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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피로스 Jun 17. 2020

백수의 부업 찾기

백수일지 D+6  (2020.06.17)

2020년 6월 17일 수요일. 수요일은 참 애매한 날이에요. 벌써 월화가 지나갔네, 아직 월화밖에 안 지나갔나 할 수 있는 날이기도 하고, 아직 목금이 남았네, 벌써 목금밖에 안 남았어. 라고 할 수 있는 날이거든요. (응. 기분 좋은 수요일 낮부터 개소리하지 말자 백수야.)


맞다. 지난번 어무니의 소원을 들어드리고자 시도했던 '사랑의 콜센타'는 실패로 끝났습니다. 오후 5시-8시반까지 달렸지만, 5,000통이 넘게 전화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상담원의 목소리는 들을 수 없었어요. (응 사랑의 콜센타 나빠요.) 2주 뒤에 다시 시도할지는 어머니와 충분한 논의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 날 하루 종일 핸드폰만 붙잡고 있느라 둘 다 정신줄 놓을뻔했어요.


오늘은 백수가 호주에서 한국으로 귀국해, 코로나 개자식 때문에 잠정 무기한 연기된 세계일주를 뒤로하고, 시도했던 부업 준비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최소한 1년은 한국에서 머물 수 밖에 없다고 판단한 후, 돈을 벌 필요가 생겼죠. 1년 동안 열심히 다닐 직장을 찾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호주에서 2년 뼈 빠지게 일을 하면서 얻은 깨달음이 하나 있습니다. '아, 나는 정말 내가 하기 싫어하는 일은 못할 성격이구나. 그저 마음의 위안과 돈 때문에 하는 일은 전혀 즐겁지가 않구나.' 라는 것을요.


배부른 소리한다. 아직 정신을 못 차렸구나. 아르바이트라도 해야지. 라고 누군가 말할 수 있겠지만. 그냥 싫어. 싫다고. 안 한다고. (죄송합니다)


그렇게 부업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한동안은 그렇게 읽고 싶던 책도 많이 읽고, 글도 써보고, 유튜브란 것도 해보고, 오랫동안 그리웠던 사람들을 만나 모임도 갖고, 요로케 살고 싶었어요. 물론 그냥 맘 편하게 놀자고 그런 것만은 아니라, 이런 활동들을 통해서도 수익을 낼 수 있는 방법을 열심히 찾아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 제대로 된 수익이 발생할지는 알 수 없으니, 적은 돈이라도 벌 수 있는 부업을 하나 해보기로 합니다.


백수가 된 지 6일째가 아니에요. 백수는 그보다 좀 더 오래전부터...


3월, 에어비앤비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가장 손쉽고도 적은 자본으로 시작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지요. 호주에서 여행을 하는 동안, 호텔 예약 사이트와 에어비앤비를 여러 번 이용해봐서 나름의 숙소 이용에 관한 노하우도 좀 있었습니다. 한국에서도 예전보다 훨씬 시장이 커져있더군요. 당장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블로그와 유튜브에 있는 정보를 열심히 정리했고, 관련 책을 사서 공부했죠. 이쪽에서 꽤나 유명한 강사의 원데이 클래스 강의도 듣고 왔지요.(3시간에 5만원. 쩝.)


결론. 불법이 아니고서야 내 집이 없으면 에어비앤비는 할 수 없다. 사실입니다. 현재 에어비앤비에 나와있는 여러 매물 중 오피스텔, 원룸 등은 상당수가 불법으로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더군요. 사업자를 내고 합법적인 기준으로 정당하게 에어비앤비를 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업계 종사자가 당당히 서울에 나와있는 매물의 70% 이상은 불법이라고 하더군요. 네. 그래서 몇 주 동안 열심히 공부하고 시간과 돈을 투자한 게 아깝긴 했지만, 안 하기로 했습니다. 돈이 궁해도, 불법은 싫어요.


