은
나에게 평일과 주말 구분 없는

일상의 기반이다.


앨범 속에서 찾은 재주식탁 카레 & 어반소스

 

그러다 최근, 종종 가던 '어반 소스(성수동 폐공장을 개조한 카페 겸 다이닝 레스토랑)'가 사라지고 그 자리에 새로 생긴 '피치스 도원'을 발견했다. 아차싶어주변을 돌아보니 내가 가장 좋아하던 성수 3 대장 카레 재주 식탁 건물도 통째로 사라지고 곳곳에 내 추억이 묻은 가게가 공사 소음과 먼지 속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순간, 성수동의 지금을 기록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마침 30살을 앞두고 방황하던 찰나에 힙한 동네가 직장인 '' 구원하사, '성수동' 다양한 브랜드와 면면을 기록해보면 즐거워질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래서 오늘부로 다양한 성수동의 모습을 기록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하기로 했다.

이 글을 통해 앞으로 두달간 내가 애정하는 이곳 성수동의 공간 및 브랜드를 소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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