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의 기쁨과 슬픔>이란...
솔솔히 부는 봄날의 순풍처럼
부드럽고 소소한 매력이, 감동이 있었다.
자연스럽게, 그리고 은은하게
공감하고 끄덕이며 책을 덮었다.
모든 에피소드가
격하거나 극적이지 않았다.
그저 이 시대 가장 보통의 우리들 이야기처럼.
평범하지만 조화롭게 펼쳐진 나의 이야기 같았다.
사회생활의 기본공식도 모르고
눈치도 없는 '전체회신녀',
경제관념도 없고, 예의도 모르는
빛나 언니가 답답했지만 그리 밉진 않았다.
어딜 가나 이런 사람이 꼭 한명쯤은 있으니까.
혹은 때때로 내가 그런 사람이 되기도 한다.
주변에 빛나 언니가 있으면 참 피곤하다.
그래서 타인과의 관계의 가치를
계산기로 두드리듯 숫자로 풀어내는
주인공의 차가운 현실감각에도
나는 공감하고 동조하면서, 씁쓸했다.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그녀를 미워했지만
그렇게 바보 같은 그녀가 또 너무 싫지도 않다.
중고거래를 하러 나온 낯선 이에게
월급으로 받은 포인트로 샌드위치를 사주고,
자신의 내밀한 이야기를 거리낌 없이 내뱉던
우동마켓의 1인자 거북이알도
전기세가 두 달 밀려도
'월급을 털어 개새끼'를 사 오고,
죽은 강아지의 눈을 편히 감겨주기 위해
뒷 주머니의 전재산 3만 원을 탕진하는,
4등급 냉장고처럼 비효율적인 삶을 사는 장우도
생판 모르는 외국인 여성에게 도움을 구하고
고소한 냄새의 호밀빵을 서슴없이 나눠주던 사람.
지구 반대편 먼 곳으로 잘 찍은 사진을 보내며
행여나 구겨질까, 두꺼운 종이를 세심히 덧대어준,
오로라가 그려진 핀란드에 살던
그리운 탐페레 공항의 할아버지도
바보같지만 인간적이다.
쓸모없지만 감동적이다.
뭔가 따뜻하다.
결국
이른 새벽부터 찾아와,
주인공의 자리에 몰래 놓고 간,
분홍색 하트가 그려진 빛나 언니의 떡을 받고,
주인공은 생각한다.
"빛나 언니는 잘 살 수 있을까.
부디 잘 살 수 있으면 좋겠는데."
마음을 움직이는 힘은
결국 '온기'인 걸까.
인간적으로 산다는 건,
사람 산다는 건 과연 뭘까.
우린 뭘 위해, 무엇이 되고자
이렇게 아등바등 효율적으로 살아가나.
뜬금없는 궁금증이 피어올랐다.
이런 사람들처럼 살아오진 못했지만
이런 사람들처럼 살아가고 싶다고
책을 읽는 내내 나도 모르게 계속
속으로 되뇌었던 것 같다.
금속처럼 차갑게 얼어붙은 마음을 녹여줄 수 있는
기계처럼 작동하는 현실감각 조차도 초월해버리는
그런 온기를 줄 수 있는 사람.
방금 쪄낸 떡처럼,
조건 없이 베푼 포인트처럼,
아무 효율 없던 뒷 주머니의 3만원처럼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는 사람.
그런 온기를 건네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렇게 나와 내 주변을
세상을 따듯하게 만들고 싶다.
바보같지만 인간적이고
쓸모없지만 감동적인 빛나 언니와
거북이알과, 장우와, 탐페레 공항의 할아버지처럼.
나도 누군가에겐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난 여전히 때때로
그들을 이해 못할 것이고
그들을 비난하며 살겠지만,
동시에
그들을 그리워하고,
영원히 애정하며 살고 싶다.
그렇게 그들을 조금씩 닮아가고 싶다.
병들어가는 이 세상은
아직 그들이 있기에
사람 사는 곳다워지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