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6월 20일 토요일. 와 이거 어떻게 하죠. 9일밖에 안 됐는데, 슬슬 매일 아침마다 뭘 써야 하나 무지하게 고민이 되네요. 벌써 밑천이 다 드러났나 봐요.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잊지 못할 9일이었어요. 백수의 재미없고 비루한 일상의 기록들을 꾸준히 읽어주시고, 좋아요를 눌러주신 분들이 계세요. 여러분은 이 못난 세상에 빛나는 한줄기 구원 같은 존재입니다. 사랑합니다.
어디 안 가요. 그냥 그렇다구요. 백수 일지는 그래도 계속됩니다. 그냥 감사의 말을 전해봤습니다.(이제 인트로부터 낚시질로 변하는 백수일지의 앞날이 걱정됩니다.) 창작자도 아닌 것이, 예술활동을 하는 것도 아닌 것이 매일 아침마다 머리를 쥐어뜯, 지는 않지만 두통은 좀 있어요. 그래도 재밌으니까 계속 쓰겠습니다.
낚시질 죄송합니다.
재점검의 시간을 갖는 날이에요 오늘은. 정해 놓은 건 아니지만 그냥 그러고 싶은 날이라 그렇게 합니다. 계획을 참 좋아합니다. 고등학생때부터 계획질을 시작한 것 같아요.(실행력은 또 다른 문제입니다.) 어디론가 이탈하지 않고, 제가 그려내는 대로 하루를, 한주를 보내고 싶기 때문이죠. 아이러니하게도 인생은 계획대로 흘러오진 않았지만. 그래도 제게 계획은 중요합니다. 좋아하는 책의 제목처럼 사람은 생각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기 때문이죠. 실제로 그렇게 살면서 얻은 중요한 배움입니다. 계획 없이 살았으면, 제가 지금 태평양에 나가 참치어선을 타고 있었을지도 몰라요. (진심으로 알아본 적도 있음.)
3월, 4월, 5월 헛발질 하느라 시간은 금세 흐르고 어느덧 6월. 뭘 했는지도 모르겠는데 벌써 6월도 절반이 지나갔네요. 그래서 다시 지나간 시간을 돌이켜 봅니다. 재점검을 해야 할 시간이 온 것 같아요. 아무래도 오늘내일은 이런저런 잡다한 생각에 전두엽이 고생을 좀 하겠어요. 바쁠 것 같아요. 7월은 또 다른 무언가를 새롭게 시도합니다. 또 다른 헛발질이 되겠지만, 그래도 해야죠. 먹고 싸고 지내면서 남는 게 시간과 에너지인데. 헛발질도 100번 하면 발차기 실력이 늘지 않겠어요?
오늘은 한국에 귀국 후, 내가 어떻게 시간을 보냈고, 무슨 짓거리들을 했으며, 앞으로는 어떤 헛발질을 좀 더 잘해볼까 하는 깊은 고민을 해보려 합니다. 그와 중에 오늘 읽은 책의 내용이 인상 깊어 남겨보아요.
어디서 여러번 들어본 문구가 참 많네요.
저는 자기계발서를 좋아합니다. (영문학도지만.) 물론 소설도 좋아해요. 문학은 그 나름의 맛이 있지요. 허나 비문학도 그 나름의 맛이 있어요. 모두 '인생을 어떻게 좀 더 잘 살아볼 수 있을까'하는 질문을 던져준다는 점에서 다를 바 없습니다. (그냥 책은 다 좋아요.) 문학은 삶의 방향을 정해주는, 좀 더 인생의 근본적인 질문을 던질 수 있게 해준다면, 비문학은 좀 더 세부적인, 삶의 기술적인 문제들을 해결해주는데 도움이 됩니다. '문학은 깊고, 자기계발서는 얕다.'가 아니라 뭐랄까. 문학은 좀 더 삶의 큰 그림을 그리는데 힘이 된다면, 자기계발서는 어떻게 하면 하루하루의 일상을 알차고 효율적으로 자-알 보낼 수 있게 만들 수 있는지 도움을 줘요. 그리고 그런 일상들이 쌓여서 훗날 좋은 인생이 완성되는 것 아니겠어요.
