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글을 매일 쓰지?
한국에 귀국한 뒤
세계일주의 계획이 물거품이 되고
매일 글을 쓰게 된 지가 어느덧 3개월이 됐습니다.
주말에는 쉬었고, 빼먹은 날도 여럿 있었죠.
100편가량의 글을 썼고
절반은 지난 2년 간의 호주생활에 관한 글이었습니다.
어제 호주생활을 정리하는 마지막 글을 올린 뒤
오늘 또다시 새로운 글을 씁니다.
무엇을 써야 하나 고민만 한 채로
아침 9시부터 한 시간 동안 멍만 때리고 있네요.
쓰고 싶었던 주제에 관한 글을 다 쓰고 나니
새롭게 써야 할 글에 대한 소재와 글감이 막막해집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을 하게 됐지요.
'난 왜 매일 글을 쓰나'
브런치를 시작한 뒤로
매일 글쓰기를 실천하고 계신
여러 작가님들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분들은 왜 매일 글을 쓰는 걸까
왜 그렇게 열심히 쓰는 걸까
궁금증이 피어오르게 됐습니다.
매일 글을 쓴다는 것엔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제게 글쓰기의 목적과 의미는 다양합니다.
뭐든 기록하기를 좋아하는 탓에
일상 속에서 문득 피어나는 생각과 감정들을
흩날리듯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씁니다.
누군가 그러더군요.
기록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상실의 고통을 두려워하는 사람이라구요.
저 또한 그런 것 같습니다.
가진 것이 없는 제겐
이러한 사소한 관념과 경험의 흔적들마저
잃어버리기를 두려워하는 마음이 있는 것 같습니다.
또 다른 글쓰기의 이유는
스스로를 훈련시키고자 하는 욕망 때문입니다.
뭔가를 조리 있고 설득력 있게 풀어내는 능력.
그렇게 누군가에게 읽을만한 가치가 있는
결과물을 생산해내는 능력을 기르고 싶기 때문입니다.
남이 봐주지 않는 일기를 꾸준히 쓰는 건
자신과 끊임없는 대화를 나누는 것과 비슷합니다.
그렇게 내가 몰랐던 나의 모습에 대해 알게 되고
스스로의 생각과 감정에 좀 더 솔직해질 수 있습니다.
남이 봐주는 글을 쓰게 될 때는
나의 생각과 감정을 좀 더 객관화시켜 바라볼 수 있습니다.
그렇게 의미와 메시지를 전달하는 능력을 기릅니다.
그렇기에 제게 글쓰기란 행위의 의미는
기록을 통해 나만의 것을 간직하여
하나하나 쌓아두는 과정이자
그것들을 자신과 타인에게 공유하며
존재의 의미를 찾아가고 알리는 일입니다.
3개월 동안의 글쓰기 과정을 거치며
내게 어떠한 변화가 생겼을까 생각해봤습니다.
딱히 눈에 띄는 변화는 없는 것 같습니다.
다만 뭔가를 쓰기에 앞서
항상 부담스러웠던 마음이
조금은 줄어든 것 같습니다.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이
조금이나마 사라졌다고나 할까요.
스스로와 맺은 약속 때문에
의무적으로 매일 책상에 앉아있다 보면
기계적으로나마 뭔가를 써내는 일이
자연스러워지게 되더군요.
또 나 자신을 마주하고
남들에게 보이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조금은 사라졌다는 것은
어쩌면 앞으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용기가 아닐까
그러한 용기를 조금씩 얻어가는 중일까 생각해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글쓰기는
앞으로도 꾸준히, 꾸준히, 성실하게 해보려고 합니다.
아무도 봐주지 않을 글이겠지만
그래도 누군가 봐줄 거라는 기대를 갖고
매일 이렇게 글을 쓰다 보면
나중에 정말 누군가에게 보여줄 글을 써야 할 때
꼭 필요한 자신감을 얻게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도 역시 궁금합니다.
다른 분들은 왜 글을 쓰시나요?
무엇을 어떻게 쓰며
매일 어떤 고민을 하며 살아가시나요?
글을 쓰면서도
난 왜 글을 쓰는지에 대한 고민을 멈출 수가 없게 됩니다.
그러면서도 머리와 눈과 손이 움직이게 됩니다.
아침 내내 한 시간 동안
멍만 때리다 15분 만에 적어 내려간
백수의 자아성찰과 독백이었습니다.
모두 즐거운 하루 보내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