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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피로스 Jun 19. 2020

엄마랑 장 보러 간 백수

백수일지 D+8 (2020.06.19)

2020년 6월 19일 금요일. 요즘 많이 더워요. 근데 오늘 아침은 날씨가 선선하니 조쿠먼유.


어제는 엄마랑 장을 보러 나갔습니다. 집에 아빠가 놀러 오거든요. 아부지는 직장이 성남이라(저희 집은 남양주) 평소엔 회사에서 지내세요. 일주일에 한두 번 집에 놀러 와요. 삼겹살이랑 이것저것 사러 마트로 고고. 어무니는 다치셨던 허리가 점차 좋아지고 있어요. 빠른 회복을 위해 열심히 생활걷기를 실천 중. 저는 불어나는 뱃살을 저지하기 위해 엄마랑 동행중.


마트에 가니 낯선 풍경이 보이더군요. 진열대에 물건이 많이 없었어요. 코로나 때문에 그런가 봐요. 코로나는 언제쯤 얌전히 꺼져줄까요. 나쁜자식.


콩국수도 이뻤는데,  사진 찍기 전에 배고파서 다 휘저어버렸어요. 빈그릇 아닌게 어디에요.


장을 보고 밥을 먹으러 갔지요. 엄마와 저는 시원한 냉면이 먹고 싶었어요. 그런데 마트 옆에 만두집에서 파는 콩국수에 꽂혀 들어갔지요. 콩국수와 만두를 시켜먹었습니다.


메뉴판 좋아요. 사장님도 좋아요.


#선택과 집중

메뉴판이 맘에 들어서 찍어봤어요. 요즘 골목식당을 잘 챙겨보는데, 음식을 안 먹어봐도 만두와 콩국수는 잘할 것 같은 느낌이 와요. 백종원이 솔루션을 전하는 가게마다, 메뉴를 시원시원하게 정리해주는 모습이 좋더라구요. 여기는 정리할 게 없을 만큼 깔끔해 보여요.


어떤 상품이든 뭔가를 잘 파는 사람은 자기 것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구매자는 그런 판매자의 전문성이 묻어 나오는 자신감에서 신뢰와 기대를 얻는 게 아닐까요. 주력 상품만을 내세운 이 식당의 메뉴판에서도 그런 게 느껴집니다. 나도 나중에 장사하면 이렇게 만들 거예요. '여기 만두와 콩국수는 괜찮겠지'라고 생각되게 만드는 힘. 메뉴판처럼 온라인에서도 랜딩페이지가 주는 첫인상이 중요한 이유겠죠.


왼쪽 : 돈 잘 버는 걸뱅이 / 오른쪽 : 그냥 걸뱅이


#양치승

요즘 양치승 씨가 그렇게 웃겨요. 한번 따라먹어봤어요. 다들 게걸스럽다고 그를 걸뱅이라 하지만, 왠지 그가 뭘 먹을 때면 좀 슬퍼 보여요. 허겁지겁 먹는 모습에서 그의 지난 과거의 애환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 (팬입니다. 죄송)


다음엔 둘 다 넣어볼까.


#소금과설탕

콩국수를 먹을 때, 뭐를 넣어 드시나요. 여긴 다양성이 존중받는 식당이네요. 좋아요. 육수도 온수, 냉수가 따로 있네요. 좋아요. 그냥 배가 불러서 다 좋나 봐요. 전 아무것도 안 넣었어요. 배고파서 먹다 보니 소금, 설탕이 있단 걸 그릇을 다 비우고 나서야 알게 됐어요.


오늘은 작위적인 인스타 감성으로 일지를 남겨봅니다. 사실 이거 어제 인스타에 올려본 글이에요. 밥 먹으면서 아이디어가 떠올랐어요. 이렇게 한번 올려볼까. 근데 그냥 인스타를 하는 게 낫겠네요. 브런치에 인스타감성이라니. 허허.



어제 아부지와 과음을 했어요. 매번 느끼지만 아빠는 술이 너무 세요. 술을 워낙 좋아하시지만 아부지는 여전히 건강하세요. 앞으로도 30년은 아들내미 보다 술을 잘 드셨으면 좋겠어요. 건강하게 오래오래.


오늘 숙취가 좀 있네요. 어지러워요. 그래도 일지 썼어요. 술 덜깬 의식의 흐름대로. 허허허.


오늘도 다들 해피한 프라이데이 보내시길.


백수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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