제 친구는 자기계발서를 싫어해요. 자꾸 뭘 가르치려 든답니다. 그래도 전 좋아요. 언제나 뭐든 배우고 싶거든요. 전직 대통령을, 대기업CEO를 내가 실제로 어떻게 만나봐요. 그러니 책을 통해 만나보는 거죠. 나보다 먼저 성공해보고, 내가 원하는 방식대로 삶을 살아온 사람들이 어떻게 인생을 살고, 하루하루를 보내는지가 궁금하거든요. (흘릴 말은 흘리고, 주워들을 말은 주워들으면 되지요.)
아침에 책을 읽는데, 깊게 와 닿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아무것도 가진 게 없을 때, 비로소 나의 진정한 역량이 드러나고, 나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시험할 수 있다는 것을. 맞는 말 같지 않나요. 나는 지금 백수고, 남는 건 시간밖에 없지만, 반대로 나는 지금 완전히 혼자고, 모든 걸 해볼 수 있는 시간이 있다는 거죠. 이렇게 내 맘대로 아무거나 다 시도해볼 수 있는 시기를 살면서 언제 또 만나볼 수 있을까요. (이것도 하나의 정신승리)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 아무것도 없이 혼자서 맨손으로 시작한 사람들이 많잖아요. 훗날 그 사람들이 이룬 거대한 업적들만 보면, 그 사람들이 처음 시작했을 당시 보냈던, 고통스러운 시간과 힘들었던 나날들에는 잘 주목하지 않게 됩니다. 오히려 저는 그런 부분에 더 집중하게 되고, 눈이 가더군요. 그 사람들이 나와 같은 시간을 보냈을 땐, 어떻게 살았을까. 이런 궁금증이죠.
당신을 통해 전 스마트스토어를 잃고, 다른 기회를 얻었습니다.
어제 자기 전 유튜브를 보다가 우연히 신사임당 씨가 나오는 광고를 하나 봤습니다. 요새 스마트스토어로 유명해진 '신사임당'씨, (스마트스토어를 공부할 때 엄마보다 얼굴을 더 자주 봤어요.) 그가 그러더군요. "스마트스토어를 한다는 건, 1000만원의 돈을 번다는 건, 자아실현을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돈 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는 사람들은 내 이야기를 듣지 마라. 나는 있는 그대로 1000만원을 벌 수 있는 기술을 알려주는 것이지, 이 일로 삶의 만족과 돈을 둘 다 줄 수 있는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다." 맞는 말이었습니다. 제가 스마트스토어를 왜 포기했는지 다시 한번 지적해주시는 말씀이었습니다. (합리화 참 잘해.)
제가 하고 싶었던 건, 자아실현을 통해 돈을 벌며 충분히 만족스러운 삶을 사는 것이었습니다. 그게 제가 진정 원하는 것이었죠. (지난 3개월, 당시 돈에 눈이 멀어 아무데나 뛰어들었던 미련한 시간을 보냈나 싶기도 하고.) 물론 쉽지 않겠죠. 아니 엄청 힘들 겁니다. 지금 살아가는 꼴만 봐도 몸소 느끼고 있으니까요. 그래도 전 가능하다고 믿습니다. 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거잖아요.
신사임당씨도 70만원으로 월 매출 1000만원을 만드는 데 1년이 걸렸다고 하죠. 그가 물심양면으로 도와줘 성공한 유명한 친구분은 7개월의 시간이 걸렸구요. 그가 처음 스마트스토어를 하며 보냈던 1년은 어떤 시간이었을까요. 굉장히 힘들었겠죠. 그 당시만 해도 스마트스토어란 게 그렇게 유명했던 때도 아니었고, 그분도 이 일로 내가 진짜 벌어먹고 살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도 부족했을 겁니다. 또 엄청나게 고민하고, 좌절했을 겁니다. 포기하는 게 맞겠다고 생각했던 적도 많았겠죠.
중요한 건, 포기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정말 식상하지만.) 내가 걸어가고 있는 길이 옳은 길이었는지 아니었는지는 훗날 알 수 있겠죠. 100퍼센트 잘 될 거라는 확신 없습니다. 하지만 일단 가봅니다. 가보고 나서, 그때 판단 하겠습니다. 그래야 나중에, '아! 이렇게라도 해볼 걸, 한번 시도는 해볼걸!'이라는 후회를 하지 않을 것 같아요. 할 만큼 다 하고, 최선을 다했으면 나중에 미련도 없어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남들보다 많은 시간 이렇게라도 활용하는 게 맞지 않겠습니까.