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타인의 해석>은 가능한가?
"우리는 얼마쯤 지나서는
이 논쟁을 제쳐두고 다른 문제로 넘어갔다.
나는
다른 문제로 넘어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타인의 해석>, 28p
<타인의 해석>, 말콤 글래드웰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모두가 포기한 줄도 모르고 지나쳐버린
사소해 보이지만 중요했던 질문을
그는 끝내 놓아주지 않았다.
마지막 장을 덮고 나서 결심했다.
책의 내용도 무척이나 좋았지만
나는 이 부분에 대해 글을 쓰겠다고.
책은 두꺼웠지만 질문과 메시지는 간결했다.
그리고 결코 가볍지 않았다.
"왜 우리는 타인에 대해 잘 모르는가?"
"인간은 원래 그런 존재다."
낯선 이를 탐색하고 이해하는 우리의 능력에
분명한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이제껏 머릿속에 한 줄짜리 정보로만 간직하며 살아왔다.
그래서 너무나 단순했고 뼈 아픈 메시지였다.
아는 걸 온전히 실천하며 살아가는 사람은 많지 않다.
책을 통해 깨닫게 되었다.
내가 특히 그런 사람이었단 걸.
언제나 누군가를 잘 이해하고 파악할 수 있다는
잘못된 믿음 속에서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난 분명
누군가를 관찰하고, 이해하며, 판단했을 테니까.
생각해보면 관계 속에서 생겨나는 모든 문제는
이 작은 하나의 잘못된 믿음에서 시작될 때가 많다.
평범했던 젊은 아프리카계 미국인 샌드라 블랜드와
훈련받은 대로 직무를 수행한 것일 뿐이었던
경찰관 엔시니아의 우연하고도 사소했던 만남이
걷잡을 수 없는 비극으로까지 치닫게 된 것처럼 말이다.
모두가 이 사건에 대해
적당히 분노하고,
적당히 잊어버리고,
적당히 다른 문제로 넘어가려고 할 때,
작가는 단호히 거부했다.
그에게 있어서 이 문제에는
아직 해결해야 할 것이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말콤 글래드웰 (출처:구글 위키피디아)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저자의 이런 태도였다.
누구나 쉽게 던질 수 있는 평범한 질문을 통해
아무나 쉽게 이끌어 낼 수 없었던 이 비범한 결론에 도달한
그의 고집스러운 자세가 유별나고 대단해 보였다.
우리는 '보통' 그렇게 잘 살아가지 못하지 않은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매일
너무나 많은 사건 사고와 소음들로 가득 차 있다.
너무나 많은 걱정과 고민을 하며 살기에 바쁘다.
그래서 항상 힘들고, 귀찮고, 무관심하다.
'항상 일어났던 일이니까
그리고 언젠간 또 발생할 문제니까'
'분명 이게 문제의 원인이겠지'
쉽게 판단하고 지나쳐버린다.
깊게 고민하고 생각하지 못한 채로.
문제는 해결된 것처럼 보이지만
전혀 해결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똑같은 문제가 매번 다시 발생한다.
나와 세상이
어제보다 좀 더 나아진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첫걸음이란 무엇일까.
그런 삶의 문제에 관한 힌트를
이 책을 통해 얻게 된 것 같다.
아무런 의심과 고민 없이
너무도 당연하게 지나쳐버렸던 여러 질문들에
조금 더 관심을 갖는 것.
진심으로 바라보는 것.
포기하지 않는 것.
그렇게 내가 변하고
삶이 변하고
세상이 변해갈 수 있는
올바른 삶의 자세란 무엇일까에 관해
깊이 고민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다양한 사례를 통한
심도 있는 저자의 통찰도 인상 깊었지만
훗날 이 책을 기억하게 된다면
무엇보다 이 한 문장을 잊지 않을 것 같다.
나는 다른 문제로 넘어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