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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피로스 Jul 29. 2020

서점과 디자인의 미래

마스다 무네아키, <지적자본론>을 읽고

최근 인상 깊게 읽은 책이 한 권 있습니다.

우연한 계기로 만나, 적잖은 충격을 줬던

마스다 무네아키의 <지적 자본론>.


2015년에 출판된 책이지만

유행을 타고 반짝 흥행했던 부류의 책은

아닌 것 같았습니다.


마스다 무네아키


마스다 무네아키는

기획자이자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기업 경영 방식으로

잘 알려진 일본의 기업가입니다.

일본에서 가장 큰 서점인

TSUTAYA 서점의 창시자이자

현 CCC의 최고경영자이기도 합니다.


그가 기획을 맡아 탄생한

일본의 다케오 시립 도서관은

국내 코엑스에 위치한 '별마당 도서관'의

모델이 되었다고 알려져 화제였죠.


다케오 시립 도서관
 별마당 도서관(동아일보)


그가 쓴 이 책은

성공한 기업가의 자서전 형식이지만

단순히 주인공의 삶을 화려하게 비추고

기업의 브랜드 평판을 높이기 위한 상업적 의도나

업적을 과시하기 위해 쓰여진 것 같진 않습니다.


세상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그의 날카롭고 참신한 시각과 통찰력,

다가올 미래에 대한 준비를

과감하고 혁신적인 자신만의 경영 방식으로 보여주는

실감 나는 스토리가 인상 깊었습니다.


한 기업의 최고 경영자이자

시대를 앞서가는 리더의 모습이란

이런 부류의 사람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책의 일부를 인용해봤습니다.


<지적자본론>, 마스다 무네아키 (YES24)

 



'고객 가치'의 관점에서
소비 사회의 변화를 생각해본다면
어떤 풍경이 보일까?

1)
우선 소비 사회의 첫 단계,
'퍼스트 스테이지'는 물건이 부족한 시대다.
이 경우, 고객의 입장에서는
상품 자체가 가치를 가지기 때문에
어떤 상품이든 용도만 충족하면 팔 수 있다.

2)
그러나 인프라가 정비되고 생산력이 신장되면
상품이 넘쳐 나는 시대가 찾아온다.
'세컨드 스테이지'다.
이 시대는 용도만 갖춘 상품이면 무엇이든 팔 수 있는
목가적인 시대가 아니다.

가치의 축은 상품이지만
그것을 선택하기 위한 장소, 즉 플랫폼이 필요하다.
따라서 고객의 입장에서 볼 때,
보다 효과적인 플랫폼을 제공할 수 있는 존재가
높은 고객 가치를 창출하는 사람이 된다.

3)
그리고 현재,
오늘날의 소비 사회는 더욱 진보하고 있다.
주위를 둘러보면 금세 알 수 있을 테지만
지금은 플랫폼이 넘친다.
인터넷상에도 수많은 플랫폼이 존재해
사람들은 시간과 장소에 조금도 구애받지 않고
소비 활동을 전개한다.

이것이 '서드 스테이지',
우리가 현재 생활하고 있는 시대다.
이미 수많은 플랫폼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이제는 단순히 플랫폼을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고객의 가치를 높일 수 없다.

<지적자본론> 中 (민음사)




그는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소비사회는

세 번째 단계(서드 스테이지)라고 주장합니다.

사람들은 더 이상 단순히

물건의 용도와 살 수 있는 장소만 고려하여

소비생활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지금 시대의 우리는

어떠한 목적을 가지고,

어떠한 조건을 고려하여

소비를 하는 것일까.

변해가는 소비자의 특징과 성향에 맞춰

생산자와 판매자가 고민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제안 능력'이 있어야 한다.
플랫폼은 수없이 많이 존재한다.
그러나 그것들은 단순히 '선택하는 장소'일뿐,
플랫폼에서 실제로 선택을 수행하는 사람은 고객이다.

그렇다면, 플랫폼 다음으로
고객이 인정해줄 만한 것은
'선택하는 기술'이 아닐까.

각각의 고객에게
높은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상품을 찾아 주고,
선택해주고, 제안해 주는 사람.

