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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피로스 Nov 05. 2020

인간관계를 책으로 배웠습니다

<데일카네기 인간관계론>이 가르쳐준 관계의 지혜



1937년 초판 5천부만 출판되었던 <데일카네기 인간관계론>은 전 세계에서 ‘성경’ 다음으로 많이 팔린 논픽션 책이다. 그리고 내가 살아오면서 가장 여러번 반복해서 읽은 책이기도 하다. 거의 한 세기 이전에 출간된 오래된 책임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도 이 책이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는 이유는 뭘까. 더 나은 ‘인간관계’에 대한 관심과 노력은 시대를 불문하여 지속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혼자선 살아갈 수 없는 존재가 아닌가.

 

혼자서 살아갈 수 없기 때문에 누군가를 이해해야만 한다. 동시에 타인을 이해한다는 것은 곧 나를 이해한다는 말과 같다. 인간은 모두 제각기 다르지만 결국 똑같은 인간이기 때문에. ‘결국 내가 잘 살아가기 위해선 남을 잘 알아야 한다’는 명제를 토대로 이 책은 여러 인간관계에 대한 노하우를 설명한다. 10년 전, 처음 이 책을 만난 때부터 지금까지 난 인간관계의 노하우를 삶에 적용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 그리고 나의 인간관계론은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며 지금도 여전히 진화해가는 중이다.


1937년 초판 된 <데일카네기 인간관계론>


비난이나 비평, 불평을 하지 말라


대학시절 실연의 아픔에 빠진 친구와 술을 한잔 했다. 여자친구의 이별 선언과 쓰라린 현실을 도무지 받아들이지 못했던 친구가 내게 무엇이 잘못된 건지 물었다. 나는 있는 그대로 이야기해줬다. 모든 잘못은 너로 인한 것이고, 책임도 네게 있다. 말을 하다 보니 친구에 대한 비난과 비평이 난무했다. 두 여자를 동시에 만난 게 누구 잘못인지는 지나가던 행인에게 물어봐도 똑같은 대답이 돌아올 터였다. 그날 친구는 오열했고 끝까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


시간이 좀 흐른 뒤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그는 그의 자존심과 마음에 상처를 입힌 나를 비난했다. 그때 깨달았다. 그날 이 친구에게 필요했던 건 가혹한 비난과 날카로운 비평이 아닌 한 마디 위로의 따뜻한 말이었단 걸. 잘못의 기준은 결국 상식이 아닌 주관에 의해 결정된다는 걸. 사람은 때때로 논리보단 감정이 앞설 수 있다. 객관적 사고보다 편견에 의지할 때가 많다. 옳고 그름보단 자존심과 허영심에 의해 행동할 때가 많다. 그날 이후로 난 누군가에게 쉽게 비난이나 비평을 할 수 없게 되었다.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이 중요하다는 느낌이 들게 하라


훈련 시즌이었다. 어느 날 내가 관리하고 있던 한 관심병사 친구가 훈련에 불참하고 싶다는 의사를 강하게 드러냈다. 자신의 역량이 부족해 다른 부대원들에게 피해를 줄까 걱정된다는 이유에서였다. 관심병사란 군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한시적으로 집중관찰이 필요한 병사를 뜻한다. 많은 관심병사들이 군생활에 적응 못하는 자신을 비하하며, 자신감을 잃는 경우가 많았다. 그 친구에게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진심으로 응원과 격려의 말을 전해줬던 기억이 난다.


다행히 그는 코뼈에 금이 갈 만큼 최선을 다해 훈련에 참여했다. 훈련이 끝난 뒤, 그는 더 이상 그 누구로부터도 관심병사라 불리지 않게 됐다. 간부와 부대원들 모두 그의 변한 모습에 놀라워했고, 그는 모범적인 군생활을 보여줬다는 명목으로 대대장에게 포상휴가를 받아냈다. 내가 전역하는 날, 그 친구는 내게 정성스럽게 만든 전역모와 눈물의 편지를 건네주었다.


그때의 경험은 ‘진심 어린 위로와 칭찬’이 얼마나 강력한 것인지 가르쳐주었다. 인간은 누구나 인정받고 싶어 한다. 자신의 진정한 가치를 누군가 알아주길 원한다. 스스로가 중요한 존재라는 사실을 각인시켜주는 누군가의 따뜻한 위로와 칭찬의 말 한마디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강력한 힘이 담겨있단 걸 배웠다.


경청가가 되어라


협력업체 직원과 미팅이 있었다. 중요한 사안에 관해 의견을 조율하는 날이었고, 상대방과는 초면이라 조금 더 긴장됐다. 진지한 표정으로 시작된 그녀와의 대화는 2시간가량 이어졌다. 그녀는 할 말이 많았고 나는 주로 듣는 입장이었다. 상대의 의중을 파악하고자 그녀의 의견을 주의 깊게 듣는데 정신을 집중했다. 이해가 안 되면 질문했고, 말의 내용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 애썼다. 그렇게 듣고 질문만 하다 보니 어느새 자리에서 일어날 시간이 됐다. 대화가 잘 풀린 건지 확신이 서지 않아 내심 걱정됐다.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미팅이 끝난 뒤 그녀가 말했다. 이렇게 대화가 잘 풀린 적은 오랜만인 것 같다고. 의견 조율도 원만히 된 것 같고, 나와는 대화가 참 잘 통하는 것 같다고. 그럴 리가 없었다. 일방적으로 대화를 주도한 건 그녀였다. 2시간 동안 내가 한 일이라곤 듣고 질문한 게 거의 전부였지만 그녀는 나와의 대화에 좋은 인상을 받았고, 만족한 것 같았다. 서로 원만한 합의에 이르며 우리는 기분 좋게 헤어질 수 있었다.


경청하는 태도는 누군가에게 보일 수 있는 ‘최고의 찬사’라고 한다. 내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누군가의 말에 먼저 귀 기울이고, 관심과 흥미를 갖다 보면, 그 역시 나에게 관심과 호감을 갖게 된다. 최고의 설득력은 때로 화려한 언변보다 진심 어린 경청에서 나올 때가 있다. 우리는 우리에게 먼저 관심을 갖는 사람에게 마음을 열기 때문이다.
 

젊었을 때의 카네기 아저씨


더 나은 ‘인간관계’에 대한 핵심은 타인에 대한 진정한 관심과 애정인 것 같다. 빠른 속도로 과학기술이 발전하고 시대가 변해가지만 그럼에도 ‘관계’의 중요성은 인류가 존속하는 한 미래에도 변하지 않는 중요한 가치로 남을 것이다. ‘코로나’라는 거대한 시대적 변화를 맞이하고 있는 우리는 지금도 어떻게든 타인과 새로운 형태로 연결되고 관계를 맺어가기 위해 노력한다. 관계와 인간 본성에 관한 깊이 있는 철학적 질문을 던져주는 이 책이 과거에도 그리고 미래에도 꾸준히 읽혀질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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