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일지 D+5 (2020.06.16)
2020년 6월 16일 화요일. 책을 읽다가 아침부터 심장을 폭행당했습니다. 지금도 쿵쾅쿵쾅 나대는 이 녀석을 달래며, 이제껏 외면했지만 갑자기 불쑥 찾아와, 지금도 저를 무섭게 노려보고, 마주하고 있는 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두려움. 가장 오래된 친구이자 적이기도 한 녀석. 최근 <타이탄의 도구들>이란 책을 아침마다 조금씩 읽고 있습니다. 오늘은 '강력한 행동을 끌어내는 7가지 질문'이란 걸 스스로에게 던지며, 오랫동안 내 안에서 끊임없이 나를 노려보고 있던 이 무서운 놈과 재회합니다. 그걸 마주하며 나눈 나와의 대화를 있는 그대로 기록해봅니다.
(워드에 생각나는 대로 마구 끄적인 텍스트를 손만 좀 봤습니다. 책의 질문도 제 입맛대로 바꿔버렸습니다. 다시 보니 말도 안 되는 내용이네요. 질문에 엉뚱한 대답을 하고, 논리도 없으며, 허무맹랑한 소리만 늘여놓았네요. 하지만 그 순간 내가 무심코 뱉어놓은 생각과 감적의 흔적들을 완성된 글의 형태가 아닌, 여과 없이 날 것인 상태로 기록해보고 싶었습니다. 분명 훗날, 이 글을 다시 읽으며 벅찬 눈물을 흘릴 날이 올 거라 믿어요.)
Q1. 당신의 악몽, 즉 당신이 현재 생각하기에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을 정의하라.
A. 올해가 끝날 때까지 백수로 남는 것. 충분한 수입 없이 지금과 같은 상황이 유지되는 것. 나름의 노력을 하고 있지만, 이러다가 남은 6개월이란 시간도 금방 지나가고, 갖고 있는 500만원도 모두 사라질 것이다. 돈 한 푼 못 벌면서, 지금처럼 시간만 흘러가 2021년을 맞이하게 될까 봐, 아무런 성과 없이 올 한 해도 결국 실패했다고 인정하게 되는 게 제일 무섭다.
Q2. 당신에게 꼭 필요한 큰 변화를 추구했을 때 따를 것 같은 의심과 두려움, '만약'의 상황은 무엇인가? 매우 구체적으로 떠올려본다.
A. 나에게 꼭 필요한 큰 변화. 더 이상 돈이 없다고 아르바이트로 연명하고 싶지 않다. 내가 가장 잘할 수 있고, 좋아하는 일로 크진 않지만 충분한 수익을 만들어 내는 것. 그렇게 살 수 있다는 믿음으로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는 것. 하지만, 잘 안될까 봐 무섭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돈도 다 써 하기 싫은 아르바이트만 하는 백수의 삶으로 돌아가는 게 두렵다. 그런 인생을 반복해서 사는 패배자로 주변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게 두렵다. 부모님께 떳떳한 자식으로, 동생에게 멋진 형으로 사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만, 현실을 이겨내지 못하고 계속 실패를 반복하여 두려움에 떨고 살까 봐 무섭다. 겉으로는 아닌 척하는 정말 개 못난 찌질이가 되어가는 게 아닐까 무섭다.
Q3. 두려움 때문에 미루고 있는 일이 있는가?
A. 지금 바로 시작해야 할 것은 유튜브다. 여러 가지 콘텐츠에 대한 아이디어와 계획이 있지만 더 나아가질 못한다. 뭔가 무섭다. 할 게 없으니 유튜브나 집적대냐는 소리를 들을까 봐 무섭다. 콘텐츠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할까 봐 겁난다. 내 못난 상황을 노출시킴으로써 주변 사람들에게 받을 시선이 두렵다. 힘들게 시도했지만 돈도 못 벌고, 나에 대한 이미지는 망가지고, 그래서 패배자, 낙오자라는 시선을 받아 자존감이 또 바닥을 칠까 봐 무섭다. 나아가 이렇게 걱정과 불안에만 시달리다가, 제대로 시작도 못 해보고 훗날 후회만 하지 않을까도 걱정된다. 이 모든 두려움이 유튜브조차 시작 못하게 만들고, 그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하게 만든다.
Q4. 언젠가 꼭 이룰 것이지만 때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 생각할 때마다 가슴이 뛰는.
1) 아마추어 작가 되기. 꾸준히 글을 쓰며 나중엔 책을 하나 내고 싶다. 더 많은 책을 읽고, 더 많은 글을 쓰고, 더 많은 방법으로 사람들에게 보여줘야 하지만 여전히 글쓰기가 부족하여 앞으로 나서는 것이 두렵다.
2) 나만의 사업 성공. 독서와 토론, 챌린지 프로그램을 통한 사업을 시도할 것이다. 확고한 믿음이 있다. 하지만 돈이 필요하다. 수입을 만들고 안정적인 상황에서 시작하고 싶다. 지금은 할 수 있는 작은 것부터 시작하고 있지만, 당장 앞으로의 생계에 대한 걱정에 급급해, 언제 제대로 이 사업에 임해볼 수 있을까 걱정된다.
3) 인플루언서. 성공한 백수가 되고 싶다.
나의 모든 과정을 하나의 스토리로 만들어낼 것이다. 그래서 나와 비슷한 상황에 있는 사람들에게 희망과 위안을 줄 수 있는 인플루언서가 되고 싶다.
두려움을 마주하는 건 정말 무섭네요. 그놈을 이겨본 적이 별로 없어서 일까요, 한 번도 싸워서 이겨본 적이 없는 무서운 상대를 마주하는 것 같습니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지만, 속으로는 많이 떨고 있어요. 마주할 때마다, 나의 나약한 모습만이 내 전부라고 생각되기 때문일까요. 자꾸 인정하고 싶지 않은 과거와 현재, 미래의 내 부정적인 모습에만 눈이 가네요.
불안과 두려움으로 인해, 충분한 용기를 내지 못하는 것. 해야 할 일을 하고 나아가야 할 길로 한 걸음 내딛는 걸 두려워하는 것도 제게 있어 하나의 사치이자 '게으름'인 것 같습니다. 하아. 오늘도 뭔 짓거리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변태 같은 정신승리를 한 번 더 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