그것이 서드 스테이지에서는
매우 중요한 고객 가치를 낳을 수 있으며
경쟁에서 우위에 설 수 있게 해 주는 자원이다.

<지적자본론> 中 (민음사)




마스다 무네아키는

서점의 미래라고 불려지는 '츠타야 서점'을 만들어

일본과 전 세계의 서점 문화에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츠타야 서점은 기존의 판매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서점이 더 이상 책이라는 물건을 판매하는 곳이 아닌,

사람들에게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하는

혁신적인 장소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실제로 그의 서점은

편안함을 강조하는 독창적인 인테리어부터

서적의 내용과 관련된 음반, 공연, 각종 예술분야의

상품과 콘텐츠를 접목하여 판매하는 방식을 도입한

혁신적인 공간으로 보입니다.


서점이라는 공간을

인간과 미래가치에 중점을 두어

완전히 재해석된 공간으로 재탄생시킨 것이죠.


일본의 츠타야 서점




플랫폼이 넘쳐나는 서드 스테이지에서
사람들은 '제안'을 원한다.
서적이나 잡지는 그 한 권, 한 권이
그야말로 제안 덩어리다.
그것을 팔 수 없다면
판매하는 쪽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닐까?

고객에게 가치가 있는 것은
서적이라는 물건이 아니라
그 안에 풍부하게 들어 있는 제안이다.
그런데 그런 부분은 깡그리 무시하고
서적 그 자체를 판매하려 하기 때문에
'서점의 위기'라는 사태를 불러오게 된 것이다.

서점의 매장은
고객을 우선적으로 생각해
구성된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잡지, 단행본, 문고본 등의 분류는
어디까지나 유통을 하는 쪽의 입장에서 이뤄진 분류다.
유통 과정에서 정해진 그런 분류를
매장에 그대로 도입하는 이유는
고객의 욕구를 돌아보지 않기 때문이다.
그곳은 단순히 판매를 하는 '판매 장소'일뿐
구입을 하는 '구입 장소'가 아닌 것이다.

정작 주역이어야 할 고객이 존재하지 않는,
열기가 식은 공간을 만들어 놓고
'책이나 잡지가 팔리지 않는다.'
라고 한탄하는 것은 착각이다.




이 프로젝트에서 우리가 유난히 신경을 쓴 부분은
장서를 분류하는 방법이었다.



일본의 도서관은 장서를
'일본 십진분류법'에 기준하여 관리하고 있다.



수많은 서적을
하나의 법칙을 바탕으로 체계화하기 위해
이런 분류 방법을 도입한 열의에는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대학 도서관의 92퍼센트,
공공 도서관의 무려 99퍼센트가
이 방법을 채용하고 있다는 통계를 보아도
이것에 대한 도서관 관계자들의 깊은 신뢰를
충분히 유추해 볼 수 있다.

단, 이 도서 분류법이 최초로 발표된 때는
1928년이다.

따라서 현대 사회의 라이프 스타일과는
동떨어진 부분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적자본론> 中 (민음사)




잠실 교보문고 리모델링 전(왼쪽)과 후(오른쪽)의 모습


문득

잠실역에 위치한 교보문고가 생각났습니다.

최근 1년 간의 리모델링을 마치고

다시 오픈했더라구요.

제가 자주 가던 서점이기도 한데

새롭게 바뀐 서점에 들어서자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느낌을 주더군요.


좀 더 책을 구경하고 싶고,

잠시 앉아서 쉬고 싶게 만드는

그런 편안함이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요.


단순히 책을 판매하기 위해

수많은 책을 나열만 해놓은 것 같던

이전과는 확실히 다른 온도차가 느껴졌습니다.


전문가가 아니어서

뭐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설명하긴 어렵지만

분명히 전해지는 달라진 느낌이 좋았습니다.


서점이라는 공간이 소비자에게 맞춰

어떻게 재해석되고 디자인되느냐에 따라

책을 판매하는 곳 이상의 의미를 창출해낼 수 있는지,

배울 수 있었습니다.


단순히 공간을 재창조함으로써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할 수 있다는

놀라운 디자인의 힘과

그 의미와 중요성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참 좋은 책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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