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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충분 Aug 05. 2021

성수동의 오래되고 비밀스러운 편집숍 '수피(Supy)'

잘 알려지지 않은 성수동 편집숍

성수동에는 공장을 개조한 건물이 많아 낡은 벽돌 건물이 흔하다. 성수에서 보호색과 같은 붉은 벽돌 건물 사이를 지나다 보면 ‘수피(Supy)’는 참 놓치기 쉬운 공간이다.


비밀스러운 편집숍의 발견

수피 정문


나는 성수동에서 3년 동안 근무한 직장인이다. 나름 성수동 거리를 수없이 돌아다녔다고 생각했는데 ‘수피(Supy)’는 1년 전에 알기 시작했다. 우연히 발견한 회전문을 보고 “여기 뭐가 있었네?” , “언제부터 있었지?”의구심을 품으며 들어간 공간, 밖에선 상상하지 못했던 반전 있는 내부는 꽤 놀라웠다.

유서 깊은 편집숍이었어? 수피의 역사

과거 인쇄 공장 2층에서만 운영하던 수피 - 출처 : 수피 인스타그램


'수피(Supy)'에 대해 서치를 하다가 알게 된 사실인데, 이곳은 성수동의 터줏대감 격인 ‘대림창고’, 자그마치’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오래된 공간이다. 2014년에 디자이너 부부가 인쇄소 공장을 개조해 '수피(Supy)'라는 편집숍 브랜드를 이곳 성수에 론칭했다. 다만 그때 당시는 인쇄소 건물 2층에서만 수피를 운영했고, 당시에도 수피는 잘 보이지 않아 찾기 힘든 가게였다고 한다. 이 편집숍은 여전히 비밀스러워 보이는 명맥을 유지하려는 걸까. 1층과, 같이 운영하는 카페까지 영역을 확장한 지금도 여전히 베일에 감춰져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비밀스러움을 만드는 ‘문’의 역할

수피 외벽 창 

'수피(Supy)'가 갖는 비밀스러움에는 ‘문’이 큰 역할을 하지 않을까. '수피(Supy)’는 다른 가게들과 달리 내부에 ‘문’이 많다. 수피 외벽에 난 창문을 시작해서 벽을 뚫고 난 거대한 회전문을 밀고, 그 내부에 빨간 중문까지 열어야 마침내 편집숍에 닿을 수 있다.


수피의 다양한 문

'수피(Supy)의 ‘문’은 1층뿐만 아니다. 1층과 2층을 잇는 역할도 ‘문’이 한다. 2층을 오르기 위해서는 건물 뒤편에 있는 새로운 회전문을 나서야 한다. 계단을 올라 2층 편집숍 문을 열면 사이버 펑키한 공간이 나타난다. 이곳엔 또 문이 있다. 나무 질감에 쇠파이프 같은 손잡이, 이 문이 편집숍으로 들어가기 위한 마지막 관문이다. 이 문까지 열어야 본격적으로 2층 편집숍을 구경할 수 있게 된다. 2층 편집숍까지 총 5개의 문이 나있는 것이다.

수피(Supy) 2층 디스플레이

가까스로 도착한 2층 '수피(Supy)' 편집샵은 더욱더 은밀한 기분이 들게 한다. 빈티지하면서 펑키한 내부에는 문이 난 작은 부스가 여럿 있고, 디스플레이된 옷들은 높게 자리해있어 시야를 가린다. 한 치 앞만 바라보며 마치 암모나이트 모양처럼 뺑 돌아 걸어야 2층 입구에서 가장 먼 중앙 공간에 도착할 수 있다. 그곳엔 감춰져 있던 다양한 액세서리와 낡은 소파가 막 떠난 누군가의 흔적처럼 어수선하게 자리 잡고 있다. (어수선한 느낌은 Supy의 본래 의미 - Succesful Pirate 성공한 해적 콘셉트로 연출한 게 아닐까 추측한다)

건축가 유현준 작가는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책에서 사람들이 걷기 좋은 길로 골목길을 선호하는 이유에 대해 언급한 적 있다. 강남 테헤란로처럼 쭉쭉 뻗은 직선도로보다 꼬불거리는 익선동 골목길이 더 다양한 가게(출입구)를 만날 확률이 높고 다음 골목에 대한 기대 심리 때문에 사람들이 훨씬 흥미를 느낀다는 것이다. 

수피 편집샵이 이러한 심리를 잘 활용한 예가 아닐까 싶다. 이곳은 같은 면적의 공간도 문으로 잘게 쪼개 놓아서 단위면적당 이벤트 밀도가 높고 그래서인지 작은 편집샵을 구경하는 일이 보물찾기 게임처럼 흥미롭게 느껴졌다. 아쉽게도 수피가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진 곳은 아니지만 성수동에 들린다면 한 번쯤 방문해보면 재밌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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