4월, 블로그와 제휴 마케팅을 통한 수익화를 시도해봅니다. 대한민국에선 무슨 일을 하든 블로그 마케팅은 필수더군요. 국내에서 이뤄지는 모든 검색의 70% 이상이 네이버에서 시작된다고 하니까요. (대단해 네이버.얼마나 가나 보자.) 다시 공부합니다. 유튜브, 블로그, 블로그, 블로그...(블로그에 대한 정보는 블로그에 가장 많아요...) 책도 몇 권 샀지요. 그리고 꾸준히 3주 정도 글을 올렸습니다. 그렇게 방문자가 1명, 5명, 20명, 50명 늘더니 일일 방문자 100명을 눈앞에 두고 있었죠. 나날이 한만큼 성장해가는 블로그를 보니 기분이 좋더군요.


그리고 다음 주에 그만뒀습니다. (잠시 동안요.) 3주 동안 100개가 넘는 글을 올렸는데, 30개가 넘는 글이 유사문서로 분류 처리됐습니다.(유사문서 분류는 품질이 좋지 않은 글로 판단되어 검색에 누락되는 현상입니다.) 그렇게 열심히 공부했지만, 시행착오는 피할 수 없었습니다. 제휴링크도 넣어보기 전에, 블로그가 크기도 전에 작살이 났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 이미지를 재사용하고, 비슷한 제목을 여러 번 쓴 것이 원인이란 걸 파악했지만, 그 사이에 방문자는 반토막이 나더니 다시 20명대 미만으로 떨어지더군요. 응 블로그 너도 안녕. 방문자가 한 자릿수가 된 날 사람한테도 해본 적 없는 상소리를 네이버 알고리즘에 퍼부어 주었습니다. (그래도 블로그는 다시 키워야 합니다.)


5월, 스마트 스토어란 걸 알게 됩니다. 부업을 찾다가 가장 끌렸던 일이기도 했죠. 그리고 가장 많은 시간과 자본을 들여 준비했습니다. 공부공부공부. 책책책, 유튜브유튜브유튜브(그 유명한 신사임당님과 창업 다마고찌님의 콘텐츠 정주행은 기본이었죠.) 도매업체에서 주관하는 오프라인 강의도 참석했지요. 그리고 마침내 사업자 등록을 하고 통신판매업자 신청까지 마쳤습니다. 나의 스토어도 개설했구요. 이제 찾아둔 물건만 올리면 되었죠.


그런데 시작하지 못했습니다. 이때가 제일 허무하더군요. (저란 놈은 참, 정말 대책 없는 별종 같은 인간입니다.) 그렇게 열심히 준비해놓고, 제대로 시작도 하기 전에 하기가 싫어졌어요. 뭔가 제게 맞지 않는 옷을 입었단 느낌이랄까요. 스마트스토어도 결국 온라인으로 하는 '장사'인거죠. 장사라는 일의 본질은 같다는 거죠. 내가 파는 물건에 확신과 믿음이 있어야 하고, 꾸준히 시간과 정성을 들여야 하고, 고객을 상대하는 마인드와 서비스 정신까지 모두 짊어져야 하는 일이었죠.


물론 일은 제대로 시작하면 재밌을 것 같았습니다. 다만 스마트스토어는 시작하면 부업처럼 적당히 해서는 할 수 없는 일처럼 느껴지더군요. 이것도 하나의 작은 사업이라, 하려면 진심으로 온 힘을 다해야죠. 그런데 그렇게까지는 하고 싶지 않더군요. 다른 사람들은 굳이 그렇게까지 거창하게 할 필요 없다. 적당히 해도 적당한 수입은 나온다. 니가 안 해봐서 모르는 거다. 그러는데, 뭐 결국 그냥 안 하기로 했습니다. (참 다시 생각해보니 저도 참 답 없는 놈이긴 하네요. 그쵸.)


뭐 그렇게 지내다 보니, 6월이 되었고, 저는 현재 브런치에 이렇게 백수 일지나 쓰면서 살고 있습니다. 이것저것 시도해봤지만 제대로 임해본 일도 없고, 3개월이란 시간이 그저 순식간에 지나가버렸어요. 앞으로 뭘 다시 시도해볼지는 계속 고민 중입니다. (너무 고민만 해서 탈모가 올 것 같아요.) 그래도 지금 제게는 '브런치에 글쓰기'라는 소일거리가 하나 남아있다는 게 위안이 되네요. 돈이 되는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내가 좋아서 꾸준히 할 수 있는 일이 하나라도 남았다는 게 즐겁습니다.


오늘은 끝.

내일 또 봐요. 안녕


아 맞다.

백수만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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